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영 국방광장] 공사 산학협력단 창설에 즈음하여

입력 2020. 08. 10   15:01
업데이트 2020. 08. 1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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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영 공군사관학교 항공우주연구소·중령
홍주영 공군사관학교 항공우주연구소·중령

“사관학교 교수는 생도 교육과 전문적인 연구를 통해 국가와 군에 헌신한다.”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은 말이다. 교수의 헌신이 가장 빛이 나는 경우는 탁월하게 업무를 잘하는 때보다 사관생도들을 바람직한 인재로 가르치고, 훌륭한 연구성과를 냈을 때라는 말이다. 기억해보면 나뿐만 아니라 내 주변 교수들도 그렇게 살고자 애를 썼다.

그러나 이번 학기는 개인의 연구를 잠시 접고, 공사의 연구 인프라가 될 산학협력단(이하 산학단) 창설 작업에 매달렸다. 이 글은 공사 산학단 창설의 의의, 그리고 사관학교 산학단의 비전에 대한 공적 에세이가 될 것이다.

항공우주연구소 연구부장으로서 수십 건의 연구과제를 관리하며 느낀 것은, 공사 교수들의 ‘연구를 통한 헌신’ 그리고 ‘군사과학 분야에서의 성취’가 기대 이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때로 너무 전문적이라는 이유로, 때로는 보안을 이유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 공사 교수들은 전투기·위성시스템 개발과 AI 무기체계, 무인기, 통일 대비 항공법제와 같은 군사·안보 관련 연구개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산학단 없이는 국방부 및 각 군 발주 연구를 수행할 수 없었다. 민간 교수보다 군 교수가 더 잘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있어도 참여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제 산학단이 설치됐으니 긍정적인 변화는 필연적이다. 연구활동이 활성화될 것이고, 생도 교육 또한 더욱 발전할 것이다. 민간 대학 산학협력단과의 연구 교류 등도 기대할 만하다.

그렇다면 그 이상으로는 무엇을 바라봐야 할 것인가?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첫 번째는 교육의 발전 방향이다. 공사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융합 캡스톤(capstone) 교육을 교과과정에 반영하고 있다. 생도들의 창의 공작 공간인 팹랩(Fab Lab)도 조성하고 있다. 더 나아가자면, 운영 면에서 일부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국방부와 군 본부 그리고 민간 기업에서 사관생도들에게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생도들은 교수와 함께 캡스톤 프로젝트를 수행함으로써 교육의 효과를 얻는 것이 그것이다. 진취적인 교육 제도는 ‘교육’과 ‘연구’를 선순환 관계에 놓이도록 한다. 공사 산학단 창설은 이런 변화를 위한 하나의 자극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거버넌스라는 사회학적 개념이다. 연구용역을 발주할 때는 현안 과제 식별과 연구 주제 설정 등에 발주 주체의 ‘정책’이 반영된다. 공사가 산학단을 통해 국방부·각 군 발주 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은 그 정책에 따를 수 있게 됐음을 뜻한다.

산학단이 자리를 잘 잡으면, 노력의 중심을 조금 옮길 것이다. 공사의 정책을 반영한 공사 발주 연구의 활성화를 위해 연구제도를 개선하고 연구예산을 확보하는 것이다.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국방부와 공군이 정책을 수립하는 데 공사의 역량이 더 잘 활용되도록 하고 싶다. 항공우주력과 관련된 전문적인 식견은 공사 교수들에게 기대할 만한 것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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