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자동화 포탑…교전 반응성 혁신적 도약

입력 2026. 08. 31   15:56
업데이트 2026. 08. 3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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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무기의 세계
미 육군 사로잡은 차륜형 자주포 K9MH

K9A2에 3세대 8×8 플랫폼 결합
최고 시속 100㎞·항속거리 800㎞
사격 후 30초 안 진지 이탈 가능
공급망 부응 선제적 현지화 주효
방산 추종자서 퍼스트 무버 도약

 

사격 중인 K9MH 차륜형 자주포.
사격 중인 K9MH 차륜형 자주포.


원래 현대전에서 포병 화력의 핵심은 궤도형 자주포였다. 강력한 화력과 야지 기동성, 적 포탄을 막아내는 방어력을 갖춰 적 포병 화력에 대응하는 대포병사격에 가장 적합한 체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러한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우크라이나 평원에서 벌어지는 포격전은 그야말로 ‘야포와 자주포의 지옥’이라 할 만하다. 전선 상공을 쉼 없이 선회하는 정찰 드론과 대포병 탐지 레이다는 포탄이 발사관을 떠난 지 수십 초 만에 발사 원점을 역추적해 정밀 유도 포탄과 일인칭시점(FPV) 자폭 드론을 쏟아붓는다. 진지 구축과 방열에 수 분 이상 걸리는 견인포는 전장에서 손쉬운 표적으로 전락했고, 중장갑화된 궤도형 자주포는 생존성은 뛰어났지만 하루종일 진지를 바꿔가며 이동하기에는 너무 무겁고 둔했다.

미 육군은 이런 전훈에 주목해 차륜형 자주포 확보에 나섰고, 4년간 시험운용을 진행할 차륜형 자주포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MH(Mobile Howitzer)’를 선정했다.


K9A2 기술 적용

K9MH의 가장 큰 특징은 K9A2에 적용된 무인 포탑 기술을 타트라 디펜스 비히클(Tatra Defence Vehicles)이 공급한 3세대 Tatra Force 8×8 플랫폼에 결합했다는 점이다. K9MH는 사륜구동과 독립 현가계통(휠과 타이어로 연결되는 하체 구조)을 갖춰 비포장도로에서도 고속 주행이 가능하다. 궤도형 자주포가 험지에서 오히려 취약해지는 것과 달리 8×8 바퀴 구성은 험한 야지 기동은 물론 도로에서의 장시간 고속 주행 능력까지 갖췄다.

차체 하부에는 중앙 타이어 공기압 조절 장치(CTIS)를 적용해 연약 지반이나 험지에서도 접지력을 스스로 조절하며 종경사 60%와 횡경사 30%를 거침없이 주파한다. 장거리 고속 이동 능력은 궤도형 K9보다 우수해 최고 시속 100㎞로 내달리며 800㎞ 이상의 항속거리를 자랑한다.

기민한 주행 성능 위에 얹힌 전투 체계는 K9의 2차 성능개량형인 ‘K9A2’의 핵심 기술을 그대로 계승했다. 차체 후방에 탑재된 포탑은 승무원이 내부에 탑승하지 않는 완전 무인 포탑이다. 포탑 내부에는 완전 자동화된 송탄·장전 시스템이 내장돼 포탄 40발과 모듈식 단위장약(MCS) 192유닛을 스스로 장전한다. 기존 K9A1이 포반원 5명을 필요로 했던 반면 K9MH는 차체 전방의 장갑 캡슐형 방호 캐빈 안에서 조종수, 사수, 포반장 단 3명(비상시 최소 2명)만으로 모든 사격 절차를 원격 통제한다. 장갑 캐빈은 외부 소화기 사격과 파편, 화생방(NBC) 위협으로부터 승무원을 안전하게 지켜준다.

무인 자동화 포탑의 도입은 발사 속도와 교전 반응성에서 혁신적인 도약을 이끌어냈다. 사격지휘통제체계로 표적 정보가 전송되면 정지상태에서는 20초 이내, 기동 간 상태에서는 50초 이내에 초탄 사격이 가능하다. 임무를 마치면 30초 안에 방열을 해제하고 사격 진지를 이탈한다. 또한 분당 8~9발 이상의 지속 사격이 가능해 K9A1을 능가하는 시간당 화력을 투사할 수 있다.

