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갈등’ 파고 ‘병영공감’으로 막는다 ①‘강 대 강’ 정면 질주하는 ‘세대 충돌’

입력 2026. 08. 30   14:54
업데이트 2026. 08. 3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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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갈등’ 파고 ‘병영공감’으로 막는다

① ‘강 대 강’ 정면 질주하는 ‘세대 충돌’
② 무엇이 세대를 싸우게 만드나
③ ‘공감으로 전투력 레벨업’ 병영현장을 가다
④ 전문가 인터뷰

견고한 장벽 // 가려진 시선

 10명 중 8명 “세대갈등 심각” 원인 1위엔 “가치관 차이” 
 각자 경험한 사회문화 다르고 경제·정치 상황 복합적 요인들 
 세대 자체가 갈등 원인처럼 인식해선 안 돼 처한 조건 이해를…


오늘날 대한민국의 ‘세대 균열’의 골이 점차 깊어지고 있습니다. 산업화와 안보 위기 속에서 집단적 희생과 위계를 우선시해 온 기성세대와 합리성과 개인의 자아실현을 중시하는 청년세대의 가치관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세대 갈등’은 일시적 현상이 아닙니다. 서로 살아온 시대적 배경과 가치관의 차이에서 비롯된 무시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국방일보는 8월 31일부터 4일간 ‘세대 갈등’의 엄중한 현주소를 진단하고, 갈등의 원인과 해법을 짚어볼 예정입니다.

세대갈등은 가치관 차이뿐만 아니라 고용·주거·노후 여건 등 사회·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다. 지난 4월 2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6년 국군장병 취업박람회’ 모습. 이경원 기자
세대갈등은 가치관 차이뿐만 아니라 고용·주거·노후 여건 등 사회·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다. 지난 4월 2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6년 국군장병 취업박람회’ 모습. 이경원 기자

 

‘라떼는 말이야~’
세대 간 인식차를 상징하는 문구다. 기성세대는 경험을 가치판단의 기준으로 여긴다. 젊은 세대의 생각은 다르다. 기성세대의 요구에 젊은 세대는 냉소로 반응한다. 세대 간 간격은 점차 벌어지고 대화의 창은 닫힌다. 스마트폰이라는 별도의 소통도구는 이들의 간격을 더욱 넓힌다. ‘세대 균열’의 문제는 단순한 생활방식의 차이를 넘어 사회적 갈등으로 번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우리 사회가 마냥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같은 상황 다른 기준… 가치관 세대차

한국리서치가 지난 2월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83%는 우리 사회의 세대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2021년 조사 시작 이후 매년 80% 이상이 세대갈등을 심각하다고 인식했다. 세대갈등을 직접 경험했다는 응답도 74%에 달했다. 앞으로 세대갈등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52%나 됐다.

세대갈등의 원인은 가치관 차이뿐만 아니라 경제적 이해관계와 정치·미디어 환경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같은 조사에서 세대갈등의 원인으로 ‘세대별 가치관 차이’를 꼽은 응답이 51%로 가장 많았다. 이어 ‘취업·주거 등 청년층의 경제적 불안정’이 45%, ‘미디어와 정치권의 세대갈등 부추김’이 39%였다.

세대 간 인식 차이는 ‘무엇이 공정한가’를 판단하는 기준에서도 나타난다. 같은 조직과 제도를 바라보면서도 한쪽은 경험과 기여에 따른 보상을, 다른 쪽은 역할과 성과에 따른 보상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차이는 각 세대가 성장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기성세대에서는 경험과 근속기간, 조직에 대한 기여를 평가에 반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인식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반면 청년층에서는 같은 일을 한다면 연령이나 근속연수보다 성과와 역할에 따라 보상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회식이나 사내 행사, 휴가 사용 등 과거에는 조직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여졌던 관행도 청년층에는 개인의 선택을 침해하는 문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가족과 사회생활을 둘러싼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결혼과 출산, 부모 부양, 직장 내 위계질서 등 과거에는 비교적 당연시되던 규범에 대해 청년층은 개인 선택을 강조하는 경향을 보인다. 반대로 장년층에서는 공동체 유지에 필요한 책임이나 배려가 약해지고 있다는 우려를 표한다. 같은 행동을 두고 한쪽에서는 ‘개인의 권리’, 다른 쪽에서는 ‘공동체에 대한 책임 부족’으로 인식하며 갈등이 커지는 구조다.
 



출근시간·워라밸 두고도 세대차

세대 차이는 직장 내 조직문화에서도 나타난다. 특히 출퇴근 시간과 조직에 대한 헌신 등을 두고 세대별 인식이 다르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한국리서치가 2023년 만 18세 이상 임금근로자 1044명을 조사한 결과 20대의 75%, 30대의 69%는 ‘정해진 시간에 늦지 않게만 출근하면 된다’고 답했다. 반면 50대의 59%, 60대 이상의 71%는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출근해 업무 시작을 준비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입사 4년 차 직장인 김효중(30) 씨는 “업무시간에는 맡은 일을 책임지고 하되 퇴근 이후까지 회사에 매여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공감하기 어렵다”며 “윗세대에선 이런 태도를 개인주의로 보는 경우가 있어 답답할 때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17년 차 직장인 박모(55) 씨는 “젊은 직원들이 이전보다 자신의 시간과 권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본다”면서도 “업무가 몰리는 상황에서도 근무시간만 지나면 책임이 끝난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면 세대 간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50대 이상은 ‘회사의 성장이 곧 나의 성장’이란 의견에 3분의 2 이상 동의했다. 반면 2030세대는 과반이 ‘회사의 성장과 나의 성장은 관련이 없다’고 답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청년층이 개인의 삶과 시간을, 장년층이 조직과의 관계를 상대적으로 더 중시하는 세대별 인식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되기도 한다.

