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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든든한 지원군이자 선생님 요즘엔 딸이 조언하는 일 더 많아요”

기사입력 2021. 05. 13   16:14 입력 2021. 05. 13   16: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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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대(代) 이어 국방FM 통해 장병과 소통하는 연예인 가족 장광·미자 부녀

아버지가 방송했던 곳서
2017년부터 고정 진행 맡은 미자
허물없이 군대이야기 나누기도
라디오 방송과 시간 겹친 대학원 휴학
‘국방FM 최장수 진행자’ 타이틀 도전

성우 겸 배우 장광과 방송인 미자 부녀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내 명비회랑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들은 30년이라는 시간을 사이에 두고 대(代)를 이어 국방FM 가족으로 군 장병과 소통하고 있다. 사진=조용학 기자

대한민국 하늘 아래 연예인 가족은 많다. 하지만 30년이라는 시간을 사이에 두고 대(代)를 이어 국방FM을 통해 군 장병과 소통하는 연예인 가족은 이들이 유일하다. 성우 겸 배우 장광(69)과 방송인 미자(37·본명 장윤희) 부녀 이야기다. 가정의 달에도 빡빡한 일정 때문에 제대로 된 밥 한 끼 나누기 힘들지만, 가족 톡방에서 끊임없이 문자를 주고받으며 가족의 정을 나눈다는 이들 부녀를 지난 11일 오후, 호국의 전당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만났다.

“방송인의 자세, 부모님께 배웠어요”

“국방FM ‘행복한 국군’(이하 ‘행군’) 진행자가 된 이후 하루는 몸이 좀 아팠어요. 그런 저보고 아버지께서 ‘마이크 앞에 서면 안 아프다’ 하시는 거예요. 무슨 말씀인가 했죠. 그런데 라디오 생방송 큐 사인이 들어오니까 언제 아팠나 할 정도로 몸 상태가 쌩쌩해지더라고요.” (미자)

“집중력의 힘인 거지. 그렇게 프로가 되는 거야.”(장광)

미자는 국방FM 제작진 사이에서 ‘자기 관리 철저한 진행자’로 유명하다. 지난 2017년 4월 ‘행군’ 고정 진행자로 발탁된 이후 4년여 동안 단 한 번도 지각이나 결방 없이 청취자들과 만나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살다 보면 몸이 아프거나 예상치 못한 상황과 맞닥뜨릴 수도 있는데, 어떻게 지각 한 번 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부모님이 그러셨어요. 생방송 진행자는 절대 아프면 안 된다. 그건 자기관리를 못 한 거니 핑곗거리도 안 된다. 제작진도 몰라야 한다고. 처음엔 그 말이 참 매몰차다 싶었는데, 이제는 그 뜻을 알겠어요. 방송인의 책임감과 자세를 먼저 갖추라는 가르침이었던 거죠.”

기자와 인터뷰 중인 아버지(장광)를 곁에서 바라보는 딸(미자)의 눈빛에 사랑과 존경의 마음이 가득하다.
“軍,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는 곳”

국방일보에 근무하는 기자의 인터뷰 기술 중 하나는, 군필자의 경우 군 생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그러면 더 빨리 친근감을 형성할 수 있다. 이날도 그랬다. 그런데 특이하게 아버지뿐만 아니라 딸의 입에서도 군대 이야기가 술술 나왔다. 아버지의 군 생활은 물론 전우들의 별명까지 줄줄 꿰는 딸, 그런 딸과 허물없이 군대 이야기를 나누는 아버지라니. 평소 화목한 가정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저희 아버지는 강원도 인제에서 행정병 하시다 PX병으로 차출돼서 34개월 군 복무 하셨어요. 첫 휴가 나왔을 때 할머니께서 깜짝 놀라셨대요. 몰라보게 건강해진 몸으로 나타나셔서요.”(미자)

“3박4일 휴가 때는 아예 집에 가길 포기한 적도 있어요. 길이 험해 서울 집 오가는 데만 꼬박 이틀이 걸렸거든요. 읍내 나가 선후임과 보낸 시간은 지금도 잊지 못할 추억이에요. 행군 종료 지점 2㎞ 남기고 낙오했던 건 두고두고 아쉽고요. 30사단에서 함께 신병훈련 받았던 동기들과는 지금도 부부동반으로 만나요. 아무래도 군에 가면 극한상황에서 저마다의 성품이 표출되기 마련이라,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기 좋은 곳이지요. 코로나로 더욱 힘든 상황이지만 그럴수록 더욱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가득한 군 생활 만들어 가시길 바라요.”

