[김수연 교수실에서] 여군의 ‘건강형평성’

입력 2022. 08. 22   16:31
업데이트 2022. 08. 2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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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국군간호사관학교 간호학교수 소령(진)
김수연 국군간호사관학교 간호학교수 소령(진)

2022년 우리나라의 군 간부 중 여군 비율은 8.8%까지 증가할 예정으로, 현재 약 1만7000명의 여군이 군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국방부는 여군 활용성 증대를 위해 2018년 여군의 보직 및 배치 부대 제한 폐지, 2019년 정책부서, 전투부대의 여군 보직 확대 기준 마련 등 인사관리 개선 정책을 추진해 여군들이 남군과 동일한 여건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조성해왔다.

그렇다면, 여군의 ‘건강 형평성’은 어떠한가? 건강 형평성(Health equity)은 인구집단의 사회적, 경제적, 인구학적, 지리적인 특성 등으로 나타날 수 있는 건강의 차이가 없는 상태로, 전 세계적으로 건강정책의 기본이 되는 개념이다. 그러므로, 여군의 ‘건강 형평성’을 위해 취약집단인 여군의 특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건강의 차이를 파악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2021년 상비사단에서 근무 중인 여군 719명의 비뇨생식건강행위 수행 실태를 분석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훈련 중 열악한 화장실 이용 여건으로 인해 91.2%가 월경위생용품 교체가 어렵고, 90.2%는 수분섭취를 억제, 91.0%는 배뇨를 지연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런 어려움은 전투병과 또는 전투지원병과로 대대급 이하 부대에서 근무하는 참모 직책 수준의 실무자가 가장 취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같은 비뇨생식건강행위 수행 저하로 여군들은 방광염, 질염에 이환돼 ‘건강불형평성(Health inequity)’을 경험하고 있었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미군은 여군이 서서 배뇨를 할 수 있는 기구(FUDD·Female Urinary Diversion Device)를 제공해 임무 수행 중 손쉽게 배뇨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전투현장에 투입되는 여군을 위한 앱(DRES·Deployment Readiness Education for Service women app)을 개발해 전투현장 투입 전·중·후 필요한 여성건강관리, 필요 물품 등의 정보 검색을 도와주고 있고, 여군의 신체 유형을 고려한 군복 제작을 위해 육군 전술 브라(ATB·Army Tactical Brassiere) 4종을 개발 중으로 올해 그 도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또한, 영국군에서는 2021년 월경위생용품을 여군 필수 물품으로 제공하는 정책을 발표했으며, 훈련 시 유방 통증 감소를 위한 여군 전용 스포츠 브라를 개발 및 보급하는 등의 실용적인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 군에서는 양성평등정책으로 여군 화장실 확충, 성폭력 예방, 일-가정 양립 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국군간호사관학교에서는 최근 제6회 군여성건강포럼을 개최해 보건복지부의 여성 정책, 국방부와 육군본부의 여군 정책 및 실무를 소개하고 여군 비뇨생식건강행위 경험 연구 등의 건강연구 결과를 공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군의 정책은 여군의 기본적인 근무 환경을 갖추기 위한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외국의 사례처럼 남군과의 건강 격차를 줄이기 위해 여군이 실제로 사용 가능한 물품 보급, 정보 제공 등의 실용적 정책은 아쉬운 실정이다.

여군 1만7000명 시대, 이제는 우리나라 군에서도 여군의 건강 격차를 줄이기 위한 실제적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헌법 내용에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보건에 관해 국가의 보호받을 권리가 명시돼 있는 바와 같이 건강은 곧 인권이다. 여군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건강 형평성’ 증대는 여군의 건강을 향상하고, 나아가 여군의 전투력을 향상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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