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21 보라매 날갯짓, 대한민국 항공역사 이정표를 달성하다

입력 2022. 07. 20   17:40
업데이트 2022. 07. 2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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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 첨단 강군 육성 방산 수출 전기

우리 손으로 만든 4.5세대 전투기 KF-21이 19일 활주로를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조종원 기자
우리 손으로 만든 4.5세대 전투기 KF-21이 19일 활주로를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조종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 축하 메시지
“순수 국내기술 전투기 자주국방으로 가는 쾌거”


윤석열 대통령이 KF-21 보라매 전투기의 초도비행 성공에 “자주국방으로 가는 쾌거”라고 강조했다.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들어진 첫 전투기인 KF-21 보라매 시제 1호기가 19일 첫 비행시험에 성공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축하 메시지를 통해 그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우리 방산 수출 확대의 전기가 마련됐다”면서 개발에 참여한 이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이번 비행시험의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세계 8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국 반열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서게 됐다.

지금까지 초음속 전투기를 개발한 국가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프랑스, 스웨덴과 유로파이터를 공동개발한 유럽 컨소시엄(영국·독일·스페인·이탈리아) 등이다.

노지만(공군대령) 한국형전투기사업단장 직무대리는 “4.5세대 첨단 전투기의 국내 개발 능력이 첫 비행으로 실현된 순간”이라며 “최초 전투기 개발은 물론 첨단 강군 육성과 국내 항공기술 발전의 성과를 보여주는 역사적인 이정표를 달성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우리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대한민국이 초음속 전투기 개발을 성공시킬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보유했음을 보여줬다는 의미다.

시험비행 조종사로서 보라매의 첫 날갯짓을 함께한 안준현 공군소령의 소감은 새로운 항공기의 첫 비행을 넘어서, 대한민국 항공 역사상 새로운 도전이 결실을 얻는 순간의 느낌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공군52시험평가전대 시험비행조종사로 현재 한국형전투기 통합시험팀에 소속된 안 소령은 “내색은 안 했지만, 실은 이륙 직전까지 마음속 부담이 컸다”며 “막상 이륙 후 사천 상공에 떠오른 뒤부터는 편안하고 순조롭게 정해진 경로대로 비행했다”고 말했다.

KF-21의 개발과 시험비행을 위해 노력해온 모든 이들과 영광을 함께하고 싶다고 밝힌 안 소령은 “앞으로도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최종평가까지 2000여 시험비행을 안전하게 완료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KF-21 개발총괄 차재병 상무는 “최초비행 이후에는 약 4년간 2000여 회의 비행시험을 통해 항공기의 비행 성능과 무장 능력을 검증할 계획”이라며 “2024년에 초도 양산에 적기 착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국형전투기사업단은 2023년 후반기 잠정전투용적합판정을 받고, 2024년 1분기에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최초 양산 승인을 받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이후에는 2026년부터 2032년까지 순차적으로 총 120대의 KF-21 보라매 전투기가 공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KF-21 제원·무장
최대 속도 마하 1.8…4.5세대 전투기
공대공·공대지 미사일 등 7.7톤 무장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는 7.7톤의 무장을 탑재하고 최대 속도 마하 1.8로 비행할 수 있는 초음속 전투기다. 전폭은 11.2m, 전장 16.9m, 전고 4.7m로 F-35A 스텔스 전투기와 KF-16 전투기보다는 좀 더 크고 F-15K보다는 작은 크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미국 GE사가 협업해 제작한 쌍발엔진이 탑재됐다. KF-21은 전투기 동체뿐만 아니라 21세기 항공전에 필요한 첨단장비들도 우리 기술로 개발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투기의 눈으로서 전파를 전자적으로 자유롭게 주사해 공중과 지상, 해상의 다수 표적을 동시에 탐지·추적할 수 있는 능동전자주사식위상배열(AESA) 레이다의 국산화율은 89%에 달한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에 참여했으며 한화시스템이 시제품을 내놨다. 공대공 표적에서 방사되는 적외선 신호를 탐지·추적하는 ‘적외선 탐색 및 추적장비(IRST)’,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공중과 지상의 표적을 탐지·추적하는 ‘전자광학 표적 획득 및 추적장비(EO TGP)’, KF-21을 위협하는 레이다 신호를 탐지해 교란하고 적 미사일을 기만할 채프(Chaff)와 플레어(Flare)를 투발하는 ‘통합 전자전 체계(EW Suite)’ 등도 높은 국산화율을 보이며 순조롭게 개발 중이다.

