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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섭 독자마당] 아버지는 고등어를 좋아하셨다

기사입력 2021. 01. 21   14:54 입력 2021. 01. 21   14:5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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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섭 육군기계화학교 군무주무관

나는 고등어를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고등어에 대한 추억도 몇 가지 있다.

내 고향 안동에서 건어물 장사를 하시던 부모님께서는 이웃 고등어 가게 주인과 잘 지내신 덕에 때맞춰 ‘안동 간고등어’를 사다가 우리 가족 생일상에 고등어를 올리곤 하셨다.

사춘기 시절 어느 생일 즈음, 부모님께 뭔가 불만이 있었던 것 같다. 어머니께 ‘이번 내 생일 축하는 안 해도 되니까 생일상 차릴 필요 없다’며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다. 돌이켜 보니 사춘기 때 별스러운 변덕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생일날 아침, 잠에서 깨어나 부엌에서 고등어 굽는 ‘치이~’ 소리를 어렴풋이 들었다. ‘맛있는 고등어를 올해 생일에도 먹는구나.’ 속으로 얼마나 다행이라고 생각했던지…. 부모님께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고등어를 아주 맛있게 먹었다.

고등어와 관련한 또 다른 기억 하나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것이다. 고등어를 드실 때 아버지는 기름지고 맛있는 통통한 부위보다 항상 꼬리나 지느러미 쪽의 살도 별로 없는 부위를 골라 드셨다.

그 모습을 볼 때면 나는 “아버지 제발 살코기 좀 드세요!” 하고 짜증 내기 일쑤였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는 “나는 이거면 됐다”라고 말씀하셨다.

이제 나도 아들과 딸의 아버지가 됐다. 휴가 때 고향에 가면 어머니는 어김없이 나와 손자, 손녀에게 고등어를 구워 주신다. 예전에 아들에게 구워 주셨던 고등어를 이제는 손자, 손녀가 아주 맛있게 먹기 때문이리라.

나는 애들이 잘 먹을 수 있도록 가시를 발라내고 두툼한 살을 골라 애들 밥그릇에 얹어 준다. 그리고 내 젓가락은 아버지가 즐겨 드셨던 꼬리나 지느러미 부위로 향한다. 고등어를 좋아하니까 당연히 오동통한 고등어 살이 싫지는 않지만, 아들과 딸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예전에 아버지가 그러셨던 것처럼 고등어 꼬리를 찾게 되는 것이다.

어릴 때보다 훨씬 풍족해도 애들이 고등어를 맛있게 먹는 것을 볼 때면 이상하게도 젓가락이 가지 않는다. ‘아버지도 그러셨구나!’ 아들이 더 많이 잘 먹을 수 있도록 살코기에는 젓가락질을 하지 않으셨던 아버지. 그것도 모르고 아버지께 짜증을 냈던 것이 이제 후회로 남는다.

아버지는 고등어를 좋아하셨다. 어쩌면 나보다 더 좋아하셨는지도 모른다. 이 사실을 그 당시 아버지 나이가 된 지금에야 알게 됐다.

며칠 후면 아버지의 기일(忌日)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그 기일조차 제대로 챙길 수 없을 것 같다. 찾아뵙진 못하겠지만 이 글을 통해 아버지를 생각하며, 이제야 깨달은 아버지의 사랑에 감사한다고 꼭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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