또한 사격 시 지면에 내리는 유압식 스페이드 지지대와 반동 제어 알고리즘을 최적화해 360도 사격이 가능하다. 고저각 -2.5도에서 +70도에 이르는 전 방위각에서도 차체 전복이나 흔들림 없이 안정적인 사격을 수행한다. 무장 포신은 기본적으로 155㎜ 52구경장 강선포를 장착하지만 향후 개발될 58구경장 포신(K9A3 연계)과 신형 복합추진탄(BB-RAP), 초장사정 단위장약을 도입하면 최대 70~80㎞ 떨어진 원거리 표적까지 정밀 타격할 수 있는 확장성도 확보했다.

 

 

K9MH 차륜형 자주포가 비포장도로를 기동하고 있다.
K9MH 차륜형 자주포가 비포장도로를 기동하고 있다.

 

미국 시장을 뚫은 최초의 K방산 무기 

뛰어난 기동성과 무인 자동화 화력을 입증한 K9MH는 2026년 8월, 세계 방위산업의 심장부인 미국 시장에서 기념비적인 승전고를 울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국 현지 법인 한화디펜스 USA(Hanwha Defense USA)는 미 육군과 기동 전술포(MTC·Mobile Tactical Cannon) 프로그램의 시제품 6문 공급 계약을 전격 체결했다. 과거에도 한국은 미국에 물자나 부품단위로 방위산업 수출 실적이 있었지만 이번 K9MH 수출은 대한민국 방산 역사상 최초로 미 육군 본토 주력 전투체계 시제품 사업자로 공식 선정된 쾌거다.

미 육군의 MTC 사업은 궤도형 M109A7 팔라딘과 함께 육군 기동부대를 엄호할 차륜형 자주포를 도입하는 대규모 전력 현대화 계획이다. 이 사업에는 독일 라인메탈과 KNDS의 합작품인 RCH 155, BAE 시스템스의 아처(Archer), 프랑스 넥스터의 카이사르(CAESAR) 등 서구 방산 시장을 주름잡는 유수의 차륜형 자주포들이 총출동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이런 상황에서 K9A2 개발로 검증된 성능과 기술 수준은 물론 미국 정부의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정책과 공급망 안보 요구에 부응한 선제적 현지화 전략이 승리의 핵심 열쇠로 작용했다. 한화가 앨라배마주 오펠라이카에 K9MH 생산 및 통합시설을 구축하고 아칸소주 파인블러프 조병창 부지를 임대해 자주포 포탄용 장약과 포탄 생산시설을 짓기로 결정한 것도 주효했다.

이번 수주는 향후 미 육군 스트라이커 여단 등에 배치될 498문 규모(사업 규모 약 10조 원)의 양산 계약을 선점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시제품 6문 인도 후 4년간 진행될 혹독한 운용 시험평가를 성공적으로 통과하면 K9MH는 미 육군의 표준 차륜형 포병 무기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한국군 화력 운용에도 참고할 부분 없나

K9MH의 미 육군 진출은 대한민국 방위산업이 선진 기술을 단순 모방하던 추종자(Fast Follower)에서 글로벌 전장의 교리를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도약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입증된 차륜형 자주포의 생존성과 기동 타격 개념은 산악 지형 중심의 한반도 전장 환경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한국 육군은 궤도형 K9·K9A1 자주포 1300여 문과 105㎜ K105A1 차륜형 자주포를 보유하고 있지만 동해안 축선과 후방 종심 지역, 그리고 도로망이 발달한 도시화 전장에서 신속히 기동 전개할 수 있는 155㎜급 고기동 차륜형 포병 전력은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 있다. 군단 작전 반경이 비약적으로 넓어지고 북한의 대구경 방사포와 자폭 드론 위협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도로망을 따라 신속히 재배치돼 강력한 화력을 투사할 수 있는 K9MH는 한국군 작전 교리에도 훌륭한 화력 보강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필자 김민석은 에비에이션 위크 한국특파원으로, 국내 방위산업 소식을 해외에 소개하고 있다. 국내 매체 비즈한국 및 유튜브 채널에서 국내외 방위산업 소식을 알리고 있다.
필자 김민석은 에비에이션 위크 한국특파원으로, 국내 방위산업 소식을 해외에 소개하고 있다. 국내 매체 비즈한국 및 유튜브 채널에서 국내외 방위산업 소식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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