겪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

입력 2022. 06. 29   16:20
업데이트 2022. 06. 2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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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생도 국군간호사관학교 1학년
이주현 생도 국군간호사관학교 1학년

군사훈련을 시작할 때 막연한 두려움이 컸다. 생도로서 맞이하는 첫 훈련이기 때문이다. 머릿속은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찼고, 매일 밤잠을 설치며 불안함에 깨곤 했다. 경계, 개인화기, 각개전투, 수류탄 등 많은 과목에 대해 배웠지만 내가 가장 두려웠던 건 화생방 훈련이었다. 실제 가스실에 들어가는 것도 처음이지만, 안경이나 렌즈를 낄 수 없어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두려움을 조성하는 데 한몫했다. 아는 것만이라도 최대한 준비하자는 마음에 가스실에 들어가기 전까지 정화통을 몇 번이고 갈아 끼우는 연습을 했다.

그렇게 연습하자, 실제 훈련에서 정말 아무 느낌 없이 정화통을 갈아 끼울 수 있었다. 정말 이게 끝이라고? 얼떨떨한 느낌마저 들었다. 동시에 훈련 전에는 너무 긴장해서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주변 문구도 보였다. ‘가스훈련을 통해 공포감을 극복하자!’ 공포감에 정화통을 계속 갈아 끼워보고, 숨도 제대로 못 쉴 정도로 방독면을 꽉 조였지만 막상 훈련을 거치고 나니 안개처럼 뿌옇게 깔려있던 공포심이 걷혔다. 이 문구를 보며 그동안 내가 받은 군사훈련을 생각해봤다.

막연한 두려움에도 하루하루 무사히 군사훈련을 헤쳐나갈 수 있었던 데에는 동기들의 도움이 가장 컸다. 화생방 훈련을 마치고 나와 얼굴을 씻을 때, 앞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세면장을 찾아 허우적거리는 내 팔을 누군가 붙잡았다. 올라오는 매운 기운에 콜록거리며 겨우 눈을 뜨자,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된 동기가 보였다. 본인 얼굴을 헹구기도 전에 내 얼굴에 수통 속 물을 콸콸 부어주는 것을 맞으며 속으로 슬며시 웃음이 피었다. 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나를 끌어주고 밀어줄 동기가 있다는 생각에 서로 의지하며 헤쳐나가면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훈련 받기 전의 두려움들은 군사훈련을 받으며 차츰 사라졌고, 그 자리에는 성취감과 뿌듯함이 자리 잡았다. 알 수 없는 모든 것들은 시도하기도 전에 지레 겁을 먹게 하고, 포기하고 싶게 한다. 하지만 경험은 두려움을 극복하게 하고, 성취는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을 차단해 한 발 더 내디딜 수 있는 용기를 준다. 군사훈련은 군인만이 겪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아무나 할 수 없는 경험이기에 겪어보기 전에는 누구도 이에 관해 얘기할 수 없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경험을 통해 우리는 한 뼘 성장하고 ‘다음’을 도전하는 용기를 얻는다. 군사훈련을 마친 지금 또 다른 두려움을 마주하더라도 ‘일단 부딪혀 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주저하지 않고 즐기며 도전하고 극복할 것이다. 그렇게 쌓인 경험과 자신감으로 학교 슬로건인 “We will be there”를 실천하는 간호장교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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