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회
● 해군잠수함사 909잠수함교육훈련전대 교육훈련 현장을 가다
모든 교육훈련 실제 잠수함 훈련과 똑같이 진행
‘기본과정+보수교육’ 통해 정예 승조원 양성
비상상황 대비 손상통제훈련 주기적으로 시행
국제잠수함과정 UAE 등 9개국서 66명 수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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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탐 접촉 보고! 표적방위 O도, 방위끌림 왼쪽. 오디오상 군함!”
거대한 반원기둥형의 909전대 손원일급 잠수함(KSS-Ⅱ) 전술훈련장에서 손원일함 공격훈련이 전개되고 있었다. 붉은빛이 감도는 훈련장 내부는 손원일함 승조원들의 긴급한 외침으로 가득했다. 승조원들은 여러 대의 콘솔 앞에 앉아 헤드폰을 쓴 채 훈련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승조원 반대편으로는 잠망경과 테이블 형태의 항해지휘 콘솔이 보였다. 잠수함 전투지휘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훈련장 모습과 결연한 승조원들의 표정을 보니 실제 작전이 이뤄지는 바닷속 깊은 곳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현장을 안내한 909전대 한동윤(소령) 전술훈련대장은 “잠수함 전투지휘실 요원들이 각종 전술훈련을 하는 훈련장”이라며 “실제 잠수함에서 운용하는 콘솔과 표적소음을 유사하게 모사하는 시뮬레이터가 있어 실전적인 훈련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승조원들은 취재진이 들어온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훈련을 이어갔다. 음탐사 변종락 하사는 소리만으로 추진기 특성을 파악해 표적을 분석했고, 무장관 조재영 소령은 각종 센서의 흐름을 파악하며 관심 표적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이후 조 소령은 표적의 속도와 침로를 산출해 표적이 언제 아군에 도달하는지를 파악하는 ‘표적 문제 해결’에 집중했다. 이상희(대령) 손원일함장은 부장·작전관 등과 함께 항해지휘 콘솔을 통해 전체 상황을 모니터하며 작전을 구상했다.
표적 문제가 해결되자 이 함장은 마지막으로 잠망경을 통해 표적의 실체와 실제 거리를 확인했다. 잠망경 손잡이를 잡고 제자리에서 360도 회전하며 올렸던 손잡이를 재빨리 내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 함장은 “잠망경이 수면 위로 올라가는 순간 적에게 노출될 위험이 커진다”며 “은밀함이 잠수함의 생명인 만큼 6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바다 위 전방위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함장의 어뢰발사 명령과 무장관의 복창이 이어졌고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5, 4, 3, 2, 1, 발사!” 무장관과 음탐관은 각각 어뢰 발사 허가 버튼과 발사키를 동시에 눌러 어뢰를 발사했다. 어뢰 경로는 통합전투체계 화면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곧이어 어뢰가 적 군함을 명중시킨 폭음이 들렸고 함장이 잠망경으로 최종 확인하는 것으로 가상 훈련은 마무리됐다.
잠수함 승조원들은 909전대가 2014년부터 운영하는 이 전술훈련장에서 안전을 확보한 가운데 전투 수행에 필요한 전술을 완성하고 무장운용을 비롯한 전투기량을 연마하고 있다. 훈련장에서 이뤄지는 모든 훈련은 실제 잠수함에서의 훈련과 똑같이 진행된다. 수중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잠수함에게 바다는 경험을 축적하는 곳이 아니라 실력을 증명해야 하는 곳이 될 수밖에 없다. 잠수함 승조원들은 육상에서 진행되는 교육훈련을 통해 실력을 갖춘 뒤 바다로 나간다. 완벽하게 준비된 잠수함만이 출항 허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909전대 이종복(중령) 훈련대대장은 “최고의 잠수함은 가장 훈련을 많이 한 잠수함”이라며 “909전대 전술훈련장에서는 대잠전, 항해숙달, 단대공격, 목표해역 침투 등의 훈련으로 승조원들의 기량을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5년 인고의 시간 거쳐 정예 잠수함 승조원으로 거듭나
숙련된 잠수함 승조원이 되기까지는 약 5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수중에서 표적소음만으로 적아를 식별하고 기동 형태를 파악하는 것은 상당한 난도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7개월의 잠수함 기본과정을 마친 승조원은 1년 이상 잠수함 근무를 해야 ‘잠수함 승조자격(SQS)’을 얻을 수 있다. 이후 3년이라는 숙달과정을 거치며 정예 잠수함 승조원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에 909전대는 크게 잠수함에서 기본 임무 수행에 필요한 전문지식과 능력을 구비하는 데 중점을 둔 ‘잠수함 기본과정’과 잠수함 승조 예정 간부를 대상으로 함형별 운용, 작전임무 수행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함양하는 실무형 교육인 ‘보수교육’ 두 가지로 구분해 잠수함 승조원을 육성한다. 이렇게 탄생한 잠수함 승조원은 시뮬레이터 전술훈련, 조종훈련 등을 통해 개인 전투기량을 향상하고 팀워크를 공고히 다지게 된다.
또한 909전대는 잠수함의 대잠전 수행 능력과 무장운용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연 1회 해군 전 잠수함을 대상으로 ‘잠수함 추적 및 공격훈련 경연대회’를 개최한다. 이 대회는 잠수함들이 그동안 갈고닦은 전투력을 종합적으로 발휘하는 경연장이다. 대회 참가 잠수함들은 적 잠수함 탐지·식별, 추적, 적대행위 시 공격 등 일련의 전투 과정을 엄격한 잣대로 평가받는다.
안전항해·생존성 향상에도 심혈 기울여
909전대는 ‘100번 잠항하면 100번 부상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잠수함 항해안전 및 생존훈련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전투임무 수행 중 발생 가능한 비상상황이나 장비·계통의 고장 상황 시 신속하고 정확한 대처 능력을 향상하는 데 중점을 두고 시행되는 ‘전투잠항훈련’이 대표적이다. 전투잠항훈련은 정박-해상 훈련을 연계해 진행된다. 승조원들은 연 1회 시행되는 이 훈련을 준비하며 비상상황에서도 생존과 최고도의 작전 수행 능력을 동시에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있다. 이 밖에도 전대는 수중, 폐쇄된 환경에서 승조원의 생존성을 보장하기 위해 ‘손상통제훈련’도 주기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승조원의 수준과 팀워크 정도의 지표가 되는 이 훈련은 실제상황과 유사한 환경으로 조성된 훈련장에서 진행된다.
이러한 교육훈련 결과는 외국군이 우리나라 해군에서 잠수함 관련 교육을 받는 ‘국제잠수함과정’ 개설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국제잠수함과정은 우리 해군에서 시행하는 최초의 국제교육과정으로 우리 잠수함부대의 우수성이 국제적으로 증명된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지난 2013년 개설된 이 과정은 디젤잠수함 운용(예정)국 장교와 부사관을 대상으로 연 1회 8주간 진행된다. 909전대는 지금까지 아랍에미리트, 터키, 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9개국 66명의 외국군 장교와 부사관 수료생을 배출했다.
최종필(대령) 909전대장은 “잠수함 승조원들은 바다로 나가기 전 수많은 교육훈련으로 단련하고, 실전에서 유감없이 실력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909전대는 우수한 교육훈련 체계와 실전적 프로그램으로 최고의 전투력을 완비한 수중 창끝부대 승조원을 육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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