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진정성은 표정에서 완성된다

입력 2026. 08. 25   15:38
업데이트 2026. 08. 2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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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공적말하기연구소 대표
정연주 공적말하기연구소 대표

 


말하기 코칭 현장에서 만나는 리더들의 공통된 맹점이 있다. 대부분 자신이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얘기해야 하는지는 비교적 치열하게 고민하지만 정작 그 말을 할 때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거의 모른다. 커뮤니케이션 코치로서 코칭 대상자가 말의 내용과 더불어 자신의 말하기 과정을 직접 인식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뇌과학적으로도 자신의 표정을 정확히 직면하고 인지하는 작업은 중요한데, 영상이나 사진으로 자신의 얼굴을 객관적으로 마주하는 순간 뇌는 주관적인 화자의 ‘착각’에서 벗어나 자기조절 중추인 안와전두엽을 활성화한다.

우리는 자신의 목소리를 두개골 진동을 통해 듣듯이 표정 역시 ‘나의 의도’라는 주관적 필터를 거쳐 자신의 표정이 어떠하리라고 짐작만 할 뿐이다. 스스로는 구성원에게 차분하고 부드러운 표정으로 말했다고 믿지만, 실제 카메라에 담긴 모습은 미간을 찌푸린 채 상대를 압박하는 듯한 경우가 많다.

공적 말하기 상황에서 리더들은 흔히 말의 내용이 논리적이고 정확하면 충분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인간의 뇌는 결코 언어의 텍스트만을 정보로 수용하지 않는다. 구성원은 리더가 하는 말의 내용뿐만 아니라 그 말을 하는 리더의 얼굴 근육이 보이는 정서, 리더가 들려주는 음성에서 본인이 갖게 되는 자율신경신호 등을 총체적으로 종합해 정보로 받아들인다.

회의시간에 리더가 입으로는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안해 보시죠”라고 부드럽게 독려했다고 여기더라도 미간의 주름과 굳게 다문 턱의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다면 듣는 이는 리더의 말이 아니라 경직된 그의 표정을 ‘진짜 메시지’로 읽어 내기 쉽다.

우리 뇌는 거짓된 말보다 무의식적인 비언어신호(표정, 어조, 신체 긴장)를 훨씬 더 신뢰도 높은 생존정보로 처리하도록 설계돼 있다. 말의 내용과 비언어적 표현이 어긋날 때 우리 뇌는 단순히 정보를 수용하는 걸 멈추고, 상대방이 진짜 의도를 숨기거나 속이려 하고 있다고 판단해 방어·의심모드로 전환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진정성’을 의심하게 되는 순간이다. 이는 리더가 말할 때 짓는 표정의 세부 근육 움직임이 말의 진정성을 판가름하는 핵심 잣대가 될 수 있음을 뜻한다.

실제 조직에서 전략기획회의, 성과를 점검하는 보고 자리, 위기 대응을 위한 브리핑 무대에서 다루는 사안은 대개 무겁기 마련이다. 많은 리더가 그런 상황에서 대부분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 ‘무표정’을 방패 삼아 말을 한다. 그러나 ‘표정 없음’은 안전한 중립이 아니다. 오히려 소통의지가 느껴지지 않아 단절의 신호로 읽힌다. ‘진지한 표정’과도 엄연히 다르다. 그러므로 무표정함에서는 벗어나는 게 좋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전략을 세우고 엄중한 임무를 다루는 현장에서 매 순간 환한 표정을 짓기는 어렵다. 옳지도 않다. 말의 목적에 걸맞은 표정이 정답이다. 표정은 결국 40여 개의 안면 근육이 만들어 낸다는 점을 잊지 말자. 얼굴 근육이 굳으면 누구든 무표정에 갇힌다. 턱과 입술 주변, 중안면의 근육 등을 충분히 움직이며 말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자신의 표정을 자주 점검하고 살피는 일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오늘부터라도 회의 시작 전 잠시 거울을 활용해 보자. 입 주변의 긴장을 풀고, 미간에 괜히 힘이 들어가 있지 않은지 점검해 보자. 또한 거울 속 눈빛이 주인인 나를 향해 리더로서 온전한 신뢰를 품고 있는지도 차분히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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