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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종 시론] 영국 브렉시트(Brexit) 의미와 전망

기사입력 2020. 02. 12   15:28 입력 2020. 02. 12   15:3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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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종 대전대 교수·정치학 박사

유럽의회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찬성 621표, 반대 49표의 압도적인 차이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협정을 비준함에 따라 영국의 ‘브렉시트(Brexit)’를 위한 모든 절차가 종결됐다. 이에 따라 올해 1월 31일부터 영국-EU 관계는 공식적인 결별 절차에 들어갔다.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시작된 이래 3년7개월 만이다. 결국 ‘하나의 유럽’을 향해 세계 최대의 단일시장 블록으로 발돋움했던 EU는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이 시점에서 브렉시트의 의미와 평가, 향후 과제 및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브렉시트의 가장 큰 의미는 그것이 영국-EU 간 교역관계를 넘어 전 세계 여러 국가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자유무역과 시장개방을 통해 상호 이익을 추구해 오던 세계 경제 추세가 보호무역과 자국 이익 우선주의로 변하게 되고, 경제성장과 교역증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반세계화 정서도 확대되고 유럽 주요국들이 각자도생(各自圖生)에 나섬에 따라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EU 탈퇴를 의미하는 ‘프렉시트’와 ‘이탈렉시트’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영국(Great Britain)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 4개 왕국으로 이뤄진 연합체다. 브렉시트를 계기로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의 분리독립 움직임이 가시화됨에 따라 ‘하나의 영국’이 붕괴할 우려가 제기된다. 2014년 스코틀랜드는 분리독립에 대해 주민투표를 했으나 반대(55.3%)가 찬성(44.7%)보다 약 10%포인트 많아 부결됐다. 한편, 2016년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스코틀랜드 주민의 62%가 EU 탈퇴 반대에 표를 던졌다. 스코틀랜드는 브렉시트를 계기로 ‘제2의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이미 2014년에 분리독립 기회를 주었다”면서 분리독립에 반대 뜻을 나타냈다. 반대로 EU는 “스코틀랜드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고 EU에 재가입을 신청한다면, EU가 열렬히 환영할 것”이라며 분리독립을 부추겼다. 북아일랜드는 북아일랜드공화국군(IRA)이 1998년 영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무장투쟁을 포기했지만, 과격한 분리독립파는 끈질기게 활동하고 있다. 2009년 이후 IRA 등 무장단체의 폭력활동(총격과 폭탄공격 등)은 꾸준히 감소하다가 2018년 이후 반등하는 추세다.

브렉시트로 인해 당장 바뀌는 것은 7가지다. △유럽의회에서 영국인 의원들의 73개 의원직 상실 △영국 총리의 EU 정상회의 참석 중단 △영국의 독자적인 무역협상 개시 △영국인 여권의 색깔 변경(진홍색에서 파란색으로) △브렉시트 기념주화 발행 △영국 정부의 ‘유럽연합탈퇴부(部)’ 폐지 △독일인 범죄자의 영국 송환 중단 등이 그것이다.

한편, 영국은 브렉시트가 발효된 이후에도 올해 말까지 ‘전환기간’을 갖는다. 전환기간이란 원활한 브렉시트 시행을 위해 영국-EU가 설정한 일종의 ‘과도기’로, 그동안에 영국은 EU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에 남게 되고, 아울러 예산분담을 비롯해 EU 회원국으로서의 의무사항도 준수해야 한다. 브렉시트 이후에도 ‘과도기’ 동안에 그대로 유지될 7가지는 △여행 △운전면허증과 애완동물 여권(유효기간 이내) △유럽건강보험카드(EHIC) △연금 △영국이 지출해야 하는 EU 분담금 △EU와의 무역 △EU 내 거주 및 근로 등이다.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는 위대한 순간이자 희망과 기회”라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지만, 브렉시트는 “모두가 이기는 윈-윈이 아니라 모두가 실패한 결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EU가 영국을 잃은 것은 중대한 패배”라며 “미국이 텍사스를 잃은 격”이라고 지적했다. 2018년 기준으로 영국의 대외수출에서 EU가 차지하는 비중은 45%, 수입 비중은 52%다. 영국과 EU 규모를 고려할 때, 영국은 산업·소비·무역 등에서 EU보다 더 큰 손실을 보게 될 것이다. 브렉시트로 영국 국내총생산(GDP)은 5%포인트의 성장기회를 상실할 전망이다. EU도 브렉시트 이후 경제성장이 최대 1.5%포인트, 고용은 0.7%포인트 감소할 것이다. 브렉시트 이후 EU의 인구도 13%가량 줄어들게 된다.

브렉시트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브렉시트 이후에도 올해 연말까지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을 적용받고, 내년 1월 1일부터는 한·영 FTA가 발효될 전망이다. 한·영 FTA는 지난해 10월에 국회 비준 절차를 마쳐 즉각 발효될 준비가 완료돼 있다. 한국의 대(對)영국 무역의존도는 1%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 수출액은 55억 달러(전체 5423억 달러의 1.01%), 수입액도 42억 달러(전체 수입 5033억 달러의 0.84%)에 불과하다. 우리 정부는 연말까지 예정된 전환기간을 이용해 기존의 FTA보다 개방 수준을 높이기 위한 협상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노딜 브렉시트’라는 시한폭탄이 남아있는 게 문제다. 올해 6월 30일까지 영국·EU가 전환기간 연장 여부를 결정하되, 연장에 합의하면 전환기간이 최대 2년 늘어나지만, 연장에 합의하지 못하면 두 가지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영국·EU가 FTA에 합의하면 내년 1월 1일부터 ‘질서 있는’ 브렉시트가 시작되지만, 합의에 실패하면 내년 초부터 ‘노딜 브렉시트’가 개시된다. ‘노딜 브렉시트’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유럽은 물론 세계 경제가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 우려된다. 이렇게 되면 영국 GDP가 8% 급감하고, 세계 경제도 0.2% 이상 줄어들 것이다. 브렉시트의 충격파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지, 아니면 ‘글로벌 대혼란’을 몰고 올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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