 
세대갈등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경제’

경제적 이해관계에 대한 경쟁구조는 세대 간 갈등 구조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고용·주거·노후 여건에서 청년층이 처한 상대적 박탈감은 기성세대에 대한 적대적 감정으로 표출되고 있다. 실제 청년층이 체감하는 경제적 어려움은 노동시장 진입 단계에서부터 나타난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달 발표한 5월 청년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15~29세 고용률은 43.8%로 전년 동월보다 2.4%포인트 하락했다. 임금근로자의 첫 취업 소요기간은 평균 11.2개월이었다. 첫 일자리를 그만둔 사람 가운데 44.4%는 보수와 근로시간 등 근로여건에 대한 불만을 이유로 들었다.
 
한국은행도 올해 1월 청년층의 초기 구직과 주거 여건이 과거보다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미취업 기간이 1년인 청년의 5년 뒤 상용직 근무 확률은 66.1%였지만, 미취업 기간이 3년이면 56.2%로 낮아졌다. 과거 미취업 기간이 1년 늘어날 때 현재 실질임금이 6.7%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청년기의 장기 미취업이 이후 고용과 임금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상흔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거비 부담도 청년층의 자산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청년층의 부채 비중은 2012년 23.5%에서 2024년 49.6%로 상승했다. 한국은행은 주거비 부담이 커질 경우 청년층의 자산 형성과 교육·직업 등 미래를 위한 투자가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취업준비생 윤모(28) 씨는 “부모님 세대는 열심히 일하면 집도 사고 자산을 모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데, 지금은 취업 자체가 쉽지 않고 집값도 너무 올라 출발선부터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연금·정년 놓고도 이해관계 차이

청년층의 불안은 일자리와 주거에 그치지 않는다. 고령화로 연금과 정년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세대별 부담과 혜택을 놓고도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연금법 개정에 따라 올해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에서 9.5%로 올랐다. 이후 매년 0.5%포인트씩 인상돼 2033년 13%가 된다. 소득대체율은 올해 43%로 상향됐다. 보험료 부담이 단계적으로 늘어나면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미래 부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반면 고령화에 대응해 안정적인 노후소득을 보장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함께 제시된다.

장년층 역시 모두가 경제적 안정을 누리는 세대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5일 발표한 2026년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55~79세 가운데 69.2%는 앞으로도 일하기를 희망했다. 희망하는 근로 연령은 평균 73.6세였다. 반면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둔 사람들의 퇴직 당시 평균 연령은 53세였다.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뒤에도 상당 기간 소득 활동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직장인 김모(53) 씨는 “우리 세대도 외환위기나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어렵게 버텨왔다”며 “요즘 청년들이 힘들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기성세대가 모두 혜택만 누렸다고 보는 시선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50대 이상 장년층은 고령 부모를 부양하는 동시에 성인 자녀의 주거와 취업까지 뒷바라지해야 하는 ‘이중 부담’을 안고 있다. 국민연금 수령 연령까지 소득 공백을 감당해야 하는 장년층에게 정년 연장이나 계속고용은 노후 소득과 직결된 현실적인 문제다.

고령자 고용이 늘어난 만큼 청년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정년 연장과 계속고용 논의가 청년 채용 문제와 함께 거론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장년층 입장에서는 노후 소득과 고용 안정이 중요하지만 청년층에서는 기존 근로자의 근무기간이 길어질 경우 신규 채용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직장인 최모(30) 씨는 “국민연금 보험료는 앞으로 더 내야 하는데 내가 은퇴할 때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불안한 게 사실”이라며 “정년 연장으로 청년층의 취업 기회가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도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이런 차이가 상대 세대 전체에 대한 평가로 확대될 때다. 청년층을 ‘책임감이 부족한 세대’, 장년층을 ‘변화를 거부하는 기득권 세대’로 규정하면 서로가 처한 환경과 경험은 사라지고 세대 자체가 갈등의 원인처럼 인식될 수 있다. 직장과 가정에서 드러나는 가치관 차이는 세대갈등의 한 단면이지만, 그 이면에는 각 세대가 놓인 사회·경제적 조건의 차이도 자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세대갈등이 생애주기적 특성뿐만 아니라 각 세대가 성장한 시대적·경제적 환경과 기술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 세대 전과 비교하면 청년층이 마주한 취업 여건과 사회적 안전망, 정보기술 활용 환경 등이 크게 달라졌다”며 “처한 조건의 차이를 함께 살펴봐야 세대갈등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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