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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 하이브리드 워(Hybrid War): 러시아-조지아 전쟁 (2008. 8. 7 ~ 12)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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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는 장차 군사작전을 위해 훈련을 한다. 러시아의 ‘코카서스 프론티어 2008’은 조지아를 공격하기 위한 전통적인 군사훈련이었다. 그런데, 러시아는 또 다른 곳에서도 훈련을 진행했다. 8월 7일 조지아에서 물리적인 포성이 시작되기 수 주일 전부터 인터넷 공간에서 사이버 전쟁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러시아 정부와 관련이 깊은 웹사이트, 채팅방,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이버 전쟁에 참여할 민간 해커들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사이버 전사로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공격 대상과 방법에 대한 논의를 광범위하게 진행했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드레스 리허설
러시아 해커들의 본격적인 움직임은 공교롭게도 군사훈련과 맞아떨어졌다. 러시아의 군사훈련은 7월 5일 시작되었고, 미국과 조지아의 연합훈련이 시작된 둘째 주부터 실기동훈련 단계로 전환되었다. 사이버공간에서 실시된 해커들의 훈련도 실기동 훈련에 맞춰 7월 18일경부터 본격화되었다. 러시아가 곧 있을 대규모 전쟁을 위하여 7월에 두 번의 드레스 리허설(Dress Rehearsal·의상과 분장을 갖추고 실제와 동일하게 행해지는 연극의 마지막 총연습)을 실시한 것이다.
서구 사이버보안 전문가들은 7월 18일부터 이틀간 발생한 분산 서비스 거부(디도스, DDoS) 공격을 받아 조지아 정부의 일부 웹사이트가 마비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미하일 사카슈빌리 조지아 대통령의 웹사이트가 주요 공격 대상이었고 24시간 동안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에 놓였다. 디도스 공격을 명령한 C&C 서버(좀비PC를 통제하는 지휘 및 통제 서버)가 러시아의 한 지방 ISP(인터넷 서비스 제공 회사)를 사용했다.
그리고 공격 명령에도 러시아와 연관된 메시지가 있었다. 그러나 이것들은 정황적 증거였을 뿐 아직 공격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하기에는 부족했다. 그럼에도 이것들이 대규모 사이버 전쟁의 전조임에는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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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군사 개입
2008년 7월부터 남오세티야 내 분리독립주의자의 테러 행위가 강도를 높여갔고, 급기야 8월 5일 남오세티야 자치정부가 조지아에 대한 선전포고를 발표했다. 8월 7일 중무장한 조지아의 군대는 남오세티야 자치공화국 내에서만 제한적 군사작전을 시도했다. 남오세티야가 보유한 약 3000명의 준군사조직은 조지아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문제는 오히려 그동안 조지아 내 자치공화국의 분리독립을 강력히 지원해 왔던 러시아였다.
러시아는 조지아의 제한된 군사행동에 대한 대응으로 조지아 전역에 대한 군사작전으로 맞섰다. 그들은 조지아 내 러시아계 주민과 자국의 평화유지군 보호를 명분으로 군사개입을 결정했다.
8월 8일 러시아의 전투기가 조지아 상공을 비행하며 군사목표를 타격하기 시작했다. 해군은 흑해를 봉쇄하여 조지아를 외부로부터 고립을 시켰다. 이미 조지아 내에 주둔하고 있던 평화유지군에 더해 ‘코카서스 프론티어 2008’ 훈련을 마치고 국경에서 대기 중이던 7만 명 이상의 러시아 육군도 조지아의 국경을 넘었다. 러시아는 전통적인 전장 공간인 육·해·공 세 개의 전선에서 조지아를 압박했다.
사이버 수단에 의한 전략목표 마비
그런데, 러시아는 육·해·공 세 개의 전선이 아닌 네 개의 전선에서 조지아를 공격했다. 그 네 번째 전선은 사이버공간이었다. 사이버 인프라 구축 상태와 국민의 인터넷 접근성이 세계 기준 최하위였던 조지아였지만, 그들 역시도 지휘 및 통제 시스템은 인터넷에 의존하고 있었다. 러시아는 재래식 군사력이 투사되기 하루 전인 8월 7일 조지아의 지휘체계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사이버 공격 준비 사격을 개시했다. 8일 절정에 이른 집중적 사이버 공격으로 외부세력이 조지아의 주요 서버를 통제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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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의 대통령, 국방부, 내무부, 외교부, 의회 등의 웹사이트들이 디도스와 악성 바이러스, 웹사이트 위·변조 공격에 노출되어 그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 전쟁 중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대통령, 전쟁을 직접적으로 수행하는 국방부, 현재 상황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통제해야 하는 내무부,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서방국가와 소통해야 하는 외교부, 입법을 통해 행정부의 기능을 도와야 하는 의회 등에 대한 전면적 사이버 공격이었다. 초기 사이버 공세는 조지아 내의 전략적 목표들에 대한 완벽한 무력화 시도였다.
민간에 대한 심리적 타격
민간 영역에 대한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은 조지아 시민들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다. 시민들은 대부분의 중요 정부 웹사이트에 접근할 수 없는 상태였다. 혹, 일부 조지아 시민이 웹사이트에 접속해도 러시아의 웹사이트 위·변조 공격이 만들어낸 각종 악의적 선전 문구만을 볼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 조지아의 언론기관 역시도 집중 공격의 대상이었다. 전쟁 기간 디도스 공격으로 접속이 불가능했던 웹사이트들은 조지아 시민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뉴스포털, 영문 뉴스 사이트, 민영TV, 그리고 외국계 통신사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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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조지아 시민들은 전쟁의 발발, 계엄령의 선포, 전선의 상황, 위급 시 행동요령 등 긴급 상황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제공 받을 길이 없었다. 또한, 외국 정부와 해외 언론 역시도 조지아 내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어떠한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 이외에도 조지아의 인터넷 서비스 제공회사, 통신사, 금융회사 등도 사이버 공격을 받아 무력화되었다.
육·해·공 + 사이버 공간에서의 완전한 패배
결국, 러시아는 육상, 해상, 공중, 그리고 사이버공간에서의 엄청난 공세로 단 5일 만인 8월 12일 조지아로부터 항복을 받았다. 재래식 군사력의 현격한 차이로 러시아의 손쉬운 승리는 당연했지만, 여기에 더해 조지아는 사이버공간을 너무 쉽게 러시아에 내줌으로 인하여 민·관·군에 대한 지휘통제력을 조기에 상실했다. 사이버공간을 활용한 러시아의 전략은 성공이었다. 러시아와 조지아 간의 전쟁은 앞으로 벌어질 새로운 형태의 전쟁 양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이며, 이는 재래식 전쟁과 사이버 전쟁이 결합된 첫 번째 하이브리드 전쟁(Hybrid War)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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