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세계는 사이버전쟁 중

[러시아-조지아] 전략적 중요 시설 무력화… 조지아, 5일 만에 항복

입력 2021. 01. 29   16:48
업데이트 2021. 02. 0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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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 하이브리드 워(Hybrid War): 러시아-조지아 전쟁 (2008. 8. 7 ~ 12) <상>


선거부정 계기 ‘탈러시아’ 장미혁명
2008년 조지아서 의문의 폭발
러시아 개입으로 전쟁 본격화
강력한 사이버공격 전 세계 이목 집중


1991년의 걸프전쟁은 크게 공중과 지상 작전으로 나뉜다. 먼저, 미국의 다국적군은 약 39일간의 공습으로 이라크의 군 지휘부, 통신시설, 대공망, 레이더 등 전략 목표를 무력화시켰다. 완벽한 공습에 이은 지상군 투입은 약 100시간 만에 종료되었다. 다국적군은 최소한의 손실로 승리를 거두었다.

2008년 러시아의 조지아(Georgia) 침공 전쟁은 이와 유사했다. 다만, 러시아-조지아 전쟁에서는 강력한 사이버 공격이 공습을 대신했다. 즉, 러시아는 사이버 전쟁을 통해 조지아 내의 전략적 중요 시설을 무력화시키는 동시에 조지아를 외부와 완전히 단절시켰다. 이와 동시에 이루어진 러시아 육·해·공의 재래식 전투력은 단 5일 만에 조지아를 항복하게 만들었다.

두 대륙이 만나는 전략적 요충지

조지아는 1991년 4월 9일 소련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인구 400만 명의 작은 신생 국가이다. 한때 ‘그루지아’로 알려져 있었지만, 2000년대 후반 국제사회에 러시아식 발음이 아닌 영어식 발음인 조지아로 불러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지리적으로는 북으로 러시아, 서로 흑해, 남으로 터키와 아르메니아 그리고 아제르바이잔과 맞닿아 있다. 역사적으로 조지아는 그리스, 페르시아, 오스만 제국, 그리고 러시아 제국에 이르기까지 강대국들의 통치를 끊임없이 받아왔다. 국가가 위치한 유라시아 대륙의 코카서스 지방이 유럽과 아시아가 만나는 전략적 거점이었기 때문이었다.

장미혁명

조지아 민족은 소련으로부터의 독립 과정에서 친(親)러시아 성향의 이질적인 세 개의 민족과 함께 하나의 국가로 독립했다. 그러나 조지아 정부는 러시아의 압력 때문에 이질적 민족에게 자치권을 부여해야만 했다. 조지아 내에 남오세티야(South Ossetia), 압하지야(Abkhazia), 그리고 아자리야(Adjara)라는 세 개의 자치공화국이 있는 이유이다. 그럼에도 조지아는 건국 초기부터 완전한 분리독립을 원하는 자치공화국들과 내전을 치르며 끊임없는 긴장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2003년 조지아의 현역 대통령이자 친러 성향의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Eduard Shevardnadze)가 선거에서 부정을 저질렀다. 민주화와 탈(脫) 러시아를 외치는 장미혁명(Rose Revolution)의 촉발 계기였다. 2000년대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국가들의 시민이 일으킨 각종 색깔 혁명의 시초였다. 


장미혁명으로 부정을 저지른 친러 성향의 대통령은 물러났고, 2004년 미하일 사카슈빌리(Mikheil Saakashvili)가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그는 나토와 유럽연합(EU) 가입 등의 친서방 정책,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 두 자치공화국의 자치권 박탈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즉, 그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친서방 정책을 통해 강력한 군대와 동맹을 확보하여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자 했으며, 조지아 국민은 그를 선택했던 것이다.

조지아가 촉발한 색깔 혁명은 단순한 민주화 운동을 넘어 탈러시아를 향한 시도였다. 이어진 새로운 조지아 정부의 미국을 중심으로 한 친서방적 행보는 러시아를 자극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도미노처럼 자신의 영향력 내에 있는 주변 국가들로 번져 나가는 것을 차단해야 했다.


