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해군·해병대

[해군병기탄약창] 신속… 정확… 안전하게… 함정 무기지원태세 확립...갈매섬 그들의 구슬땀 탄탄한 열정이 빛난다

노성수

입력 2021. 08. 23   16:46
업데이트 2021. 08. 2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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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군수사 병기탄약창 부도(釜島) 를 찾아서


2탄약관리대대·함정자기장관리대
탄약 관리·자기장 측정 등 임무 수행
적·하역 작업 함정별 4~5시간 소요
민간인 없이 장병·군무원만 근무

해군군수사령부 병기탄약창 2탄약관리대대원들이 부도 12부두에 정박한 해군1함대 2500톤급 호위함(FFG-Ⅰ) 강원함에 정비된 탄을 컨베이어벨트를 활용해 적재하고 있다. 사진=한재호 기자
해군군수사령부 병기탄약창 2탄약관리대대원들이 부도 12부두에 정박한 해군1함대 2500톤급 호위함(FFG-Ⅰ) 강원함에 정비된 탄을 컨베이어벨트를 활용해 적재하고 있다. 사진=한재호 기자

해군군수사 병기탄약창 ‘부도(釜島)’를 찾아서
해군의 ‘모항’ 진해기지에서 배편으로 30여 분. 단 한 명의 민간인도 거주하지 않고, 오직 해군 장병만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외딴 섬이 있다. 진해 지역민에게는 갈매기를 닮아 ‘갈매섬’으로도 불리는 이 섬의 정식 명칭은 ‘부도(釜島)’다. 행정 주소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 안곡동이지만, 바다 한가운데에 있는 면적 84만㎡에 이르는 진해에서 가장 큰 섬. 이곳에서는 해군군수사령부 병기탄약창(병탄창) 2탄약관리대대와 함정자기장관리대가 함정 무기지원 및 자기장 측정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해군 전투력의 핵심인 함정에 각종 탄을 보급하고, 생존성 보장을 위한 자기장 측정·조정에 구슬땀을 흘리는 장병·군무원들을 소개한다. 글=노성수/사진=한재호 기자

일제강점기 日 해군 탄약 저장실로 활용
부도로 향하는 길은 녹록지 않았다. 진해 해군기지에서 부도를 오가는 배편은 하루에 단 세 편뿐. 해군이 부도에 근무하는 간부·군무원들의 출·퇴근을 위해 운행하는 항만수송정(YF)을 이용해야만 입도가 가능하다.

비교적 길지 않은 항해 구간이건만, 기지에서는 각종 부식을 싣느라 분주했다. 함께 승선한 이종규(중령) 2탄약관리대대장은 “부도에 근무하는 간부·군무원들은 배편이 제한돼 갑작스러운 가정사가 생겨도 달려갈 수 없는 고충이 있다”며 “태풍이 예고됐을 때는 3~4일 섬에 갇히는 상황을 감내하고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도의 역사는 고려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외세 침략으로 피난 온 사람들이 어로와 농경을 하며 거주한 것이 최초로 전해진다. 문헌상으로는 조선 순조 때 발간된 ‘웅천현읍지’에 ‘부도리’로 표기하고, 사람이 사는 섬으로 기록돼 있다. 일제강점기였던 1907년부터는 일본 해군이 진해 해역 항만을 방호하고, 탄약을 저장하는 시설로 활용했다.

30여 분간 항해로 파도에 익숙해질 즈음 부도에 다다랐다. 안내 표지판 하나 없는 부둣가는 여느 섬과 달리 적막하기만 했다. 가파른 지형 사이로 수많은 암석과 울창한 숲이 뒤덮여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병탄창 2탄약관리대대는 부도에서 함정 탄약을 저장·정비·검사하고, 적·하역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1989년 부도관리대로 창설된 이래 2009년 1탄약관리대와 부도관리대가 통합돼 탄약관리대대로 개편됐다. 2016년에는 다시 1·2탄약관리대대로 분리돼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2탄약관리대대 장병들이 부도에서 가장 오래된 동굴형 탄약고에서 탄약 관리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사진=한재호 기자
2탄약관리대대 장병들이 부도에서 가장 오래된 동굴형 탄약고에서 탄약 관리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사진=한재호 기자

함포탄·폭뢰탄 등 수백여 종 저장·보급
2탄약관리대대 주 임무는 함정에서 사용하는 탄 관리다. 함포탄과 폭뢰탄 등 수백여 종의 탄약을 저장·정비하는 한편 검사·보급까지 책임진다.

