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조기 도입, 법제가 곧 전투력이다

입력 2026. 09. 02   15:39
업데이트 2026. 09. 0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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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치범 교수 건양대 군사학과
신치범 교수 건양대 군사학과



최근 전쟁은 첨단과학기술의 조기 도입이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임을 보여준다. 인공지능(AI), 드론, 로봇과 소프트웨어가 지상전 양상을 바꾸면서 기술을 얼마나 신속하게 식별하고 실증하며 전력화하느냐가 전장의 주도권을 좌우하고 있다. 

문제는 기술의 부재가 아니다. 국내에는 이미 우수한 민간 첨단기술이 축적돼 있다. 진정한 병목은 이를 야전에서 실증하고 적기에 획득하며 지속적으로 운용개량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법과 제도다. 기술수명주기는 1~2년으로 짧아졌지만 기존 획득체계에는 7~10년 이상 소요된다. 시범사업에서 성능이 입증돼도 본사업으로 연결하는 제도적 전환 경로가 부족하고, 소프트웨어 중심 무기체계도 하드웨어 중심 획득 절차와 경직된 단년도 예산 구조에 묶여 있다.

군사선진국은 제도를 기술의 속도에 맞게 바꾸고 있다. 미국은 신속 시제품 개발과 비전통 방산기업의 참여를 보장하고, 영국은 최소 배치 가능 능력을 우선 전력화한 뒤 나선형 개발을 통해 성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한다. 이스라엘은 연구개발부터 전력화까지 전주기를 통합 관리하며, 우크라이나는 전선 수요와 민간 드론 개발을 연결해 현장 피드백을 수일에서 수주 내 기술 개량으로 환류한다. 제도적 수용성과 전장 적응력이 곧 전투력임을 보여준다.

육군도 최근 전쟁의 요구와 정부 정책에 정합성 있게 대응하며 첨단전력 조기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와 연계해 산업부와 과기정통부, 중기부의 첨단기술 실증사업을 육군에 유치하고 있다. 야전부대와 훈련장을 국방혁신 테스트베드로 제공해 로봇과 드론 등 민간기술을 실전적 작전환경에서 검증하고 운용자 피드백을 성능개량에 환류하려는 것이다.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육군본부 정책실은 ‘첨단과학기술의 육군 조기 도입을 위한 법령 제·개정 방안 연구’를 정책연구용역으로 추진했다. 필자도 공동연구원으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소요결정의 경직성, 신속 소요 제도의 실효성 부족, 시범사업과 본사업 간 단절, AI·소프트웨어 전용 획득 경로 부재, 육군의 독자적 R&D 및 예산 권한 미비와 범부처 규제 충돌을 핵심 병목으로 진단했다.

육군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예산 확보와 획득·구매로 이어지는 3개 트랙의 법제 혁신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제1트랙은 국방 관련 실정법을 개정해 신속 도입 경로를 확대하는 것이다. 제2트랙은 범부처 협업을 통해 민간 실정법의 규제를 혁파하고 국방 특례를 확보하는 것이다. 제3트랙은 특별법을 제정해 미래지향적 입법환경을 선점하는 것이다. 방사청이 추진 중인 ‘국방 첨단전력사업에 관한 법률안’과도 연계해 추진력을 높여야 한다.

제도를 실행할 조직도 정비한다. 육군은 올해 안에 미래 업무를 전담할 참모부를 신설할 예정이다. 이 조직이 미래전 소요 발굴과 전투실험, 첨단전력 획득 지원과 범부처 협업을 관통한다면 3개 트랙을 실행하는 혁신 거버넌스가 구축될 것이다.

정책연구의 가치는 보고서 발간이 아니라 실행에서 완성된다. 육군은 연구 결과를 법과 제도, 예산과 획득으로 연결해 AI 기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를 조기에 구축해야 한다. 법제 혁신은 전력 증강의 후속 조치가 아니다. 첨단기술을 적시에 전투력으로 전환하는 가장 선행적이고 경제적인 전력 증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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