조지아 시민들이 2003년 부정선거에 항거해 거리로 나와 민주화와 탈러시아를 외치고 있다. 이는 장미혁명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위키피디아
조지아 시민들이 2003년 부정선거에 항거해 거리로 나와 민주화와 탈러시아를 외치고 있다. 이는 장미혁명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위키피디아

전쟁으로 가는 길

2008년 초 친서방 성향의 사카슈빌리의 재선과 함께 조지아와 러시아 간의 정치적 긴장감이 이전보다 더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해 봄부터는 양측 간의 물리적 충돌이 평소보다 격화하는 양상을 보인 것이다.


4월 20일 압하지야 자치공화국 상공을 날던 조지아의 드론이 러시아 전투기에 의해 격추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러시아는 자신의 소행이 아니라며, 오히려 군대를 압하지야 지역으로 집결시켰다. 과거 조지아와 맺은 협정에 따라 평화유지군이란 미명하에 최대 3000명의 러시아군이 압하지야에 주둔할 수 있었다. 심지어 러시아는 철도부대를 동원하여 전쟁이 가능하도록 압하지야 지역 내 철도망을 보수 및 증설하였다. 조지아는 그들이 평화유지군이 아닌 전쟁을 위한 중무장 군대라며 반발하는 동시에 맞대응 차원에서 압하지야에 군대를 보내 러시아군과 대치 상태에 들어갔다.

한편, 조지아와 러시아는 각각 대규모 군사훈련을 통해 서로에 대한 무력시위에 들어갔다. 조지아군은 7월 15일부터 약 보름간 미군 1000명, 그리고 우크라이나,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군대와 함께 연합훈련인 ‘즉각대응 2008(Immediate Response 2008)’ 훈련을 실시했다. 러시아도 이에 대응하여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야를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군사계획을 포함한 ‘코카서스 프론티어 2008(Caucasus Frontier 2008)’ 훈련을 실시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러시아는 훈련 종료 후에도 참가 부대 대부분을 조지아와의 국경에 임시로 주둔시켰다는 점이었다.


2008년 실시된 ‘즉각대응(Immediate Response 2008)’ 연합훈련에 돌입하며 미국과 조지아 등 참가국들이 공식 의장행사를 갖고 있다.   미 육군 홈페이지
2008년 실시된 ‘즉각대응(Immediate Response 2008)’ 연합훈련에 돌입하며 미국과 조지아 등 참가국들이 공식 의장행사를 갖고 있다. 미 육군 홈페이지


러시아의 군사적 개입

훈련이 한창이던 7월이 되자 조지아와 러시아 간의 군사적 긴장이 압하지야 자치공화국에서 이제는 남오세티야 자치공화국으로도 번졌다. 조지아와 남오세티야의 분리독립주의자 간에 국지적인 충돌이 빈번히 일어났다. 8월 1일에는 결정적 사건이 벌어졌다.


조지아의 경찰이 남오세티야 자치공화국의 중심도시인 츠힌발리(Tskhinvali)에서 일어난 의문의 폭발로 큰 부상을 입었다. 조지아는 바로 남오세티야 분리주의자들에 대해 보복성 공격을 감행했다. 양측 간의 국지적인 게릴라전이 이어졌다. 2004년 친서방 대통령 당선 이후 최악의 군사적 상황이었다.

러시아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 사태에 개입했다. 러시아는 8월 3일 여자와 어린이들을 포함해 분쟁지역에 거주하는 약 2만 명의 남오세티야 민간인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켰다. 이틀 뒤 남오세티야는 조지아에 대하여 선전포고를 했다. 다음 날 조지아와 남오세티야 간의 격렬한 포 사격으로 이어졌다. 남오세티야의 도발을 응징하기 위해 조지아의 군대가 8월 7일 오후 남오세티야로 진격해 들어가며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동시에 조지아는 외교적으로 러시아의 개입을 막기 위한 회담을 원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를 거부하며 기다렸다는 듯이 조지아에 대해 무력행위를 개시했다.

사이버와 전통적 전쟁의 결합

그런데 러시아-조지아 전쟁은 독특한 이유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번 전쟁이 전통적 전쟁 공간인 육·해·공을 넘어 사이버 공간에서도 동시에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러시아-조지아 전쟁을 하이브리드 전쟁(Hybrid War)으로 부르는 이유이기도 했다.


■ 글쓴이

 
박동휘 소령

육군3사관학교 군사사학과 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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