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가 된 공군…공중투하 훈련 기회는 ‘덤’

입력 2019. 12. 20   16:04
업데이트 2019. 12. 20   16:07
0 댓글
<92> 세계 최장수 크리스마스 공수작전
-미·일·호 인도적 지원·재해구호 연합훈련 ‘크리스마스 드롭’ 

 

‘크리스마스 드롭’에 참가하고 있는 조종사들. 전통적으로 이 작전에 참가하는 조종사들은 산타클로스 모자를 쓰고 임무를 수행한다.
‘크리스마스 드롭’에 참가하고 있는 조종사들. 전통적으로 이 작전에 참가하는 조종사들은 산타클로스 모자를 쓰고 임무를 수행한다.

서태평양 최빈국에 크리스마스 공수작전

우리나라에서 크리스마스 공수작전은 6·25전쟁 당시인 1950년 12월 20일, 후퇴가 결정된 후 전쟁고아 907명을 16대의 C-54 수송기로 김포에서 제주도까지 탈출시킨 작전이 인도주의 공수작전으로 전사에 남아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6·25전쟁 당시부터 시작돼 매년 12월 실시되고 있는 현재진행형인 또 다른 ‘크리스마스 공수작전’을 소개한다.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미국·일본·호주 공군은 인도적 지원·재해구호와 관련된 능력 향상과 상호운용성의 향상을 목적으로 미크로네시아 연방 등에 대한 미·일·호 인도적 지원·재해구호 연합훈련을 한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미국 괌, 일본과 호주에서 기부하고 모금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지구촌의 최빈국인 북마리아나 제도, 마셜 제도, 미크로네시아 연방, 팔라우 공화국을 포함한 서태평양의 600만㎢에 걸친 섬마을에 직접 전달하는 것이다.

2018년 크리스마스 공수작전 공식 마크. 해당 작전에 투입되는 요원들은 이 마크를 부착하고 임무를 수행한다.
2018년 크리스마스 공수작전 공식 마크. 해당 작전에 투입되는 요원들은 이 마크를 부착하고 임무를 수행한다.

세계 최장수 인도주의 공수작전의 역사


이 작전의 유래는 6·25전쟁 중이던 195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 배속돼 있던 WB-29 항공기가 괌의 북서쪽 해역에서 전투 초계임무를 수행 중이었는데, 미크로네시아의 산호섬인 카핑마랑기를 지나다가 깜짝 놀라게 된다. 섬 원주민들이 비행기 소리를 듣고 다 같이 나와서 손을 흔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당시 WB-29 승무원들은 자신들이 지니고 있던 식품 등을 낙하산에 달아서 투하했는데, 전기나 수도가 없고 태풍으로 물자가 부족했던 섬에는 매우 소중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됐다고 한다.

여기서 끝났다면, 그냥 크리스마스의 단편 일화로 남았겠지만, 이러한 스토리가 괌에 알려지면서 서태평양 최빈국들에 대한 괌 주민의 후원 목소리와 이에 대한 열렬한 성원으로, 결국 그다음 해인 1952년부터 미국 공군의 정식명령이 내려져 ‘크리스마스 드롭’이라는 훈훈한 공수작전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서태평양 지역 제도의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이 되는 이 작전은 2019년에 68회째가 되는데, 미 국방부의 전체 작전 중 역대 최장수 임무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현재진행형 인도주의적 공수작전이 됐다.

작전 초기에 B-29가 담당했던 공수작전을 C-130 허큘리스가 물려받았다. 2015년부터는 일본과 호주 공군이 참가해 이제는 미국 공군만이 아니라 아시아·태평양지역 공군이 연합해 참가하는 훈훈한 공수작전이 됐다. 매년 총 5대가 작전에 참가하고 있는데, 미국의 C-130 3대에 일본과 호주 공군의 C-130 허큘리스 1대씩이 참가하고 있다. 2017년부터는 필리핀 공군과 인도 공군이 물품을 포장하고 하역하는 의장업무에 참여해 점점 참여 범위가 넓어지면서 아태지역 공군들의 인도적 지원·재해구호 연합훈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요코다 기지에서 구호물품을 포장하고 있는 관련 요원들.
요코다 기지에서 구호물품을 포장하고 있는 관련 요원들.

