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왜 이렇게 솔직한 건데?
할 말은 한다…밉지 않은 등산 왕초보
멋진 풍경·정상에 오른 감동 표현 대신
힘들면 ‘찡찡대는’ 모습 방송에 그대로
불평하지만 책임은 다하는 반전 매력…
진짜·가짜 구별하는 대중 “오히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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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초창기 시절 시작됐던 야외 여행 버라이어티에서 산에 오르는 건 일종의 벌칙이다. 복불복 게임에서 진 사람이 하기 싫어도 억지로 오르는 산은, 정상에 다다르면 장엄한 일출과 절경으로 감동을 주는 서사를 갖고 있다. 그것이 아마도 모든 등산인이 느끼는 감정일 테지만, 이를 반복적으로 예능에서 봐 온 시청자들에게 그 공식적인 등산 풍경은 다소 식상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대체 등산을 왜 하는 건데?’는 이런 공식이 보이지 않는다. 애초부터 등산에는 별 관심도 없고, 그만한 경험도 없는 왕초보들을 출연자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 왕초보 출연자를 대표하는 인물은 다름 아닌 카더가든이다. 그는 사전미팅에서 출연자들의 할 일이 ‘등산’이라는 걸 아는 순간부터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드러냈다. “산이 좋아? 바다가 좋아?” 이런 질문이 그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가 진짜 좋아하는 건 “좋은 숙소”란다. 그만큼 땀을 뻘뻘 흘려 가며 야외에서 뭔가를 하는 걸 그는 별로 즐기지 않는다. 보통의 방송인이라면 이렇게 야외활동 자체를 싫어해도 좋아하는 척했을 테지만, 카더가든은 그런 캐릭터가 아니다. 그는 좋은 건 좋고 싫은 건 싫다고 말하는 인물이다. 처음으로 ‘체력 테스트’ 겸 오르게 된 설악산 등정에서도 그는 이런 성향을 숨기지 않았다. PD가 중간중간 폭포나 바위 등에 관한 설명을 늘어놓거나 멋진 풍경을 이야기해도 그는 별로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러니 대체 등산을 왜 하는 건지 알 수 없다며 ‘찡찡대는’ 그의 모습이 시종일관 방송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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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바로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나영석 PD가 카더가든를 선택한 이유였다. 나 PD는 제작발표회에서 카더가든의 장점을 이렇게 얘기한 바 있다. “보통 예능에서는 힘겹게 정상에 올라 일출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데, 카더가든은 너무 지쳐 일출이고 뭐고 꼴도 보기 싫다고 하더라.” 그건 나 PD가 처음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등산을 좋아하는 이우정 작가가 등산을 싫어하는 나 PD를 억지로 데리고 산에 올랐다가 내려왔는데, 그때 나 PD가 “대체 등산을 왜 하는 건데?”라고 말했단다.
카더가든이 이 프로그램에 캐스팅된 건 그가 최근 들어 대세 예능인으로 떠오른 이유와 맞닿아 있다. 유튜브가 일상화되고, 이제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를 정확히 알아차리는 대중에게 ‘찐 리액션’은 가장 중요한 예능인의 자질로 떠올랐다. 그저 억지 감동을 연출한다거나 싫어도 좋다고 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좋은 건 좋고 별로인 건 별로라고 하는 이의 진심이어야 통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카더가든은 바로 그런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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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유튜브 채널 ‘카더정원’의 ‘허언증 동호회’ ‘아기와 나’ 같은 영상이 엄청난 화제가 된 건 그가 보여 준 특유의 뻔뻔하면서도 진심이 느껴지는 리액션 때문이다. 그런 그의 캐릭터는 넷플릭스에서 방영됐던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 같은 연애 리얼리티에서도 독특한 매력을 드러낸 바 있다. 흔히들 연애 리얼리티에서 연예인 MC들은 일반인 출연자의 행동이나 말을 포장하는 경향이 있다. 실수하는 말이나 행동에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얘기해 주는 식이다. 하지만 카더가든은 달랐다. 연애가 초보라 실수를 연발하는 출연자들에게 그는 이런 멘트를 날렸다. “너 뭐 돼?” “네가 매를 버는구나?” “다 쓸데없는 소리다.” 다소 세게 느껴지지만 그런 솔직한 멘트가 시청자들이 느끼는 답답함을 풀어 주기에 충분했다.
카더가든의 이러한 과감하면서도 솔직한 멘트가 힘을 발휘하는 건 그저 불평만 늘어놓는 민폐 캐릭터가 아니어서다. 이번 ‘대체 등산을 왜 하는 건데?’를 나 PD와 함께 연출한 박현용 PD의 말처럼 그는 ‘투덜대지만 결국 할 일은 완벽하게 해내는 책임감’ 있는 인물이다. 박 PD는 그에 대해 “중간에 그만둘까 봐 내심 걱정했는데, 체력이 약함에도 동생들과 스태프들이 고생하니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책임감 있는 모습에 진심으로 감동받았다”고 한 바 있다. 즉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에서 다소 직설적으로 내뱉는 말들에도 카더가든은 특유의 애정을 담는다. 진짜 형 같은 마음으로 조언해 주고 싶은 진심이 들어가 있어 직설어법도 전혀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 유튜브처럼 영상이 일상화되면서 누구나 진짜와 가짜로 연출된 영상을 구분하게 됐다. 현재의 예능 생태계가 요구하는 건 ‘찐 리액션’ 그 자체다.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한 가지 있다. 웃음이 본래 그런 것처럼 그 진심의 리액션이 다소 공격적이라도 그걸 보는 사람이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무해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카더가든은 이 양자를 모두 가진 인물이다. 덥수룩한 수염으로 외모만 봐선 히말라야를 등정할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동네 뒷산을 오르는데도 힘겨워하는 인물이다. 그런데도 체감온도가 영하 27.5도에 달하는 겨울 설악산을 투덜대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오른다.
바야흐로 진정성의 시대다. 가짜가 아닌 진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면서도 그것이 상대를 불편하지 않게 하는 무해함을 갖는 것. 그건 어쩌면 진짜 나를 숨기지 않으면서도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카더가든이 현재의 페르소나로 떠오르는 이유다.
필자 정덕현은 대중문화평론가로 기고·방송·강연을 통해 대중문화의 가치를 알리고 있다. MBC·JTBC 시청자위원을 역임했고 백상예술대상·대한민국 예술상 심사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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