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원 기고] 인간안보 차원에서 해외파병의 패러다임 전환 시대

입력 2021. 11. 28   14:08
업데이트 2021. 11. 2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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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지 원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
윤 지 원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
다음 달 초 ‘2021 서울 유엔 평화유지 장관회의’가 개최된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열리는 유엔 평화유지활동(PKO)관련 최고위급 회의다. PKO에 대한 우리의 기여공약 과제와 유엔 여성 PKO 세미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투어 등 국제평화유지 활동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방안이 논의되고 제시될 예정이다.

우리 군의 공식적인 PKO 활동은 1991년 유엔 가입 이후 시작됐으며, 지난 30여 년간 1만8000명이 넘는 장병이 세계 곳곳의 분쟁지역에서 평화와 재건을 위해 많은 헌신을 해왔다. 현재 한국은 세계 10위 규모의 유엔 PKO 재정 기여 국가이며, 19개 국가에 부대 또는 개인 파병을 해 정전감시, 재건지원, 주민보호, 재난구호활동 등의 임무를 수행 중이다. 또한 레바논 동명부대의 PKO 활동, 소말리아 청해부대의 다국적군 파병, 아랍에미리트(UAE)의 아크부대와 같은 비분쟁 지역에서의 국방교류협력 파병 등 국익과 공공외교 측면에서도 많은 기여를 해왔다.

급변하는 국내외 안보 환경을 고려하면 PKO를 포함한 해외파병 활동에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제분쟁 요인이 다양화되고 비전통 안보위협이 가중되고 있으므로 파병 국가 간 연대와 협력이 더욱 요구된다. 최근 청해부대의 코로나19 집단감염에서 경험했듯이, 파병지역에서 예기치 못한 감염병 확산, 기후변화, 재난, 기아, 테러 등 인간안보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이슈가 증대되면서 특정 국가나 정부의 노력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안보 환경 변화를 반영하고 효율적인 해외파병을 추진하기 위해서 정부와 군은 새로운 정책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우선, 해외파병 관련 법률 정비가 필요하다. 해외파병 활동에 명확한 근거를 제공하기 위해 2010년 1월 25일 ‘국제연합 평화유지활동 참여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지만, 그 적용 대상을 PKO 활동으로 한정해서 미국이나 일본 등 여타 국가들처럼 다양한 목적의 파병 활동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인간안보 측면에서 해외파병 정책에 대한 명확한 변화가 요구된다. 재난지원, 인도적 지원, 보건지원 등 비전통적 안보의 핵심인 인간안보 요소와 관련된 해외파병이 확대되는 추세를 고려해야 한다. 1994년 유엔개발계획(UNDP)에서 주창한 인간안보는 인간 개개인이 ‘공포로부터의 자유(freedom of fear)’와 ‘궁핍으로부터의 자유(freedom of want)’를 동시에 성취하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저출산 시대 국내외 다양한 거버넌스(governance)와 연대를 강화하는 파병이다. 군을 포함해 경찰, 외교부, 관련 민간기업이나 시민단체 등 거버넌스와 융합된 파병정책이 필요하다. 국가나 정부에서 할 수 없는 능력과 자원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거버넌스와 소통과 네트워크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조하자면 정부와 군은 해외파병에 대한 적극적인 법제화 추진과 저출산 시대 병력집약형이 아닌 기술집약형 파병을 통해 유엔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예비전력 및 여군 파병 확대와 4차 산업혁명 시대 첨단기술을 반영한 기술중심의 병력기여(Tech-oriented Troop Contribution)를 추진해야 한다.

특히 전문성이 요구되는 항공, 의료, 부대방호, 정보통신 등 분야의 파병이 점차 확대돼야 한다. 모쪼록 이번 서울 유엔 평화유지 장관회의를 계기로 우리의 30년 파병 경험과 인간안보·신기술이 잘 접목된 미래 국제평화유지활동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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