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TC에서 배운 판단의 중요성

입력 2026. 09. 02   15:41
업데이트 2026. 09. 0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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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예진 생도 육군사관학교 4학년
민예진 생도 육군사관학교 4학년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 훈련이 시작되기 전까지 전술은 교범을 통해 배웠던 이론적 지식이었다. 분대 및 소대 전투에서 익혔던 원칙과 절차를 KCTC 훈련에서도 충실히 수행한다면 임무를 완수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 KCTC 훈련은 달랐다. 계획은 끊임없이 예상 밖 상황과 마주했고, 충분한 정보와 판단의 시간은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다. 그 속에서 전장에는 정답이 없으며, 장교에게 중요한 것은 변화하는 상황에서 적절한 판단을 내리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공격작전 기동 시 그 사실을 가장 먼저 깨달았다. 지도에는 길이 표시돼 있었지만 우리는 그 길로 가지 않았다. 도로나 산길은 가장 빠른 이동로였지만 동시에 적이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경로기도 했다. 우리는 수풀을 헤치고 나뭇가지를 밀어내며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 거의 없는 곳으로 이동했다. 고지를 점령할 때도 정해진 산길을 벗어나 산비탈을 올랐다. 속도는 느리고 체력 소모도 컸지만, 그 길이 가장 안전했다. 그때 전장에서는 가장 편한 길이 아니라 상황에 적합한 길을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을 몸으로 이해했다.

공격작전은 계속됐고, 처음 세운 계획은 유지되지 않았다. 적은 예상과 다르게 이동했고, 작전 초기 아군이 적의 포탄 공격으로 큰 피해를 입으면서 계획을 계속 수정해야 했다. 지휘관은 제한된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하고, 병력의 이동과 임무를 다시 조정했다. 그 모습을 보며 전술적 지휘란 처음 세운 계획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결심을 수정하는 과정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적절한 판단은 쉽지 않았다. 특히, 폭우와 통신 장애는 상황 파악을 어렵게 만들었다. 비가 쏟아지자 젖은 전투복과 장구류는 점점 무거워졌고, 기동 시간은 예상보다 길어졌다. 체온은 떨어지고 체력은 빠르게 소모됐다. 통신까지 원활하지 않자 총성이 들렸지만 적의 규모와 위치, 아군의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 총성만으로는 다음 행동과 경계 방향을 결정하기 어려웠다. 그때 정보와 통신은 단순한 기술적 수단이 아니라 올바른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전투력임을 실감했다.

또한 방어작전에서도 판단의 어려움을 실제로 체감했다. 작전 간 소대원이 소규모의 적을 발견하자 소대장이 무전으로 상황을 보고 및 전파 후 각 분대는 명령에 따라 횡방향으로 전개했다. 적을 산 위쪽으로 몰아 포위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누구도 망설이지 않았고, 각자 자신의 위치와 역할에 따라 빠르게 움직였다. 순식간에 소대장의 판단은 각 분대의 움직임을 결정했고, 이를 신뢰한 소대원들이 하나의 포위망을 형성했다. 제한된 정보 속에서도 필요한 순간에 방향을 제시하고, 그 판단이 행동으로 이어질 때 부대의 전투력이 발휘된다는 사실을 느꼈다.

KCTC 훈련 경험을 통해 제한된 정보 속에서 방향을 정하고, 그 판단을 부대의 행동으로 연결하는 것이 지휘임을 배웠다. 길 대신 수풀을 선택해야 할 때도 있었고, 기존 계획을 바꿔야 할 때도 있었으며, 부족한 정보 속에서 결심을 내려야 했다. 이론적으로 배웠던 전술은 중요한 기본기였지만, 실제 전장에서는 상황에 맞게 수정하고 응용할 수 있어야만 했다.

앞으로 지금보다 어려운 결정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때마다 수풀을 헤치며 걸었던 길을 기억하고, 익숙한 길이 아니라 가장 적합한 길을 선택하며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책임 있게 판단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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