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까지 AI 주도…타격 대상 비 실제적 공간 확장

입력 2021. 03. 14   08:56
업데이트 2021. 03. 1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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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증하는 중국 위협 인식과 지능화 전쟁 전략
 
시진핑, 군사지능 가속화 공언…사람·기계 일체화 지휘 시스템 구축
정보전·우주전·사이버전·전자전 등 맡을 ‘전략지원 부대’ 창설 움직임
민군 합동 무인기 개발과 함께 항공모함 등 재래식 무기도 지속적 증강

 

지난해 10월 12일 인도 뭄바이에서 정전으로 인해 기차가 멈추자 시민들이 기차역에서 운행 재개를 기다리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당시 정전 사태와 관련해 중국이 인도 전력망에 악성 코드를 심고 백신 시스템 해킹을 시도하는 등 사이버 공격을 벌였다는 주장을 보도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12일 인도 뭄바이에서 정전으로 인해 기차가 멈추자 시민들이 기차역에서 운행 재개를 기다리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당시 정전 사태와 관련해 중국이 인도 전력망에 악성 코드를 심고 백신 시스템 해킹을 시도하는 등 사이버 공격을 벌였다는 주장을 보도했다. 연합뉴스

새로 들어선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관리들이 한 목소리로 중국 위협을 강조하는 가운데 중국은 군사력 현대화 방향으로 지능화 전쟁을 추진하고 있다. 지능화 전쟁은 시진핑 주석 시기에 들어서 도입됐으며, 이미 일본의 안보연구소는 이를 우려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최근 바이든 정부의 정권 인수 이후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과 캐슬린 힉스 국방부 부장관은 미 상원 군사위원회의 인준 청문회에서 코로나19 유행 문제와 함께 미국에 대한 최대 안보 위협으로 중국을 지목했다. 오스틴 장관은 이달 초 국방부 직원들에게 보낸 재임 중 강조사항으로 △국가 방어 △국방 종사자에 대한 관리 △성공을 향한 팀워크를 꼽으면서, 국가 방어에서 중국의 도전을 제1의 과제로 삼을 것을 주문했다. 힉스 부장관은 청문회에서 “중국의 군 현대화는 우리 시대에서 점차 따라붙는 도전”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전력 증강에 따른 군사적 위협은 여러 분야에서 설명할 수 있지만, 군사력을 종합 운용하는 군사전략의 측면에서 살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중국은 시기마다 군사력 수준에 알맞은 군사전략이 있다. 마오쩌둥 시기에는 인민전쟁 전략, 덩샤오핑 시기에는 현대적 조건 하의 국지전쟁, 장쩌민 시기에는 하이테크 조건 하의 국지전쟁, 후진타오 시기에는 정보화 조건 하의 국지전쟁이 그것이다. 현재 시기인 시진핑 시기에는 정보화 전쟁의 군사전략을 채용했지만, 지능화 전쟁으로 이행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앞장서서 지능화 전쟁 전략을 적극적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앞장서서 지능화 전쟁 전략을 적극적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시진핑 시기의 군사전략은 2019년에 발간된 중국 『국방백서』에서도 확인된다. 백서는 “전쟁의 형태는 정보화 전쟁으로 변화가 가속되고 있으며, 지능화 전쟁이 구체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 즉, 4차 산업혁명이 진전되면서 세계 군사 강국은 인공지능, 양자 정보, 빅 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사물 인터넷 등의 첨단 기술을 군사 분야에 응용하는 군사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정보기술을 핵심으로 하는 군사 하이테크는 일취월장하면서 무기와 장비의 원격조작에 있어서 정밀화, 지능화, 스텔스화, 무인화의 경향이 보다 현저해지고 있다고 중국 국방백서는 평가하고 있다.

지능화 전쟁에 대해서는 일본 방위연구소가 중국의 군사 문헌 등을 참고로 해 지난해 말 나름대로 분석했다. 지능화는 이미 후진타오 시대 초기부터 지적됐지만 수십 년 후의 미래 예측으로 언급됐다. 앞으로 정보화된 무기·장비가 서서히 전장의 주역이 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지능화’가 군대 전투력의 열쇠가 되는 요소라고 주장했다. 또 지능화의 수준에 대해서는 전투·전술 레벨에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다.

