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훈련이 실제 전투의 승패를 좌우한다

입력 2021. 05. 13   17:23
업데이트 2021. 05. 13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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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찬 중사 해군특수전전단 1특전대대
박세찬 중사 해군특수전전단 1특전대대

미국은 9·11 테러를 자행한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하기 위해 약 10년 동안 천문학적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마침내 그의 은신처를 찾아냈다. 그리고 임무를 맡은 미 해군 특수작전 대원들은 실제 은신처와 동일한 크기의 모의 훈련장을 만들어 그곳에서 무려 3주간 똑같은 훈련을 반복했다. 그 결과,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은 완벽한 성공으로 끝이 났다. 이렇듯, 특수작전에서 모의훈련은 작전 성공을 위한 필수 항목이다.

나는 팀에서 몇 년간 한미 연합훈련 경험을 통해 얻은 모의훈련의 중요성을 공유하고자 한다. 연합훈련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외국군과 함께 언어적 장벽과 서로 다른 전술을 극복하면서 팀워크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이것은 아주 도전적인 일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계획과 넉넉한 준비 기간 그리고 매 훈련 전 모의훈련이 핵심 열쇠다.

첫 번째 연합훈련 동안 한미 연합팀은 최상의 팀워크를 끌어내기 위해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했고 매 종합전술훈련 전에는 반드시 모의훈련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조직력을 끌어올린 연합팀은 전투 중에 발생하는 여러 가지 우발상황과 언어장벽에도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었고, 팀이 사전에 계획했던 것 이상의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모의훈련을 통해 일어날 수 있는 우발상황을 연합팀원 모두가 공유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연합훈련을 지표 삼아 두 번째 연합훈련의 방향을 설정하고 준비했다. 하지만 첫 번째 연합훈련과 달리 잦은 계획 변경으로 인해 모의훈련 단계를 건너뛰고 종합훈련을 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연합팀 훈련에 그대로 반영됐다.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연속적으로 우리를 덮쳤고, 이전과 달리 모두가 각기 다른 생각으로 일관해 팀은 혼돈에 빠졌다. 만족스럽지 않게 훈련이 끝났고, 강평에서 한미 연합팀은 모의훈련 부재가 성공적이지 못한 훈련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모의훈련이 작전 준비에 주는 영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팀원들 모두가 작전 전체의 흐름을 알 수 있다. 모의훈련은 단순히 개인의 임무를 숙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작전에 참여하는 모든 전력의 임무를 이해해 상충하는 부분을 미리 수정 보완할 수 있다.

둘째, 다양한 우발상황에 대한 대처가 가능하다. 모의훈련을 진행하는 동안 우발상황에 관한 의견교류가 이뤄지고 이는 전투 중에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이 외에도 작전지역의 환경요인이나 그에 따른 인적오류를 사전에 보완할 수 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농구 코치 존 우든은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라 했다. 성공적인 작전을 위해서는 완벽한 계획과 준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문을 열기 전에는 안에 무엇이 있는지 절대 모르는 법이다. 아무리 완벽한 계획이라 할지라도 문을 연 다음 생기는 우발요소들을 모두 담을 수는 없다. 이를 채울 수 있는 것이 바로 모의훈련이다. 모의훈련은 전투 중 우군과의 미흡한 의사소통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우발상황을 방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우리 군이 완벽한 계획과 모의훈련으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전투 상황에서도 모든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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