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 판도 바꾸는 드론·AI
끈이 끊긴 하늘…유·무인 한 팀에서 사람과 기계를 잇는 줄
미 공군, X-62A 시험기 운영
정해진 공역·교전 규범 실행 검증
군, KF-21 기반 무인전투기 개발
통신 끊긴 후에도 임무 완수 목표
|
2023년 9월 미국 캘리포니아 에드워즈 공군기지 상공에서 F-16 두 대가 근접 공중전을 벌였다. 한 대는 사람이, 다른 한 대는 인공지능(AI)이 조종간을 쥐었다. 3년 전만 해도 모의 공중전에서만 상대를 쫓던 알고리즘이 이번에는 X-62A 개조 시험기에 실려 처음으로 실제 하늘로 나왔다. 안전을 위해 조종석에는 사람이 함께 타 언제든 AI를 끌 수 있는 스위치를 쥐고 있었다.
그런데 미 공군은 시험 기간 내내 그 스위치를 한 번도 누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람이 개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만큼 기계가 규칙 안에서 움직였다는 뜻이다.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공중전 진화(ACE)’ 사업이 공개한 이 장면은 사람이 조종간에서 손을 뗀 하늘에서 기계가 어디까지 스스로 판단하는지를 실제 비행으로 보여준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됐다.
앞 회에서 살핀 군사 AI의 네 일터 가운데 ‘손발’, 곧 자율기동이 가장 가시적으로 변하는 무대는 하늘이다. 유인 전투기 한 대가 여러 대의 무인기를 데리고 싸우는 유·무인 복합체계(MUM-T)에서 사람이 큰 방향을 정하면 기계가 세부 기동을 스스로 처리한다. 그런데 이 구조에는 한 가닥 약점이 숨어 있다. 사람과 기계를 잇는 통신선, 곧 데이터링크가 끊기는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먼저 무인 윙맨이 앞세대 무인기와 무엇이 다른지 짚어야 한다. 종래의 무인기는 지상 통제소의 사람이 조종간을 직접 움직이는 방식에 가까워 통신이 끊기면 임무가 그 자리에서 멈췄다. 반면 AI를 얹은 윙맨은 사람이 ‘전방 정찰’ 같은 상위 임무만 주면 세부 비행과 판단을 스스로 처리한다. 조종의 무게중심이 사람의 손끝에서 기계의 알고리즘으로 옮겨간 것이다.
문제는 데이터링크가 전파를 매개로 삼는 한 방해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저스틴 브롱크는 흩어진 무인체계가 값싸게 머릿수를 늘려 주지만 데이터링크에 기대는 구조 탓에 전자전 환경에서 흔들리기 쉽다고 지적했다. 적이 통신 주파수를 교란하면 사람과 무인기를 잇는 줄이 끊긴다. 그 순간 무인기가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곧 그 무기체계의 값어치를 결정한다.
|
|
이 대목에서 AI의 훈련 방식이 실마리가 된다. 앞서 다룬 세 갈래의 학습법 가운데 시행착오로 요령을 익히는 강화학습이 여기에 쓰인다. AI는 모의 환경에서 하루에도 수백만 번의 가상 공중전을 치르며 온갖 상황에 대응하는 법을 스스로 다듬는다. 표적을 놓쳤을 때 자동으로 다시 붙잡는 ‘표적 재획득’ 기능도 학습에 넣어 통신이 끊긴 순간에도 임무의 끈을 놓지 않게 한다.
다만 그 자율이 어디까지 무르익었는지는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2026년 미국의 한 AI 안전 연구진이 값싼 시중 드론에 인공지능을 얹어 사람 조종 없이 실내에서 지정한 인물을 찾아 뒤따르게 했다. 임무를 공간 파악·이동·대상 식별·추적으로 나눠 보니 성숙도가 저마다 달랐다. 대상을 놓치지 않고 따라붙는 추적은 사람 기준을 앞섰으나 낯선 공간을 스스로 파악해 길을 찾는 항법에서 무너져 벽을 문으로 착각해 부딪혔다.
이 시험은 눈은 밝은데 발이 어두운 기계의 모습을 드러냈다. 대상을 알아보는 지각은 무르익었지만 스스로 공간을 읽고 움직이는 항법은 아직 미덥지 못하다는 뜻이다. 끝까지 홀로 임무를 해낸 경우는 없었다. 끈이 끊긴 무인기에 무엇을 맡길 수 있는지는 한 덩어리로 답할 수 없고, 기능마다 갈라서 물어야 한다.
각 국의 개발 흐름도 이 방향을 향한다. 미 공군은 무인 윙맨을 ‘협동전투기(CCA)’로 부르며 두 방산기업의 시제기를 2025년 하반기 차례로 첫 비행에 올렸다. 그리고 이듬해 두 기종 모두 양산하기로 결정했다. 자율 소프트웨어를 기체에서 분리해 비행체가 달라져도 같은 소프트웨어를 옮겨 싣고 새 위협에는 소프트웨어만 갱신하는 구조다.
그 진전은 2026년 7월에도 드러났다. 무인 윙맨이 모하비사막 상공에서 공대공 미사일을 처음으로 실제 발사해 모의 표적 교전을 스스로 수행했다. 다만 미 공군은 발사 결심만큼은 사람 운용자가 내렸다고 강조했다. 자율의 폭이 넓어질수록 통신이 끊긴 뒤 기계가 어디까지 스스로 판단하게 할 것인가라는 물음이 함께 커진다.
이 물음은 앞선 연재에서 다룬 인간 통제의 원칙과 곧장 맞닿는다. 세부 기동을 기계에 맡기는 것과 표적을 골라 방아쇠를 당기는 결심을 맡기는 것은 전혀 다른 문턱이다. 앞의 X-62A 시험에서도 미 공군은 기동을 해냈다는 사실보다 그 기동이 정해진 공역과 교전 규범 안에서 이뤄지도록 검증했다는 점을 핵심으로 꼽았다. 자율은 통제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통제 방식을 실시간 개입에서 사전에 심어둔 규칙과 검증으로 바꾸는 일에 가깝다.
우리 군도 이 흐름의 한가운데에 있다. 유인 전투기 KF-21의 기술 기반 위에서 이와 연동할 국산 무인전투기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ADD)를 비롯한 연구기관과 국내 방산업체들이 자율비행과 무인기 통제 기술을 함께 키우고 있다. 다만 한반도는 산악이 많아 통신 음영 지역이 넓고, 앞 회들에서 살핀 위성항법 교란과 데이터링크 차단이 일상에 가까운 지형이다. 통신선이 온전할 때만 제 몫을 하는 무인 윙맨은 이런 환경에서 취약하다.
화려한 기능을 더하기에 앞서 줄이 끊겨도 무인기가 임무를 최소한이라도 이어가고 안전하게 복귀하거나 대기하도록 만드는 설계가 우리에게는 더 절실하다. 결국 하늘의 유·무인 팀이 마주한 진짜 과제는 무인기를 얼마나 똑똑하게 만드느냐가 아니라 그 똑똑함이 사람의 손을 벗어난 순간에도 사람이 그어둔 선 안에 머물게 하느냐다. 기계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하되, 그 판단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는 끈이 이어져 있을 때 미리 정해야 한다. 자율과 통제는 서로 맞서는 개념이 아니라 통신이 끊긴 짧은 순간을 위해 함께 설계돼야 하는 한 쌍이다.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해당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