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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승필 종교와삶] 길은 반드시 나타난다

기사입력 2021. 02. 23   15:12 입력 2021. 02. 23   15: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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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승필 해군작전사령부 군종실장·법사·중령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라는 뜻이다. 코로나19로 많은 사람이 힘들어하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 더 깊이 새겨야 하는 말이다.

지난주 인연 있는 수병으로부터 여자친구와 헤어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외출과 외박이 힘든 요즘 예전보다 이별에 아파하는 수병이 더 많이 늘어나는 것 같다. 직접 찾아가기는 어려운 시기라 전화통화와 문자로 위로할 수밖에 없어 그들의 마음을 온전히 살필 수는 없지만, 상황을 받아들이고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대견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몇 년 전 안보 특별 종교강연회 초청 강사로 예비역 선배 스님께서 방문하셨다. 지금도 열심히 살고 계시고 군에서도 존경받았던 분이었기에 강연을 부탁드렸고 흔쾌히 승낙해 주셨다. 참석을 희망하는 부대 장병들과 가까운 지역의 법사님들이 오셨고, 나 또한 함께하며 한 구절도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열심히 집중해서 들었다.

강연이 끝나고 스님께서는 후배가 근무하는 곳에 절대 빈손으로 오면 안 된다고 하시며 맛집으로 유명한 곳에서 직접 구매하신 수제버거 세트를 푸짐하게 나누어 주셨다. 장병들이 좋아할 간식을 찾기 위해 여러모로 알아보신 듯했다. 참석자들은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나누었다.

나는 떠나는 스님을 배웅하며 강연에서 들었던 기억에 남는 구절을 여쭈었고 스님께서는 ‘차도산전 필유로(車到山前 必有路)’라는 고사성어를 말씀해 주셨다. 이 표현은 ‘수레가 산 앞에 이르면, 반드시 길이 있다’라는 뜻으로 멀리서 산을 바라보면 길이 보이지 않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그 산을 넘을 수 있는 길이 반드시 나타난다는 말이다. 인생의 어려운 시기에 앞날이 보이지 않고 해결책을 찾을 수 없더라도 희망을 품고 살아가라는 교훈을 담고 있다.

그 뒤 얼마 지나지 않은 종교활동 시간에 한 수병이 질문했다. 지난번 강연 오신 스님께서 말씀해 주신 고사성어를 정확히 알고 싶다는 것이었다. 당시 강연을 들으며 뜻은 마음에 새겨두었는데 문구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는 거였다. 나는 스님께서 말씀하신 가르침을 다시 한 번 전달했다. 그 수병은 강연을 듣고 나서, 어둡고 우울했던 마음을 접고 군 생활과 자신의 삶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그 후로 나는 장병들에게 법문을 할 때 이 주제를 자주 사용한다. 우리는 누구나 알 수 없는 미래를 두려워하고 근심하기 때문이다.

지금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얼마나 지나야 할지, 정확히 언제면 해결될지 가늠하기 힘든 유례없는 시기다. 그래도 힘을 내서 몸과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앞으로 나아간다면 언젠가는 길이 보일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길을 찾아 그 산을 넘고 있을지도 모른다.

‘코로나 블루’로 모두가 힘든 이 시대,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지혜로운 일은 미래에는 지금의 어려움이 물러가고 반드시 더 나은 세상이 열릴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열심히 그리고 바르게 살아가는 것이다. 머지않아 지금의 어려움도 지나간 일로 우리의 대화에 오르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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