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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장전 답답해도 일제 사격 위력적

기사입력 2021. 05. 13   16:45 입력 2021. 05. 13   16: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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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머스킷총
 
금속 갑옷 뚫는 ‘손 안의 대포’ 급부상
1분에 3발…활보다 느린 연사력 단점
3~4열 전열 병사 교대 사격으로 보완

 
‘엠파이어 토탈워’ 밀집 대형 운용 묘미
‘워 오브 라이츠’ 섬세한 고증 슈팅 액션


칼과 총이라는, 고전 시대와 근현대를 각각 상징하는 두 무기를 앞에 놓고 비교하면 매우 큰 격차를 느낀다. 압도적인 사정거리와 피해량을 가진 총이 등장하자마자 전장을 완전히 지배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최초의 총기류가 등장했을 때 정작 전장에서의 효과는 다소 모호한 상황이었다. 오늘날의 총기가 등장하기 전, 초창기 총기류는 오히려 고전 원거리 무기인 활과 비교했을 때 떨어지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 초창기 총기의 대표주자인 머스킷총이 특히 활과의 직접적인 비교에 자주 놓이는 무기였다.

화약은 발명 초기 전쟁에서 주로 폭약의 용도로 사용되었으나, 이후 금속으로 만든 포신 안에 거대한 포탄을 넣어 멀리 날릴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며 공성병기(攻城兵器)용 대포에 쓰이기 시작했다. 초창기의 총기류는 이런 대포를 보다 작고 간소하게 만들어 사람에게 탄환을 날리는 대인병기로서의 시도를 통해 나타났다. 초창기 총기류 중 핸드캐넌(Handcannon)이라 불리는 무기들이 대포와 총기의 경계를 잘 보여준다.

작은 금속 파이프 안에서 터뜨린 화약으로 날리는 납 탄환의 살상력은 근대 초기의 많은 전장 지휘관의 시선을 끌었다. 특히 지속적인 야금술의 발전을 통해 보급되기 시작한 금속 갑옷류를 상대적으로 손쉽게 뚫어내는 관통력은 당대에 보기 드문 효과였다. 그러나 머스킷총을 제식 병기로 채용하는 데 가장 크게 걸림돌이 된 부분은 연사력이었다.

같은 원거리 무기 포지션에서 경쟁하는 활에 비해 머스킷총은 한 발의 장전에 걸리는 시간이 상당했다. 지금처럼 탄창을 끼워 넣기만 하면 사격이 가능한 현대식 소총과 달리 머스킷총은 화약과 탄환이 나뉘어 있어 별도로 장전해야 했고, 특히 탄환은 아예 총을 세워 총구로 밀어 넣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숙련된 사수라고 해도 대략 장전과 조준을 거쳐 1분에 3발 정도를 쏠 수 있다 보니 기존 활의 연사력을 포기해야 하는 문제를 불러일으키곤 했다.

그런데도 머스킷총은 서서히 활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요소를 고려한 결정이었다. 첫째로, 낮은 연사력의 문제를 운용의 묘로 풀고자 했던 시도였다. 지휘관들은 머스킷총 부대를 3~4열로 구성해, 1열이 사격한 뒤 뒤로 돌아가고 2열이 사격하는 동안 후열에서 화약과 탄환을 재장전하는 식의 로테이션을 도입했다.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이를 통해 지속적인 화력 투사가 가능한 편제로 머스킷총의 화력을 살리면서도 연사력을 보완하는 방법에 일정 부분 도달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더 전략적인 측면으로, 활을 쏘는 궁수에 비해 훨씬 간단한 사수 양성 과정에 대한 고려였다. 사람이 활시위를 당겨 쏴야 하는 궁수의 경우 강한 팔심과 그 장력을 버텨내며 조준해야 하는 섬세한 조작력까지 갖추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점을 머스킷총은 보다 손쉬운 조작이라는 장점으로 극복해낼 수 있었다. 개인 병기가 아니라 집단군의 편제무기로 머스킷총은 훨씬 더 빠르게 대규모 부대를 양산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었다. 물론 이는 막대한 탄약과 총기의 생산이라는 대규모 산업을 보유할 수 있다는 전략적 배경 아래에서 가능한 일이었지만, 산업혁명 이후로 대규모 생산이 확보된 이후의 열강들에게는 만들어진 총을 쥐여 주기만 하면 금세 일정 수준 이상의 화력을 뽑아낼 수 있는 머스킷총이 훨씬 더 총력전 체제에 적합한 무기로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머스킷총을 활용한 보병 운용의 전반적인 면모를 체험해볼 수 있는 게임으로는 ‘토탈워’ 시리즈의 근대 버전인 ‘엠파이어 토탈워’를 꼽을 수 있다. 주로 무기 중 화약의 힘을 이용하지 않는 냉병기(Cold Weapon) 전장을 다뤘던 전작들과 달리, 엠파이어 토탈워에서는 보병의 주력이 머스킷총을 활용하는 전열보병(戰列步兵)으로 채워진다.