기자가 부도를 찾았을 때는 12부두에서 1함대 2500톤급 호위함(FFG-Ⅰ) 강원함에 탄약 적·하역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매일 함정별로 4~5시간씩 소요되는 이 작업은 여름에는 뜨거운 햇살에 맞서 무거운 탄약을 실어야 하고, 겨울에는 살을 에는 듯한 바닷바람을 이겨내야 한다.

함정의 탄약은 바닷물의 염분으로 부식이 생길 수 있어 정비가 필수다. 정비된 탄을 지게차로 옮겨 컨베이어벨트에 적재하는 요원들의 얼굴과 등줄기에는 어느새 땀이 흥건했다. 2탄약관리대대 요원들은 “함정별로 예정된 일정 외에 긴급출동 임무를 수행하는 함정을 위한 야간 작업도 이뤄진다”고 귀띔했다.

강원함에서 하역한 탄약들은 품질보증과 전문요원 판단에 따라 보관과 정비로 각각 분류됐다. 보관탄은 종류에 따라 각각의 탄약고에서 보관한다. 2탄약관리대대는 1940년대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준공한 다양한 탄약고를 보유하고 있다.

탄약정비반원들이 탄약 자동화 정비시스템 레일에 탄약을 장착하고 있다.사진=한재호 기자
탄약정비반원들이 탄약 자동화 정비시스템 레일에 탄약을 장착하고 있다.사진=한재호 기자

시설 현대화·전문인력 양성 등 역량 확대
이종규 대대장은 이중 가장 오래된 동굴형 탄약고로 기자를 안내했다. 일제강점기인 1940년에 만들어진 동굴형 탄약고는 해군이 1949년 인수했다. 이중 구조와 과학적 통풍구 설계로 축조돼 별도 설비 없이 연중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게 특징이다. 터널 형태의 탄약고 내부로 들어서자 선선한 기운이 온몸을 감쌌다. 탄약고 상단으로 고개를 들어보니 설계 당시 그려진 분필 자국이 80여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선명했다.

이어 함포탄과 탄약 용기를 정비하는 탄약정비직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장에서는 탄약정비반원들이 소형폭뢰의 녹을 제거하고 재도색하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탄 상태에 따라 127㎜·76㎜·40㎜ 함포탄을 비롯한 각종 탄을 분해해 내부 정비를 한다. 또 탄이 레일을 따라 각 공정을 돌면서 불순물과 녹이 제거되고, 도장과 표기 작업까지 이뤄지는 외관정비도 이뤄진다. 대구경 탄약 자동화 정비시스템은 해군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사례다.

이에 그치지 않고 2탄약관리대대는 연간 정비 역량을 확대하면서 탄약 저장시설 현대화, 전문 정비 인력 양성, 특수 설비·공구 확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스마트 탄약정비공장 신축과 대형함의 원활한 탄약 지원을 위한 적·하역 전용 부두 증설도 추진 중이다. 이 밖에 산지 형태의 지형 특성상 산악용 소방차를 최초로 도입했으며, 안정성 확보 차원에서 탄약저장시설의 소화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산지 형태의 지형 특성을 고려해 지난해 첫 도입한 산악용 소방차.사진=한재호 기자
산지 형태의 지형 특성을 고려해 지난해 첫 도입한 산악용 소방차.사진=한재호 기자

입·출항 함정 수시로 자기 측정 지원
다음으로 찾은 곳은 해군 유일의 함정 자기장 측정소인 함정자기장관리대 자기 측정소였다. 선체가 철로 이뤄진 함정은 자기장의 영향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자기값이 증가한다. 기뢰(機雷) 위협으로부터 함정 생존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자기값을 주기적으로 낮춰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확한 함정 자기 측정이 필요하다.

병탄창은 지난 2014년 대형 함정 건조 추세에 발맞춰 규모를 확대하고, 높은 수준의 고정밀 자기장 센서를 적용한 새로운 자기 측정소와 자기 처리소를 부도·소모도에 각각 건립했다.

김형문 군무주무관은 “해저에 심어진 센서가 함정이 지나가면서 스캐너처럼 자기장 분포를 측정하는 원리로 운영되고 있다”며 “모든 함정에 대해 연 1회 자기 측정을 지원하고 있으며, 입·출항하는 모든 함정에 대해 수시로 측정을 지원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함정이 자기장 기준을 초과하면 자기장을 기준치 이하로 조정해 안전운행을 돕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도에는 장병·군무원들의 고립감을 해소하고, 방문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특별한’ 만남의 장소도 있다. ‘바다 드림’이 주인공이다. 코로나19 확산 이전 가족 초청행사 때 면회장소였던 이곳은 5개의 격실과 다목적 교육실, 체육시설 등을 갖춰 교육·단합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노성수 기자 < nss1234@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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