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원종대 국방부 차관보에게 듣는 ‘장보고 N프로젝트’
2030년대 중반 1번함 진수 목표
저농축 우라늄 활용 국내 독자 건조
해양작전 능력 비약적 향상 기대
한미 정상 합의 토대 실무협의 지속
기획단 창설·특별법 제정 등 추진
일자리 창출·지역 균형발전 이바지
대한민국 해군의 위상은 1992년 배수량 1200톤급 장보고함이 취역하며 한층 높아졌다. 공기불요추진체계(AIP)를 탑재해 잠항시간을 대폭 늘린 1800톤급 손원일함, 3000톤급 도산안창호함도 속속 등장하며 주변국이 주목하는 잠수함 전력을 갖추고 있다. 10여 년 후 해군, 나아가 우리 군은 또 다른 도약의 전기를 마련할 전망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 5월 26일 발표한 ‘대한민국 핵추진잠수함(핵잠) 개발 기본계획’에는 2030년대 중반 1번함을 진수한다는 목표가 담겼다. 이와 관련, 원종대 국방부 차관보는 지난 18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장기간 잠항 능력과 높은 기동성을 갖춘 핵잠은 우리 군의 해양작전 능력을 비약적으로 향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최한영/사진=한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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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잠 획득 뒷받침할 조직 창설 등 이어져
“핵잠은 이론상 무제한에 가까운 시간 동안 잠항이 가능하다. 수상함에 근접하는 속도로도 기동할 수 있어 수상함대와 합동작전을 전개할 수 있다.”
원 차관보는 이날 인터뷰에서 변화하는 전장환경 속 핵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핵잠 개발에 필요한 국방부의 움직임은 바빠지고 있다. 지난 5월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핵잠 개발사업을 ‘장보고 N프로젝트’로 명명했다. 대한민국 최초 잠수함인 장보고함의 정신을 계승하는 차세대 모델(Next generation)이자 핵추진(Nuclear-powered) 방식을 적용하고, 고성능 음향탐지체계(소나) 등 첨단 신기술(Neo technology)을 적용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핵잠 획득에 필요한 초기 업무를 전담한 ‘핵추진잠수함획득추진팀’을 6개월간 자율기구(국정과제, 기관장 역점사업 등 긴급대응을 위해 필요한 경우 임시 정원을 활용해 설치·운영하는 과장(급) 조직)로 운영했다. 지난 14일에는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3개 과로 구성된 ‘핵추진잠수함정책기획단’을 창설했다. 기획단 소속 정책소통담당관은 핵잠 관련 정책 수립·조정, 특별법 제정, 갈등관리 업무 등을 수행한다. 국제협력담당관은 안정적 핵연료 수급을 위한 대미 협의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협력 업무를 맡고, 국방원자력안전담당관은 핵잠 관련 안전정책 수립 및 규제체계 정비 등을 추진한다.
핵잠 획득·운영과 안전관리 등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종합적으로 규율하는 특별법 제정도 추진 중이다. 원 차관보는 “핵잠은 무기체계와 원자력이 결합한 국내 최초 사례”라며 “현행 법령체계로는 방위사업, 원자력 안전관리 등 여러 법률에 걸친 사업 전반을 체계적으로 규율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이른 시일 내에 특별법을 제정해 핵잠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기반을 신속히 갖춘다는 방침이다.
한미, 정책적 공감대 넘어 실질 협력 구체화
국방부의 장보고 N프로젝트 추진은 국내 원자력·조선기술이 세계적 수준이라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원 차관보는 “수십 년에 걸쳐 축적한 민간 원자력발전소와 연구용 원자로, 관련 시설 운영 경험과 기술적 역량을 토대로 핵잠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며 “초대형·최첨단 잠수함을 안정적으로 건조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소가 우리나라에 두 곳이나 존재하는 인프라도 전 세계 유일무이한 역량”이라고 역설했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19일 경북 경주시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한국의 핵잠 도입을 위한 후속 협의를 진행하기로 한 것이 결정적 전환점이 됐다. 지난해 11월 14일 양국이 발표한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에는 한국의 핵잠 건조를 미국이 승인하고, 우라늄 농축·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를 지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원 차관보는 “단순한 정책적 공감대를 넘어 실질적 협력 방향을 구체화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지난 6월 실무협의에서 양국 간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는 생산적이고 우호적인 협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양측 모두 정상 간 합의사안인 만큼 조속히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며 “민감한 핵연료 사안이 있어 많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성과를 도출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핵잠 건조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는 것도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보다 건설적이고 굳건한 한미동맹의 미래를 상징할 핵잠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글로벌 산업시장에서 한국 위상 높일 것
지난 5월 공개된 ‘대한민국 핵잠 개발 기본계획’에는 핵잠 개발·획득을 위한 5가지 원칙도 담겨 있다.
핵잠에 농축도 20% 미만의 저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한다는 것이 첫 번째다. 원 차관보는 “저농축 우라늄은 핵무기로 전용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에너지원”이라며 “국제사회가 우리의 핵 비확산 의지를 더 신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 △대한민국 내에서 핵잠을 개발·건조하고 △우리 원자로와 조선기술을 활용해 자주적으로 건조하며 △건조부터 해체까지 전 과정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원 차관보는 “대미 협의, 특별법 제정, 원자로 개발 등의 핵심 과업을 단계적으로 내실 있게 추진 중”이라며 “국민께 약속드린 시기(2030년대 중반)에 우리의 독자적인 핵잠이 진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핵잠 진수 후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억제 등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는 기대도 내비쳤다.
원 차관보는 핵잠 개발이 단순 함정 건조를 넘어 조선·원자력·방산 분야 첨단 기술을 집약하는 국가전략사업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핵잠 개발과정에서 형성된 기술과 산업 역량은 장기적으로 4만 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효과를 내고, 궁극적으로 지역 균형발전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원 차관보는 “핵잠 개발·건조는 글로벌 산업시장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원이 될 것”이라며 국민의 지지와 성원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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