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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욱 조명탄] 보이는 손이어야 할까, 보이지 않는 손이어야 할까

기사입력 2021. 02. 15   16:18 입력 2021. 02. 15   16: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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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영 욱 사단법인 한국국방기술학회 학회장

근대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모르는 이는 없다. 다양한 해석이 있으나 스미스는 수요와 공급의 가격 메커니즘이 ‘보이지 않게’ 작동해 수요자와 공급자의 공동 이익이 보장되는 이상적인 시장경제를 상정하고, 국가가 시장에 함부로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신자유주의적 이론을 펼쳤다.


그런데 스미스마저도 군사와 사법, 토목과 같은 일은 개인이 아닌 국가의 의무로 보았다. 당연한 일이지만 국방은 보이는 손이 개입해야 하는 대표적 통제 대상이었다. 그중에서도 무기체계와 군수품 시장은 민수시장과 달리 국가의 보이는 손이 통제하는 영역이었다. 수요자이자 주문자인 군과 국가가 공급자를 지정하기도 하고 생산품의 규격과 수량을 주문하면서 규칙을 정해 엄격히 관리해 왔다.

특히 2차 대전을 거치면서 국가 자본으로 첨단 무기체계들이 개발됐고, 군사기술을 둘러싼 국가 간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일국의 군수산업을 넘어서 국제 군수시장이 공고화돼 갔다. 전투기와 위성 등 항공우주산업을 위시해 지·해·공 복합무기체계 시장은 합병을 거듭해 엄청난 기술과 인력을 보유한 대기업들의 무대가 됐다. 아무나 공급자가 될 수 없었고, 수요자는 보이는 손으로 경제성과 무관하게 대규모 개발비를 투입하면서 글로벌 거대 기업 중심의 군수산업과 시장이 독과점화돼 갔다.

그러나 최근 심상치 않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아직 기존의 군수산업 체제가 와해되지는 않지만 IT 분야를 중심으로 급속한 기술과 산업의 전환이 일어나면서 전통적인 하드웨어 기반의 방산시장에 균열이 가고 있다. 전 산업에 공통되는 현상이기도 하나 무기체계와 운용에 소프트웨어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방산시장에 미치는 소프트웨어 공급자들의 힘과 비중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이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대세가 되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전통적 하드웨어 중심의 군수기업이 도태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지난 칼럼에서 다뤘던 미국 알파-도그파이트에서 우승한 AI 파일럿 개발사 헤론시스템은 직원이 50명도 안 되는 소기업이다. 관련 데이터로 약 40억 번의 모의 공중전을 학습시키면서 최고의 AI 알고리즘으로 세계 최대 항공방산기업인 록히드마틴과 보잉을 다 제쳤다.

이처럼 실력 있는 AI 소프트웨어 개발자만 있으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엄청난 대기업들과도 일정 부분 겨룰 수 있다는 얘기다. AI의 무서운 점이 이런 것이기도 하고, 우수 IT 인력과 시장을 가진 우리에게는 어느 정도 희망을 주는 소식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같은 신예 소프트웨어 IT 기업들은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시장에서 주로 성장하고, 보이는 손에 의한 규제를 못 견디며 언제든 이익을 따라 민수시장으로 옮겨가는 성향을 갖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특히 강력한 하드웨어 중심의 제도를 기반으로 보이는 손의 힘이 센 우리 방산시장에서는 더더욱 이런 기업과 인력들이 크기 어렵고, 이들이 버티고 활동할 매력 요소들도 거의 없어 보인다. 우리 국방산업은 여전히 딱딱한 손에 의해 움직이고 있고,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어차피 손을 없앨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가급적 너무 딱딱해서 부러지지 않게, 유연하게 손을 쓸 수 있도록 노력은 해야 한다. 변화의 물결은 다가오고 있는데 헤론사의 선전 소식이 조금은 멀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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