크리스마스 드롭 작전수행 방식

이 독특한 크리스마스 전통은 미국령 괌의 지역사회 회원들의 물품 기부와 모금 활동으로 시작된다. 후원 골프대회, 바자회 등의 모금활동은 물론 개별 박스를 후원하는 현지기업 등으로 물품이 모이고, 2015년부터 일본 항공자위대가 참여하면서부터는 일본 내에서도 물품 기부와 모금이 이뤄지고 있다. 기부 기간은 매년 10월 중순부터 11월 30일까지며, 물자를 기부하기도 하고 크리스마스드롭협회에서 10달러의 자선 티셔츠를 판매해 모금하기도 한다.

마감 후에는 물자를 분류하고 섬마다 투하할 물자 팩을 만들어간다. 괌의 앤더슨 기지와 일본 도쿄 인근의 요코다 기지에서 물품의 포장과 하역이 이뤄지고, 12월 둘째 주에 C-130 5대에 임무가 분담되는데, 1대에 15개 정도의 섬과 30여 개 화물을 배당받게 된다. 이 작전은 관련 요원들에게 전쟁피해 복구지역, 지진이나 쓰나미 등 재해 지역에서 실시하게 될 인도주의적 구호물자를 실제로 포장하고 하역하고, 공중항법비행을 통해 공중투하하는 실제 훈련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인류가 기부하고 사랑을 나눠주는 기회도 함께 제공한다. 매년 59개 섬에 120~150팔레트의 구호물품이 공중투하되고 있다. 각 팔레트에는 쌀, 분유, 통조림, 어망과 낚시도구, 옷, 어린이 책과 장난감, 크레용, 수전식 전등, 씨앗 등 180㎏이 넘는 물품으로 채워진다.

2011년 작전에서는 뎅기열의 국지적 발생에 대응해 관련 약품 25상자를 투하하는 것이 포함됐다. 지금까지 67년간 100만 파운드(45만㎏)의 물품이 전달됐다. 대상이 되는 대부분 섬들이 작고 비행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낙하산을 장착한 화물을 수송기에서 직접 저고도 공중투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컨테이너가 지역 주민을 덮치는 것을 피하려고 해변 바로 옆에 있는 물이나 해변에 투하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매년 이 행사와 임무에는 괌 지역의 미군 군인들과 그 가족, 지역사회 주민이 하나가 돼 자금 모으기나 기부된 물품을 수집하고 있고, 지역 주민이 참가하고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민간 자원봉사 단체인 크리스마스드롭협회가 협력하고 있다. 이제 네 번째 참가하는 일본 항공자위대와 관련해 일본 내에서의 물품 모집과 기부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 무관노트

우리 공군 참여하면 구호활동 실천과 태평양 국가 유대 강화 기대

일본 도쿄에서 무관 업무를 수행할 당시 항공자위대 작전 분야 장성을 방문했을 때 ‘크리스마스 드롭 작전’에 참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데 드디어 참가하게 됐다며 자랑했다.

일본 내 매스컴에서도 방위성의 국제공헌 사례로 매년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주한 무관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그는 매년 연말이면 한국 공군도 참가하면 좋겠다고 진지하게 요청했다. 우리 군은 2004년 인도네시아 쓰나미 재해 때 공수지원, 2010년 아이티 지진피해 때 수송기 파견, 2013년 필리핀 태풍피해 때 공수지원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인도주의적 구호 임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드롭 작전에 함께하는 것은 우리가 향후 작전에서 효과적으로 협력을 보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일본·호주 공군과 같은 C-130 수송기를 운용하고 있으며, 공중투하와 관련해 동일한 체계를 적용하고 있어서 괌에서 연합훈련을 수행하게 되면 전술·기술·절차를 공유하고 상호운용성을 증진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인도적 지원과 구호활동을 실천하는 국가로서 태평양 국가들과의 유대관계를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 학 준 공군대령
前 주일본 공군무관
現 합동참모대학 교수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오늘의 뉴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