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 싶지만 무거운 건 싫어 쉿, 우리끼리만…연결

입력 2026. 09. 02   15:16
업데이트 2026. 09. 0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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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에서 만나는 트렌드 - 딥라이트(Deep-lite) 관계

셋로그·비리얼·Yope…
소수 친구들끼리만 일상 공유
폐쇄형 SNS 관계맺기 앱 인기
날것 그대로·부담없는 소통 공통점
저비용·저마찰·저약정 관계 추구

최근 국내외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실시간 일상 기록·공유 SNS 앱 ‘셋로그’ ‘비리얼’ ‘Yope’. 플레이스토어 셋로그·비리얼·Yope 캡처 화면
최근 국내외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실시간 일상 기록·공유 SNS 앱 ‘셋로그’ ‘비리얼’ ‘Yope’. 플레이스토어 셋로그·비리얼·Yope 캡처 화면

 


2026년 상반기, 한국에서 ‘셋로그’라는 독특한 SNS가 인기를 끌었다. 2명에서 최대 12명의 친구들끼리만 일상을 주고받는데, 한 시간에 한 번씩 사진이나 짧은 영상을 찍어 공유하는 형식이다. 또 하나 중요한 특징은 사진, 영상을 보정하거나 꾸밀 수 없다는 것이다. 서로 날것 그대로의 일상을 공유하면서 연결돼 있다는 감각을 확인한다.

흥미로운 것은 해외 젊은 층에서도 이와 유사한 SNS가 인기를 끈다는 점이다. 일본에서는 ‘비리얼(BeReal)’이라는 SNS가 Z세대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셋로그처럼 무보정 사진을 올린다는 점은 동일한데 다른 사람의 사진을 보기 위해서는 자신의 사진도 올려야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구경만 하는 SNS가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참여하는 놀이공간에 가깝다. 미국에서는 ‘Yope’라는 SNS에 주목할 만하다. 초대받은 사람끼리만 게시물을 볼 수 있는 폐쇄형 SNS인데 휴대폰 홈 화면에 위젯 형태로 친구의 사진이 뜨기 때문에 메시지로 소통하지 않아도 서로의 근황을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다. 새롭게 부상하는 SNS의 공통점은 부담없는 소통이라는 것이다.


관계맺기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다. 그런데 연결된 사람의 수는 넘쳐나지만 연결의 질은 떨어지는 시대다. SNS의 변화만 봐도 그렇다. 2025년 공개된 메타 자료에 따르면 이용자들이 친구 콘텐츠를 보는 시간의 비중은 2023~2024년 페이스북은 22%에서 17%, 인스타그램은 11%에서 7%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SNS가 친구들 사이의 소통 창구라기보다는 광고 및 콘텐츠 플랫폼의 성격이 강해진 것이다. 이로 인해 피로감 없이 ‘찐친’들과 소통할 수 있는 폐쇄형 SNS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사람 사이의 친밀함은 부족해지는데 사람들은 점점 더 관계맺기를 어렵게 느낀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서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실제로 응답자의 57%는 ‘요즘 들어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에 동의했다. 그런데 그 이유를 살펴보면 ‘사람들을 만날 때 체력 및 감정 소모가 크다’(48.3%), ‘노력 자체가 피곤하다’(42.7%)는 것이었다.

이에 사람들은 연결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 맺기의 부담을 낮추려 한다. 관계에 드는 시간과 에너지는 줄이고, 어색한 첫 만남은 쉽게 만들며, 새로운 인간관계로 인해 생기는 의무를 제거한다. 이 같은 변화를 ‘딥라이트(Deep-lite) 관계’라 표현하고자 한다. 더 가깝고 싶지만 무겁고 싶지 않은 관계다. 구체적으로 ‘저비용·저마찰·저약정 관계’라는 세 가지 흐름으로 살펴보자.


첫 번째, 관계 유지와 소통에 필요한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저비용 관계’를 추구한다. 음악 공유 서비스 ‘에어버즈 위젯’은 앞서 Yope의 사례처럼 홈 화면에 위젯 형태로 친구의 근황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친구가 방금 어떤 음악을 들었는지 확인할 수 있으며, 서로의 플레이리스트에 이모지나 댓글로 짧게 반응을 남길 수도 있다. 굳이 메시지를 보내 음악을 추천받는 수고로움 없이 옆에 있는 것처럼 취향을 공유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집이 사교활동의 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크고 번잡한 외부 모임에 참석하기보다 소수의 사람들과 홈파티를 여는 식이다. 미국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8%가 지난해에 비해 올해 홈파티를 더 많이 열 것이라고 말했으며, 특히 Z세대는 더 높은 의향을 보였다(47%). 이렇게 변화하는 가장 큰 이유는 ‘친구·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51%)이며, 특히 집을 선호하는 이유는 예산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말그대로 저비용 관계관리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관계를 만들어갈 때 생기는 심리적 어려움을 줄이는 ‘저마찰 관계’다.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 때 거절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대화 소재가 떨어졌을 때의 어색함 등 관계맺기를 어렵게 하는 심리적 마찰을 줄여주는 보조도구들이 인기다. 다양한 ‘질문 카드’가 그러한 예다. 마치 카드 게임처럼 대화 참여자들이 한 장씩 카드를 뽑는데, 각 카드에는 아이스브레이킹에 도움이 되는 질문이 적혀 있다. 진지한 대화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가족·친구·연인 버전 카드도 있다. 어떤 질문을 통해 친해져야 할지, 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을지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보조도구다.

낯선 사람과의 대화가 자연스러울 것이라 생각하는 서구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영국의 맥주 브랜드인 비버타운 브루어리(Beavertown Brewery)는 지점마다 ‘여기 앉아도 될까요?(Is This Seat Taken?)’라는 문구가 적힌 의자를 비치했다.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 자신감이 없는 사람들이 첫인사를 시작할 수 있는 매개를 만든 것이다. 관계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 간단한 인사로부터 시작한다는 캠페인의 일환이다.


세 번째, 관계를 지속해 나가야 한다는 부담을 없앤 ‘저약정 관계’도 있다. 사람들은 때론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지만 그만한 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하고, 또 솔직한 얘기 후에 상대가 자신을 어떻게 볼지 신경쓰이기 마련이다. 자기 개방이 가능하면서도 묶이지 않는 관계를 원한다. 이러한 사례가 ‘일대일 대화권’이다. 홍대 근처의 한 책방 겸 와인바에서는 주인장과 일대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고민이 생겼을 때 정식 상담이나 코칭을 받고 싶은 건 아니지만 누군가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시간이다.

온라인 ‘담타(담배타임)’도 등장했다. 직장이나 모임의 쉬는 시간에 담배를 피우면서 사는 이야기를 나누듯이 온라인에서 담배에 불을 붙인 화면을 띄워놓고 익명의 사람들과 속내를 터놓고 대화를 나눈다. 주변 사람에게 하지 못하는 진솔한 고민도 이곳에서만큼은 자유롭게 오고간다.

딥라이트 관계를 얼핏 보면 관계에 노력을 들이고 싶어하지 않는 개인주의로 보이지만 연락 방식조차 파편화된 사회에서는 관계 하나에도 많은 수고가 든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노력 없는 관계가 아니라 함께하는 경험에 힘을 쏟는 관계일 것이다.


필자 권정윤은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마치고 현재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트렌드코리아』 시리즈의 공저자로 참여하고 있다.
필자 권정윤은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마치고 현재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트렌드코리아』 시리즈의 공저자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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