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를 좋아하는 군인으로서 내 모습을 자연스레 상상해 왔다. 가우가멜라전투를 승리로 이끈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용병술, 귀주대첩의 향방을 가른 강민첨 장군의 기병술은 선망의 대상으로 이들처럼 훌륭한 지휘관으로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다짐의 방향성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리더의 말이라면 무슨 일이든 완수하려는 조직을 추구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언젠가 흉노의 ‘묵돌선우’ 일화를 감명 깊게 읽었다. 그는 부하들에게 자신이 명적을 쏘면 설령 표적이 아끼는 군마, 사람일지라도 표적에 일제히 사격하도록 훈련시켰다. 강압적인 과정을 거쳐 그의 지시를 무조건 따르는 군대를 양성했다.
중대장 취임을 앞두고 어떤 기조와 가치관을 바탕으로 구성원을 이끌지 고민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사사로운 감정을 배제하고 힘과 규율로 제국을 다스린 묵돌선우처럼 지휘관만 바라보는 조직을 막연히 생각했다. 시스템과 예규에 의해 움직여야 불확실한 전장에서의 질서와 예측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으리라고 확신했다. 임기가 끝나 가며 진정한 지휘관이 되기 위한 첫 관문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으리라는 착각 버리기’라고 감히 말할 수 있으며, 그 착각을 버리고 조직을 어떻게 이끌지가 지휘관으로서 과제라고 여긴다.
단단할수록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 나만의 유기적 구조를 구축해 나가는 게 하나의 목표이자 과제다. 그 적용점은 ‘신뢰 기반 임무형 지휘’다. 내가 생각하는 임무형 지휘는 지휘관과 부하들의 이유·배경에 동일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지휘관은 전능하지 않으며, 모든 전투현장에 있을 수 없다. 프로이센의 임무형 지휘를 통한 지휘체계에서 알 수 있듯이 목적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면 그 개개인은 변수와 마찰요인에 놓였을 때 나와 동일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것이며, 결국 예측과 다르더라도 그 제대는 올곧이 전진하리라고 확신한다.
지휘관이 임무를 하달하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부하들의 자율성에 위임한다면 전장의 불확실성을 극복할 단초가 될 것이다. 이러한 임무형 지휘에는 신뢰 기반의 조직이 선제적으로 정착돼야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나를 신뢰하는 조직에서 역량과 능동성이 십분 발휘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신뢰 기반 조직 형성 시 많은 지휘관이 신뢰의 방향성을 지휘관 자신에게만 지향하도록 오판한다. 임무형 지휘에 걸맞으려면 말단의 부하들이 서로에게 등을 내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중대라는 제대 내 수많은 유기적인 점조직이 살아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신뢰의 방향이 서로를 향해야 하는 것이다.
신뢰 기반 조직 구조는 지휘체계에 입각한 상태가 아닌 이런 점조직들이 서로에게 보여 주는 신뢰의 합산이다. 철저한 시스템에 의해 지휘하기를 원하며 조직과 개인의 길항관계 속에서 모든 변인을 통제하려 할수록 그 지휘에 마음 깊이 우러나오는 팔로어십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은 타인의 감정과 반응에 예민하며 이는 리더를 바라보는 구성원들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변화무쌍한 상황과 현상일수록 치밀하되 초연하게 대처하며 부하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할수록 오히려 조직은 난관을 유기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해당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