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스타를 만나다 - ABD 첫 걸그룹 ‘튜이드’
데뷔 전 광고 없이 틱톡 팔로어 100만
예고편 ‘걸스’ 가이드 영상부터 ‘대박’
대중의 지향에 ‘소울트로닉’으로 대답
대형 기획사에 대한 K팝 팬 기대 충족
하이브의 걸그룹 전문 레이블 ABD에서 선보이는 첫 번째 그룹 ‘튜이드(TUIDE)’가 베일을 벗었다. 지난달 24일 첫 EP ‘튠 앤드 플레이(TUNE & PLAY)’를 발표한 그룹은 근래 등장한 걸그룹 가운데 가장 높은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공식 데뷔 전 어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티저 콘텐츠 없이 틱톡 계정 팔로어 100만 명을 끌어모았고, 첫 시작을 예고하는 ‘걸스(GRLS)’의 퍼포먼스 및 가이드 영상은 유튜브와 스포티파이에서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며 성과를 거뒀다. 로파이(Lo-Fi) 스타일로 꾸며진 아기자기한 방에서 일곱 멤버가 순서대로 등장해 시원시원한 춤을 추며 당차게 의지를 다지는 모습이 K팝 팬들의 마음속에 품고 있는 데뷔조의 낭만을 일으켰다. ‘내 친구들을 만나 봐! 우린 이제 제일 친한 친구(bestie)야!’
무대는 작은 방에서 광활한 대자연으로 옮겨진다. 타이틀곡 ‘선 키스(SUN KISS)’의 뮤직비디오에는 아이슬란드의 거대한 폭포와 초현실적인 도로, 검은 모래가 깔린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광활한 바다에서 태양을 부르는 춤을 추는 새하얀 복장의 일곱 소녀가 등장한다. 빛과 생명력, 순환의 세계를 완성하고자 빛을 부르는 의식을 천진하게 거행하는 아이들은 햇볕에 그을린, 햇살을 머금은, 햇살처럼 따스한 목소리로 선율과 박자를 일깨워 내면의 자유를 실현하겠다는 포부를 외친다.
UK 개러지 기반의 미니멀한 댄스곡 ‘걸스’로부터 짐작했던 음악 감각도 더 선명하다. 제작진의 선택은 보사노바 스타일의 기타 리프와 여유로운 리듬 전개를 바탕으로 하는 일렉트로닉 팝이다. 어필 전략은 따로 또 같이다. 곡 전반에 옅게 배경처럼 깔려 있다가 후렴으로까지 이어지는 멤버들의 합창처럼 노래는 일관된 무드를 강조하는 한편 무대에서 멤버들의 동작은 칼군무의 매력을 지키되 사소한 동작에서는 차별점을 둔다.
튜이드의 데뷔는 K팝 팬들이 기대하는 규모를 갖춘 기획사 출신 신인 걸그룹을 향한 기대를 대부분 충족한다. 지금 다시 보고 들어도 충격적인 뉴진스의 ‘어텐션(Attention)’과 동명의 데뷔 앨범 이후 정립된 공식이다.
우선 이국의 풍경과 자연이다. 순수함과 자유로움을 말로만 주장하는 대신 멤버들에게도 처음 방문하는 공간에서의 낯선 설렘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Y2K 리바이벌과 2010년대 파티 문화, 인터넷 레트로를 주창하는 키키도 데뷔곡 ‘아이 두 미(I Do Me)’는 뉴질랜드의 푸르른 초원과 설산을 배경으로 했다. 주제의식은 자유로부터 만들어지는 자신감이다. ‘어텐션’에서 뉴진스가 넘치는 호기심을 관심으로 사로잡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아이 두 미’에서 키키가 나비·무당벌레를 친구처럼 여기며 다짐한 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살아가겠다는 의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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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이드는 이 같은 대중의 요구와 지향을 음악으로 답하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기획사는 튜이드의 음악을 ‘소울트로닉(Soultronic)’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정의한다.
