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가격·납기 능력으론 부족
단기 수출 실적 머물러선 안 돼
안보·산업 결합 국가 전략으로
지속 가능 파트너십 구축 중요
K방산은 지난 몇 년간 가격, 성능, 납기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워왔다. 폴란드와 중동에서 거둔 성과는 한국 방위산업의 생산 역량과 실행 속도가 결코 우연이 아님을 보여줬다.
그러나 최근 방산시장에서는 좋은 무기를 제때 공급하는 능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오늘의 방산 경쟁은 무기체계의 가성비와 납기 역량을 넘어 운용과 후속군수지원, 기술협력과 산업생태계까지 함께 설계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경쟁력이 갈린다.
K방산이 지금의 성과를 지속 가능한 도약으로 연결하려면 과거의 성공 공식에 머무르지 말고, 새로운 경쟁 질서에 맞는 전략 전환에 나서야 한다.
이른바 K방산 2.0은 바로 그 변화에 대한 응답이다. K방산 1.0이 가격·성능·신속한 납기를 앞세운 완제품 수출의 단계였다면, 2.0은 공동연구개발과 공동생산, 후속군수지원, 표준과 인증의 연계까지 포괄하는 안보·산업 협력의 단계다.
이재명 대통령이 7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방산포럼에서 기존의 무기판매 협력을 넘어 공동연구·생산·운용을 포괄하는 협력 구상을 제시한 것도 이러한 전환 방향과 맞닿아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파느냐가 아니라 누구와 어떤 틀 속에서 함께 가느냐다.
대규모 글로벌 방산 시장으로 갈수록 이 기준은 더욱 엄격해진다. 입찰의 초입에서는 가격과 성능이 중요하지만, 최종 선택의 순간에는 운용개념의 적합성, 현지 정비체계, 장기 공급망, 정부의 지속적 지원 의지, 동맹과 파트너십의 안정성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
2026년 캐나다 초계잠수함(CPSP) 사업과 2025년 폴란드 ORKA 잠수함 사업, 같은 해 호주 SEA 3000 호위함 사업에서의 수주 실패는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세 사업 모두 성능·가격·납기 경쟁력만으로는 그 결과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작전환경 적합성, 상호운용성, 공통 플랫폼, 장기 유지지원, 정부 간 전략정렬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는 K방산의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경쟁의 층위가 한 단계 높아졌다는 뜻이다. 우리의 강점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그 강점을 상대국의 안보전략과 산업구조, 운용환경에 맞게 입체적으로 결합해 제시하는 능력이 이제 수주의 핵심이 되고 있다.
앞으로의 대외 방산 환경도 결코 녹록지 않다. 우리 방산체계 가운데 미국산 부품과 기술 의존도가 높은 경우에는 제3국 수출은 물론 후속 성능개량 과정에서도 미국의 수출통제가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유럽은 재무장 국면 속에서 SAFE 기금 등 역내 방산기반 강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확대하면서, 사실상 비유럽 공급자에 대한 배타성을 함께 강화하고 있다. 중동 역시 단순 구매시장을 넘어 안보와 산업을 결합한 협력 구도로 움직이고 있다. 최근 사우디·파키스탄·튀르키예의 협력 흐름은 앞으로의 시장 접근이 더 전략적이고 더 장기적인 성격을 띠게 될 것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려면 국가 차원의 대응 방향이 분명해야 한다.
첫째, 대규모 방산 사업은 개별 기업의 수주 경쟁을 넘어 외교·안보·산업정책이 결합된 국가 전략의 관점에서 추진될 필요가 있다. 사업 형성 초기부터 외교·안보·산업·금융 부문이 함께 움직이는 범정부 협업체계를 상시화해야 한다.
둘째, 주요 전략시장에는 단순한 무기 판매가 아니라 현지 생산과 MRO, 교육훈련, 부품 공급망, 성능개량, 공동개발을 아우르는 전략 패키지로 접근해야 한다.
셋째, 미국의 수출통제와 유럽·중동의 블록화 흐름에 대응해 핵심 품목별 규제 영향을 상시 점검하고 대체 공급선과 독자 기술 역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넷째, 유럽·중동·인도태평양을 같은 시장으로 보지 말고 지역별 안보 수요와 산업정책, 협력 구조에 맞춘 차별적 접근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다섯째, 국내적으로는 핵심 소부장과 원천기술의 국산화를 서두르고, 경직된 소요 결정과 복잡한 획득 절차, 시범사업과 양산의 단절을 개선해 신속획득과 진화적 개발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K방산 2.0이 지향해야 할 것은 단기적인 수출 실적의 확대에 머무르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협력 기반을 구축하고, 안보와 산업이 함께 작동하는 지속 가능한 파트너십을 만들어내는 데 그 본질이 있다.
이제 K방산은 수출 강국을 넘어 신뢰받는 안보 파트너로 도약해야 한다. 그 전환에 성공할 때 비로소 K방산의 글로벌 도약은 일시적 성과를 넘어 지속 가능한 국가 경쟁력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해당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