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우 종교와 삶] 인연의 소중함

입력 2021. 05. 11   16:34
업데이트 2021. 05. 1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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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민 우 공군19전투비행단 군종법사·대위
이 민 우 공군19전투비행단 군종법사·대위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납니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나 환경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탓하게 된다면 그 순간부터 괴로움 속에서 사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사람들과 오래 밀접하게 있으면 마찰이나 다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요즘 들어 법당 다실에 찾아오는 분이 많아졌습니다. 상담 내용은 대부분 인간관계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힘든 상황에서 버티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불교경전 금강경 중에 이러한 구절이 있습니다. ‘응무소주(應無所主) 이생기심(而生其心).’ 응당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는 의미입니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깨끗이 대하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만나는 모든 인연이 아무 이유 없이 찾아오지 않습니다. 세세히 관찰해 보면 누구 하나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당연한 듯 생각해도 우리가 가장 쉽게 놓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힘들수록 상대방을 ‘존중’하고 기분 좋지 않았던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풀지 않는 것만으로도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어떤 분이 ‘나만 노력하고 다른 사람은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아니냐’라고 질문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내가 바뀌면 상대방은 저절로 바뀌는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먼저 내가 상대방에 대한 감정의 고리를 끊으면 상대방은 나에게 감정의 고리를 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과거에도 서로가 존중하고 의지하고 도움으로써 많은 국난을 이겨냈습니다. 유전자 속 깊은 곳에 그런 잠재력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초심으로 사람을 집착 없이 깨끗하게 대해야 어려움 속에서 서로가 성장하면서 지낼 수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당연하게 생각해 잠시 잊고 살 뿐입니다.

인연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며 노력한다면 우리의 몸과 정신은 이전보다 더 성장해 있을 것이고, 각자의 삶에서 자신이 목표한 일들이 해결될 것입니다.

감정의 실타래가 엉켜 있다고 생각해도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위로하고 격려하면 어느 순간 실마리가 보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요즘 들어 그러한 의미가 더 중요하게 와 닿습니다.

그렇게 노력하면 나 자신이 힘들고 지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헤아려줌으로써 깊은 유대감과 용기가 생깁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것이 모두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우리는 헤매었는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받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곁에 있는 내게 가장 가까운 사람들부터 따뜻하게 보듬어 주다 보면 나 자신도 저절로 위로받을 수 있음을 역으로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즐거움과 기쁨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어쩌면 사소한 것에서 시작해 결국 행복으로 나아가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잠시 힘들어하고 미워했던 인연들이나 혹은 잘 극복하고 서로가 위로하고 있는 인연 모두 소중하게 생각해 어느 누구 가리지 않고 깨끗하게 대한다면 지금 같은 긴 시간 동안 인연의 소중함이라는 의미를 생각하며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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