방송 경력만 모두 85년 ‘국방FM’이 교집합


장광의 가족(4명)은 모두 연예인이다. 아버지 장광은 애니메이션 ‘슈렉’ 등 1000여 편의 영화 더빙을 비롯해 ‘도가니’ ‘광해’ 등의 작품을 통해 묵직한 존재감을 나타냈다. 그의 아내 전성애는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와 ‘막돼먹은 영애씨’ 등에 출연한 명품 조연 배우이고, 아들 장영도 영화 ‘신과 함께’ ‘보통사람’ 등에 출연하며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지난 2012년 MBC 개그우먼으로 데뷔한 맏딸 미자까지, 이들 가족의 방송 경력만 모두 85년이 넘는다. 한 세기에 가까운 이 시간 속에 ‘국방FM’이라는 교집합이 있다.

“제가 1978년에 KBS 15기 공채 성우로 데뷔했는데, 당시 인기 있던 국군방송 ‘라디오 극장’에 출연했어요. 그때는 생방송이 아니었죠. 하루 20분 방송되는 녹음물을 만들기 위해 일주일에 두 번씩 동료 성우들과 모여 호흡을 맞춘 기억이 납니다. 또 군 홍보 영화 후시녹음(後時錄音)도 많이 했는데, 주로 중대장이나 지휘관 같은 주인공 역할을 많이 했죠. 30여 년 지나 제 자식이 국방FM 진행자로 발탁됐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영광스러웠어요.” (장광)

“그때 아버지께서 ‘그곳은 출입증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특별한 곳’이라면서 직접 약도부터 출입 방법까지 자세히 알려주셨어요. 제가 아주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방송하셨던 곳에서 대를 이어 마이크를 잡다니, 그 의미가 남달랐죠. 장병뿐만 아니라 어머니, 여자친구 ‘곰신’ 등 다양한 분들을 만나 공감 능력이 엄청 좋아졌어요.” (미자)

‘행복한 국군’ 청취자 가족이 언제나 우선

미자라는 예명은 ‘미대 나온 여자’를 줄인 것이다. 어릴 적 꿈이 화가였다고 한다. 뛰어놀기 좋아하는 천방지축 소녀였지만, 스케치북에 그림 그리는 동안에는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아이가 됐다고. 그렇게 부모의 헌신과 본인의 실력으로 예술고등학교와 미대까지 나왔는데 갑자기 개그우먼 공채 시험을? 그때 상황을 조심스럽게 물었다.

“미자가 학창 시절 공부도 잘하고 예술가적 감각도 인정받았던 터라 깜짝 놀랐죠. 아내하고 고민 많이 했어요. 그런데 우리 부부가 배고픈 줄 알면서도 마냥 좋아서 배우의 삶을 택한 것처럼, 딸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 하면서 행복하게 살면 좋겠다 싶더라고요. 반대하지 않고, 곁에서 기다려줬죠.”

이들 부녀에게 ‘가족’이라는 존재는 부침 많은 연예계에서 누구보다 든든한 지원군이지만, 때로는 남보다 먼저 고칠 점을 분석해 직언하는 매서운 선생님이기도 하다. 아버지 장광도 예외는 아니다.

“방송 경력은 제가 더 많지만, 요즘엔 딸이 조언하는 일이 더 많아요. 아무래도 나이가 있으니까 타성에 젖을 수도 있는데 빠르게 변화하는 방송 트렌드에 적응하려면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해야죠. 사실 성우 특기를 살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볼까 구상했는데, 딸이 극구 말리더라고요. ‘미자네 주막’ 채널을 운영하는 현직 유튜버로서 논리적으로 설득하더라고요. 기회가 닿는다면 시트콤 을 통해 악역의 이미지를 벗고 제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제가 8남매 중 막내라 애교가 많고 재밌는 사람이거든요.”

딸 미자는 최근 또 한 번의 결단을 내렸다. 바로 재학 중이던 미대 대학원을 휴학했다. 이유는 ‘행군’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수업 시간이 라디오 방송 시간과 겹친 거예요. 주변에서는 이참에 라디오를 쉬고 미술 경력을 좀 더 쌓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조언하셨지만, 제게는 청취자분들이 언제나 우선이거든요. 이젠 전화번호 뒷자리 숫자만 봐도 청취자 누구신지 알 정도로 ‘행군’ 가족들과 정이 많이 들었어요. 이참에 ‘국방FM 최장수 진행자’ 타이틀에 도전해 보고 싶네요.” 글=송현숙/사진=조용학 기자



송현숙 기자 < rokaw@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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