굳이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서두르지 않는 하우스 장르와 개러지의 여유로운 리듬, 서두르지 않는 무드는 세기말부터 2000년대 중후반까지 이어졌던 일본 대중음악의 감각이다. 피치카토 파이브가 감각적인 음악만큼이나 멋진 뮤직비디오와 아트워크를 선보이던 시절 몬도 그로소가 애시드 재즈와 펑크, 보사노바와 전자음악을 결합해 매끈한 일렉트로닉을 들려주고 토와 테이가 솔로로서 음악세계를 굳히며 흐름을 만들었던 시대가 그려진다. 좀 더 나아가면 한국에서 이 흐름을 가져왔던 허밍 어반 스테레오와 클래지콰이 등 음악가들의 이름도 댈 수 있겠다. 자연광, 필름의 질감, 이목구비 뚜렷한 혼혈 멤버들의 이미지 전체가 기획자들이 참조한 대상을 짐작하게 만든다.
이러한 지향은 오늘날 K팝 외에 가장 활발하게 소비되는 장르이자 흐름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2000년대 초에 태어난 음악 소비층은 브라질의 보사노바와 MPB, 2010년대 중후반 음악계를 강타한 시티 팝 리바이벌로 알려진 소프트 록, 재즈, 전자음악의 깔끔하고 도회적인 무드에 대한 낭만을 갖고 있다. 그 취향을 공유하는 동료와 표현하고 현실로 옮기는 음악가들에게 이후 세대는 또 다른 낭만을 품는다. 싱어송라이터 스텔라장과 김수영부터 현재 대중음악 시장에서 주목받는 주혜린·강지원 등 신예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의 주가가 나날이 높아지는 까닭이다.
신인 걸그룹에 취향을 이식하는 작업은 프로듀서 그루비룸이 맡았다. 박규정과 이휘민으로 구성된 이 프로듀싱 팀은 힙합, R&B, 일렉트로닉 장르를 중심으로 재즈와 어쿠스틱 악기를 조화롭게 활용해 수많은 대중적 히트곡을 뽑아 냈다. 윤하의 정규 5집 ‘퍼레이드(Parade)’에서 발라드·소프트 일렉트로닉·팝의 경계를 오갔던 기억, 효린·창모의 ‘블루문(BLUE MOON)’과 헤이즈의 히트곡 ‘널 너무 모르고’의 아날로그적 질감, 팝 재즈를 시도한 수란의 ‘러브스토리’가 튜이드의 작업에서 떠오른다. 기존 K팝 해외 송캠프 프로덕션과 그루비룸을 돕는 이들도 개성을 갖춘 음악인이다. 치즈의 달총, 싱어송라이터 진 초이, R&B 싱어송라이터 수비, 에반, 프로듀서 보이콜드까지 팀을 꾸렸다. 실력 있는 창작가들이 꾸준히 선보였던 선망하는 시대와 음악적 표현을 그루비룸이 균형감 있게 조율한 결과 언제, 어디서 들어도 모나지 않은 매끈한 음악이 세상에 나왔다. 높은 곳으로부터 과감히 몸을 던져 물보라를 일으키는 것보다 ‘바 다 바 바 바’를 흥얼거리며 여유롭게 헤엄치는 소녀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덕분에 튜이드는 K팝 그룹 가운데 정말 듣기 어려운 ‘음악 잘하는 팀’이라는 호평을 처음부터 가져가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튜이드의 이름은 흐름을 조율하겠다는 ‘Tune the tide’에서 따왔다. 막 데뷔 일주일을 맞이한 그룹에 이렇게나 할 말이 많다는 건 행운이다. 순풍에 돛 단 듯이 막힘없이 나아갈 때도, 거꾸로 부는 바람에 나아가지 못할 때도 자연스럽게 세상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나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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