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열린문 ‘상시채용’ 청년엔 좁은문

입력 2026. 09. 02   16:12
업데이트 2026. 09. 0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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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경제 이슈 - 늙어가는 일자리 ‘청년 난감’

취업자 증가 폭 10만 명대 회복
청년 실업자는 1년 전보다 4만 명↑
제조·건설업 안정적 일자리 줄어
기술·전공과 시장 수요 간극 확대
청년 고용 구조적 해법 찾아야

 

서울의 한 대학 게시판에 붙은 AI 관련 행사 안내문 옆을 학생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학 게시판에 붙은 AI 관련 행사 안내문 옆을 학생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쉬었음 청년’이 ‘숨고르기 청년’으로, 그리고 이제는 ‘사회적 로그아웃 청년’으로. 청년들이 일하지 않는 상태를 부르는 이름이 몇 년 사이 세 번이나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이름이 바뀔 때마다 청년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왜 이름을 바꿔도 불편함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을까요. 문제는 청년을 부르는 말이 아니라 청년을 받아주지 않는 일자리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 냉정한 현실은 최근 발표된 통계에서 다시 한번 확인됩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913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10만8000명 늘었습니다. 취업자 증가 폭이 4개월 만에 다시 10만 명대를 회복했다는 점만 보면 고용시장이 숨통이 트인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3월 20만6000명이었던 증가 폭은 4월 7만4000명, 5월에는 4만 명 감소로까지 꺾였다가 6월 6만3000명, 7월 10만8000명으로 다시 반등하는 흐름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회복은 세대를 가리지 않고 골고루 퍼진 온기는 아니었습니다. 15세 이상 전체 고용률은 63.3%로 오히려 1년 전보다 0.1%포인트 하락하며 넉 달 연속 내리막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그 하락의 가장 깊은 골짜기에 청년층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15~29세 청년 실업자는 25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4만1000명 늘었고, 청년 실업률은 6.8%로 1.3%포인트 뛰었습니다. 이 상승 폭은 2021년 1월 이후 5년6개월 만에 가장 큰 수치입니다. 청년 취업자 수는 19만 명 넘게 줄며 45개월째, 그러니까 4년 가까이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공식 실업률조차 청년들이 체감하는 어려움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을 준비하거나 구직을 아예 포기한 이들은 통계상 실업자로 잡히지 않습니다. 이들까지 포함한 확장실업률, 이른바 ‘체감실업률’은 공식 수치보다 항상 훨씬 높게 나타납니다. 숫자 뒤에 숨은 청년들까지 헤아리면 이번 통계가 보여주는 것보다 현실은 더 팍팍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전체 취업자는 늘었는데 왜 청년만 이렇게 밀려나는 걸까요. 답의 상당 부분은 채용 방식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한때 기업들은 매년 봄과 가을, 정해진 시기에 대규모로 신입사원을 뽑는 공개채용을 운영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대기업이 잇따라 공채를 폐지하고 상시채용으로 전환하면서 채용 시기와 규모를 예측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정해진 날짜에 맞춰 스펙을 쌓고 준비하던 방식이 통하지 않게 된 셈입니다.

상시채용은 필요할 때 필요한 인원만 뽑는 구조인 만큼 신입보다 즉시 실무에 투입 가능한 경력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집니다. 채용 공고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지만 정작 그 문이 신입 청년들에게는 예전보다 훨씬 좁아진 것입니다. 채용 시기가 흩어지고 문턱이 높아지면서 청년들은 언제, 어디에 지원해야 할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습니다. 공무원 시험이나 공공기관 채용처럼 시기와 절차가 비교적 분명한 곳으로 청년들이 몰리는 것도 이런 불확실성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선택에 가깝습니다. 




산업별로 들여다보면 구조적인 신호가 더욱 뚜렷합니다. 제조업 취업자는 6만8000명 줄며 25개월 연속 감소했고, 건설업 역시 5만7000명 줄어 27개월째 내리막입니다. 반면 늘어난 자리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17만3000명),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행정(4만6000명) 같은 분야였습니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제조업·건설업의 안정적 일자리는 계속 줄어드는데 늘어나는 일자리는 청년층과 접점이 상대적으로 적은 영역에 몰려 있는 셈입니다. 

여기서 드러나는 것은 단순히 ‘자리가 없다’는 문제만이 아닙니다. 대학과 전공을 통해 습득한 기술과 실제 시장이 필요로 하는 역량 사이의 간극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보건·복지 분야의 채용이 늘어난다 해도 공학이나 제조 관련 전공을 택한 청년이 그 자리로 곧장 옮겨갈 수는 없습니다. 일자리 총량이 늘어도 청년들에게는 여전히 ‘그림의 떡’인 상황이 반복되는 이유입니다. 60세 이상 취업자만 23만1000명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이번 고용지표는 세대 간 온도차가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드러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흐름은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사이에서도 청년 고용은 유독 경기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표로 꼽힙니다. 기업들이 채용을 줄일 때 가장 먼저 손을 대는 것이 신입 채용이고 경기가 회복돼도 청년 채용은 가장 늦게 돌아오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한국의 경우 제조업이라는 전통적인 청년 고용의 축이 구조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경기 순환으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대응은 구조적 처방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이름 바꾸기 논쟁이 대표적입니다. ‘숨고르기 청년’ ‘사회적 로그아웃 청년’ 같은 표현이 등장한 배경에는 청년실업 문제를 언어적으로 관리하려는 접근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조업과 건설업에서 사라진 일자리는 이름을 바꾼다고 돌아오지 않습니다. 정책의 초점이 청년을 어떻게 부를지가 아니라 청년을 어디로 흡수할지에 맞춰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번 고용 동향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전체 고용 총량의 회복만으로는 청년층이 체감하는 냉기를 가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공공부문 채용을 늘리는 임시방편이나 통계 용어를 순화하는 언어적 접근으로는 제조업과 건설업에서 사라진 일자리의 빈자리를 메울 수 없습니다.

지금 청년 고용시장에 필요한 것은 임시방편이 아니라 구조적인 해법입니다. 제조업과 건설업에서 사라진 자리를 메울 새로운 산업을 키우고 청년이 쌓아온 역량과 시장이 요구하는 수요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일이 우선입니다. 상시채용이라는 흐름을 되돌릴 수 없다면 그 안에서 청년들이 첫걸음을 뗄 수 있는 통로만큼은 정부와 기업이 함께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필자 안서진은 매경AX에서 산업 분야 취재를 담당하는 기자다. 모바일·항공·반도체 등 우리 경제에 밀접한 소식을 취재해 독자에게 전하고 있다.
필자 안서진은 매경AX에서 산업 분야 취재를 담당하는 기자다. 모바일·항공·반도체 등 우리 경제에 밀접한 소식을 취재해 독자에게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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