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황병무 국방대 명예교수, 남북관계 제언

입력 2026. 08. 28   16:48
업데이트 2026. 08. 3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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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기초 평화통일 기조 놓치지 않아야”

北 ‘적대적 두 국가론’은 체제 위기 증후군 
美, 한미 연합훈련 축소는 고도의 유도책 
북 배합전략 경계…도발 무용론 학습을
정부 일관된 정책·북 주민 마음 사로잡아야



“한반도의 지속 가능한 평화는 통일만이 보장합니다. 그리고 그 통일을 위해서는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노력이 필요하죠. 아무리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국가라도 결국 국민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지금 북한이 내세우는 ‘적대적 두 국가론’ 같은 태도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해야 합니다. 얼마 전 ‘2026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에서 미국이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한 것도 이런 기조의 하나죠. 미국 외교 당국이 선택한 유화정책, 대화의 장으로 끌고 오기 위한 유도책이라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이를 한미동맹의 변화로 해석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평생을 남북관계와 국제정치에 천착한 석학의 시각은 넓고 깊었다. 국가안보에 대한 학문적 접근을 통해 큰 족적을 남기며 세종문화상, 보국훈장 천수장을 수훈한 황병무 국방대학교 명예교수는 지난 18일 국방일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최근 북한이 주창하고 있는 ‘적대적 두 국가론’을 넘어 한반도 평화와 번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탁견을 밝혔다.

황 교수는 우선 북한 정권의 ‘속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주의가 가진 ‘투쟁’의 의미를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북한을 지탱하는 사회주의는 계급투쟁을 본질로 삼고 있어요. 대화에 나서더라도 항상 투쟁을 병합시켰죠. 한국과 이념과 체제가 다르니 공존할 수 없고, 이를 투쟁으로 연결시켰습니다. 6·25전쟁도, 1960년대 유엔에서 벌인 정통성 경쟁도 이런 이유에서였죠.”

이런 북한 정권의 ‘속성’으로 전쟁뿐 아니라 정전 후에도 계속된 도발로 이어졌다는 게 황 교수의 분석이다. “북한은 민족·자주를 앞세워 대화를 시작하다가도 이견에 생기면 도발을 합니다. 대화와 도발의 ‘배합 전략’이죠. 이런 배합 전략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남북 대화 무드가 종결되고 나자 핵실험·미사일 발사를 이어가잖아요? 배합 전략은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에 도발이 효과가 없다는 ‘도발 무용론’을 학습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이 2023년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세워 ‘민족’ ‘통일’이란 단어를 지우고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부분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적대적 두 국가론’은 지난 70여 년 동안 우리와의 체제 경쟁에서 패배한 강박관념에서 야기된 ‘체제 위기 증후군’으로 볼 수 있어요. 이는 장기간 남북관계를 경색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대화 창구를 열기 위해 두 국가론에 동의한다면 이는 북한의 인지전에 말려드는 것입니다. 북한의 핵무력정책법엔 ‘필요시 핵으로 영토완정’을 할 수 있다고 명기했어요.”

황 교수는 남북 긴장 상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북한의 핵 개발을 꼽았다. 북한의 핵 위협은 점차 고도화하고 있는 것이 현실. 그는 비핵화를 전면에 내세워 대화를 시도할 경우 북한이 이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북한에 있어 핵은 사활이 걸린 문제입니다. ‘죽고 사는 문제’는 ‘먹고 사는 문제’와 달라요. 웬만한 보상, 웬만한 제재로는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즉 비핵화는 대화의 ‘제1 조건’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비핵화를 언급하면 대화 테이블에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요.”

하지만 황 교수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는 북핵에 대한 위험 관리는 꼭 필요하다고 강변했다. 모두가 인정하는 핵무기의 위험성을 토대로 북핵 위험을 관리하며 안정된 공존을 유지하자는 게 그의 제언이다.

황 교수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기 위한 한미의 외교적 노력을 기대했다. 특히 이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UFS 연습에서 한미 연합훈련의 축소를 언급한 부분은 표면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해석했다.

“지난해 5월 제가 출간한 책 『남북한 관계사』의 마지막 장에 1990년대 초 1차 핵 위기 때 실무자로 활동했던 조엘 위트가 38노스에 쓴 특별보고서를 실었어요. 이 보고서에 이미 ‘한미 연합훈련의 규모·범위 축소’가 들어가 있죠. 제가 페이지를 할애해 이 보고서를 소개한 것은 미국이 이런 외교적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예상이 작용했죠. 먼저 선의로 신뢰를 구축하며 관계 개선을 한 뒤 핵 문제를 이야기하자는 게 보고서의 제언입니다.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우리 정부가 남북대화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연합훈련 축소를 언급한 것은 고도의 외교적 전략으로 봐야 합니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데려오기 위한 ‘유도 전략’인 셈이죠.”

황 교수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헌법에 기초한 평화로운 통일 기조를 놓치지 않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대화를 통해 핵 동결과 정세안정을 이룬다 해도 핵 폐기는 또 다른 문제라는 것. 또 “내부 분열로 레짐 체인지(정권교체)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며 혈통 승계 체제가 가진 약점이 변수가 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통일이 전제돼야 합니다. 그리고 통일 과정에 핵 폐기를 시도해야 합니다. 이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을 고민해볼 필요도 있어요. 결국 국민을 이기는 국가는 없으니까요. 우선 한반도 정세 안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중국도 한반도 정세 안정을 바라고 있어요. 한반도 정세 안정을 위해서는 통일·외교·국방 등 정부 각 부처가 긴밀하게 맞물려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황 교수의 고찰은 그가 평생의 연구 결과를 집대성한 『남북한 관계사』에 담겨 있다.

인터뷰를 마친 뒤 “교수의 소명은 유능한 제자와 유익한 저서를 남기는 것”이라는 황 교수의 철학이 반영된 책을 다시 한 번 읽으며 ‘북한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를 고민할 수 있었다.

글=맹수열/사진=조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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