무장은 2단계에 걸쳐 공대공 무장과 공대지 무장을 통합할 계획이다. 공대공 무장은 독일이 제작한 AIM-2000과 영국산 미티어(Meteor)를 장비하게 된다. KF-21 첫 비행에도 기체 하부에 미티어 미사일 비활성탄 4발을 장착해 눈길을 끌었다. 미티어 미사일은 사거리 100㎞ 이상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존 최강의 공대공 미사일로 평가받고 있다.

2028년까지 진행되는 추가무장(Block-II) 사업을 통해서는 우리 공군이 운용하는 대부분의 공대지 무장을 통합하게 된다. 통합이 완료되면 GBU-12·31·38·39·54·56 등 각종 유도폭탄과 MK-84·82 등 일반탄을 비롯해 한국형정밀유도폭탄(KGGB)을 운용할 수 있다. KF-21 공대지 무장 중 눈길을 끄는 것은 현재 개발 중인 장거리 공대지 순항미사일(ALCM)이다. F-15K의 핵심 무장 중 하나인 타우러스(TAURUS KEPD 350)와 유사한 역할을 담당할 ALCM은 원거리 표적의 정밀타격을 위한 무장으로 지난 3월 142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체계개발기본계획이 의결된 바 있다. 개발은 ADD가 맡으며 총사업비는 2300억 원이다.

주요 장비와 무장 등 모든 개발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KF-21은 명실상부한 4.5세대 전투기로 대한민국 영공을 수호하는 것은 물론 방산수출의 새로운 첨병으로 활약하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22년간의 개발과정
2010년 국책사업 지정 개발 본격화
수많은 난관 이겨내고 시제1호기 출고
 

한국형 전투기 개발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1년 3월 20일 공군사관학교 졸업·임관식에서 “늦어도 2015년까지는 최신예 국산 전투기를 개발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순수 우리 기술로 생산한 기본훈련기를 수출까지 하고 있고, 내년에는 우리 손으로 만든 고등훈련기가 첫 비행을 시작한다”며 대한민국이 국산 전투기를 개발할 수 있을 만큼 항공기술력이 무르익었다는 자신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듬해인 2002년 5월 공군이 한국형전투기(KF-X) 확보계획을 추진키로 하고, 11월에는 제197차 합동참모회의를 통해 장기 신규 소요 결정이 이뤄졌다. 과감한 첫발을 내디뎠지만, 그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다양한 타당성 연구에서 자체적으로 전투기를 만들 기술력을 갖출 수 있는지, 개발 비용이 높아져 경제성을 잃지 않을지, 많은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국가적인 의지는 이어져 2009년 방위사업청(방사청)이 인도네시아와 전투기 공동개발 의향서를 체결했다. 2010년 KF-X 사업이 국책사업으로 지정됐으며, 같은 해 4월 사업추진기본전략이 제41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심의·의결되면서 개발이 본격화됐다.

어려움도 계속됐다. KF-X 개발을 위한 기술이전 요청에 대해 애슈턴 카터 미 국방부 장관이 2015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47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미국은 KF-X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미국 법에 따라 우리가 한국 측에 특정기술을 이전하는 데 제한이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 이때부터 AESA 레이다를 포함한 핵심 장비의 국내 개발은 필연이 됐다. 같은 달 ADD는 대전 본소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AESA 레이다 응용연구 시제품을 시연하고 항전 장비를 국내기술로 충분히 개발 가능하다는 점을 국민에게 알리기도 했다. 곧이어 2015년 12월 방사청과 KAI가 체계개발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2016년에는 KAI와 인니가 KF-X 공동개발 본계약에 최종 서명하고 인니 정부가 개발비의 20%를 분담하기로 했으나, 분담금 납부가 늦어지면서 난항을 겪었다.

결국 2021년 11월 인니 분담금을 1조6000억 원으로 조정하고 현물 납부를 승인하면서 공동개발 사업이 제 궤도에 오를 수 있었다. KF-21 개발이라는 국가적 도전은 이와 같은 수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2021년 4월 시제1호기 출고식에 이어 이번 초도 비행시험의 성공으로 ‘4.5세대 초음속 전투기 개발국’ 문턱에 한 걸음 더 바짝 다가서게 됐다. 김철환 기자


김철환 기자 < lgiant61@dema.mil.kr >
조종원 기자 < alfflx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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