재장전으로 인한 낮은 연사력을 파고드는 적 기병돌격과 같은 기동력에의 대처를 위해 머스킷총을 사용하는 보병은 오늘날과 같은 산개 대형 대신 고전적인 밀집 대형을 유지하며 일제 사격을 통한 면 단위의 화망(火網)을 구성해 적의 공격을 저지하는 방식을 취했다. 화망 대 화망의 싸움이 되기에 당시의 보병들은 3~4열 횡대 대형으로 길게 늘어서 일제 사격을 구사하는 형태를 취했으며, 이런 장면은 게임 내에서 수많은 전열보병들을 늘어세운 채 대열을 유지하는 과정으로 나타난다.

‘엠파이어 토탈워’의 주력 보병인 전열보병. 부족한 연사력을 메우기 위해 일제 사격을 통한 면으로서의 화망을 구성하는 전열보병의 편제를 잘 드러내는 게임이다.  필자 제공


단순히 전열보병의 운용뿐 아니라 엠파이어 토탈워는 동시대의 다른 병과들이 전열보병과 어떻게 엮이며 전장을 구성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같은 머스킷이지만 숙련된 사수가 개별 조준사격으로 아군의 측후방을 지원하는 경보병, 빠르게 적의 측면을 파고드는 경기병, 여전히 전장에서 힘을 잃지 않으며 근접공격의 의미를 담아내는 장창병, 긴 사거리로 적을 원거리에서부터 제압해 나가는 포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병종들 속에서 주력인 머스킷 총병의 의미는 더욱더 현실감 있게 드러난다.

‘엠파이어 토탈워’가 대규모 작전에서의 머스킷 운용을 잘 보여줬다면, 좀 더 개인적인 시점에서 머스킷총의 작동을 느껴볼 수 있는 1·3인칭의 게임들도 적지 않다. 특히 개인화기로서의 머스킷총 운용을 섬세한 고증을 통해 상세하게 다루고 있는 소규모 개발사의 역작 하나를 소개할 필요가 있는데, ‘워 오브 라이츠(War of Rights)’라는 이름의 1인칭 액션 게임이다.

미국 남북전쟁기를 주 배경으로 삼는 이 게임은 여전히 전열보병 중심의 전투를 벌이고 있었던 전장의 한복판에 플레이어에게 머스킷총을 쥐여 주고 전투에 밀어 넣는다. 대체로 2차대전, 조금 더 과거라고 해 봐야 1차대전기 라이플(rifle)을 들고 싸우던 게이머들에게 쥐어진 머스킷총은 장전부터도 기가 찰 정도로 느린 모습을 보여주며 현대 화기에 익숙한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머스킷이 어떤 무기인지를 새삼 절감케 한다.

‘워 오브 라이츠’는 미국 남북전쟁기 머스킷총 전열보병의 1인칭 시점 액션 게임이다. 플린트락 머스킷총 특유의 거대한 화약 연기, 오랜 재장전 시간과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전열보병의 운용을 1인칭 시점에서 겪어 볼 수 있다.  필자 제공


아직 정식 발매가 아닌 얼리 액세스(게임 출시 이전에 구매한 이들에게 개발 버전을 제공하는 방식)로 나와 있는 ‘워 오브 라이츠’는 실전에 참여한 보병의 관점에서 머스킷 시대의 화약 냄새를 느낄 수 있게 만든 섬세한 고증이 돋보인다. 기나긴 재장전 모션뿐 아니라 가늠자도 아직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조준도 쉽지 않은 환경, 흑색 화약을 사용하는 통에 몇 번만 양측이 사격해도 온통 연기에 휩싸여 피아 구분도 되지 않는 전장과 같은 모습들을 플레이어 시점에서 경험해볼 수 있다. 자욱한 포연 속에서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적에 주의를 기울이며 기나긴 재장전을 하고 있다 보면 머스킷 시대에는 대체 어떻게 보병 전투를 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는 생각이 플레이어를 휘감곤 한다.

<이경혁 게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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