시진핑 시기 초기에 강조된 정보화 전쟁은 육·해·공군과 우주·사이버·전자파를 융합해 일체화한 전쟁이다. 이 시기 정보화의 수준은 통합 작전보다 한층 더 진화되며, 군종이나 병종의 경계가 없어지고 통일 지휘된다.

그런데 지능화 전쟁의 단계에 도달하면, 인공지능, 머신러닝 등의 기술이나 게임이론 등이 활용된다. 높은 연산 능력이 있는 장치 덕분에 상대방의 정확한 의도를 분석 판단하게 된다. 말하자면 사람과 기계가 일체화된 지휘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앞서 정보화 전쟁에서는 지휘나 전략 방침은 사람이 판단하지만, 지능화 전쟁 단계의 지휘관은 기계에 의존하게 된다. 후진타오 시대에 지능화의 영향력이 전투·전술 수준으로 예측했지만, 전략 수준까지 미치는 것이다. 타격 대상도 정보화 전쟁에서는 물리적 대상이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지능화 전쟁에서는 사이버 공간이나 인지 공간과 같은 비실체적인 것도 포함하게 된다.

지능화 전쟁은 2017년 10월 개최된 공산당 제19차 당 대회 보고에서 시진핑 주석이 군사지능의 발전을 가속화하겠다고 공언해 탄력을 받았다. 시 주석은 당시 ‘2020년까지 기계화를 기본적으로 실현하고 정보화를 크게 진전시켜 전략 능력을 크게 향상시킨다’는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2012년)에서 제시됐던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어서 “2035년까지 군대 국방의 현대화를 기본적으로 실현하고 금세기 중엽(2050년)까지 인민해방군을 세계 일류 군대로 구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밝혔다. 중국은 이후 지능화 전쟁을 향한 실천에 들어갔다.

지능화 전쟁과 관련한 주목할 만한 움직임은 전략지원부대의 창설이다. 전략지원부대는 중국군 각 분야에서 관련된 조직을 떼어내 통합한 조직이다. 이 부대는 정보전, 우주전, 사이버전, 전자전 등 첨단 영역을 담당하는 부대로 알려져 있으며, 인지 영역을 새로운 전쟁 영역으로 삼고 있어 전인미답의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지능화 전쟁에 대한 지금까지의 준비에서 인공지능을 탑재한 무인 무기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인공지능 무인기는 지능화 전쟁이 표방하는 원격 정밀, 지능, 스텔스, 무인 무기 장비의 모든 내용을 담고 있어서 앞으로도 당분간 적극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무인기에 인공지능을 접목하면,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전장 상황에도 동시에 대응할 수 있으며 인간의 단독 판단에 의한 것보다 공격 방식과 공격 대상을 효과적으로 그리고 빠르게 선택할 수 있다. 여기에 무인기 고유의 장점인 중량의 감소, 부피의 축소, 고성능, 인명 손실의 감소 등은 고스란히 유지된다.

중국은 무인기 발전에 대해 중국군 자체 또는 민군 합동으로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2016년 개최된 주하이 에어쇼에서는 중국전자과기집단공사(CETC)가 원격 정밀 제어가 필요한 67대 무인기의 무리(스웜) 비행을 시연했다. 2017년에는 200대의 무인 항공기가 참가해 벌떼처럼 자살 공격을 실행하는 시험을 중국은 외부에 드러냈다.

중국은 자신들의 지능화 전쟁 전략 추진에 대한 다른 국가의 우려를 일축하고 있다. 중국 국방부는 지능화 전쟁 등 중국의 군사 동향을 담은 일본 방위연구소의 보고서에 대해 “무책임하고 전문적이지 않다”고 대변인 성명을 통해 강하게 비판했다. 중국이 “국방과 군대의 현대화를 추진하는 것은 국가의 주권과 안전, 발전 이익을 보호하기에 어떠한 국가도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렇지만 중국군은 물리적 대상에 대한 공격도 중요하게 여기고 항공모함을 연이어 건조하고, 전투기 폭격기 조기경보기 미사일 함정 등 재래식 무기를 지속적 증강하고 있다. 중국의 지능화 전쟁 전략도 전체적으로 공격 지향적인 성격이어서 다른 국가들의 우려를 불식할지는 의문이다.


필자 김성걸은 성균관대에서 국가전략, 외교·안보, 국제정치학 분야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겨레신문 기자로 활동했으며, 한국국방연구원에서 국방정책을 연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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