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전사적지를 찾아서Ⅲ - 아프리카-보츠와나 ②
‘국립문서보존소’ 인기 체험학습장
민주·경제 강국 성장과정 자료 가득
수도 중심에 ‘3인의 영웅공원’ 성지
영국 여왕 설득해 식민 지배 막아
족장 주재 주민참여재판 전통 유지
아프리카서 법치주의 모범국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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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츠와나 수도 가보로네의 정부청사 지구에는 국회의사당를 비롯한 행정·입법기관이 모여 있다. 역사 기록물을 관리하는 국립문서보존소도 이 지역에 있다. 보츠와나가 독립한 이듬해인 1967년 설립된 이 기관은 일반인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다. 건물 내 작은 공간에는 식민지 시대 사료부터 주요 역사 문서와 사진들을 공개하고 있다.
정직한 정치인과 보츠와나 민주정권
국립문서보존소는 이곳 교사·학생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체험학습장이다. 보츠와나 현대사 연구학자들이 가장 먼저 찾는 ‘사료의 보물창고’이기도 하다. 전시실에는 최빈국에서 아프리카 최고의 민주·경제강국으로 성장한 과정을 담은 사진과 역사자료가 일목요연하게 진열돼 있다.
식민지 시기의 사진은 당시 열악했던 사회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포장도로 하나 없던 베추아날란드(옛 보츠와나)의 흙길과 소달구지, 신발 없는 아이들 모습엔 가난에 찌든 상황이 그대로 나타난다. 1966년 독립 당시 국가 전체에 포장도로가 단 12㎞ 밖에 없었다. 인적 자원도 마찬가지. 대학 졸업자 20명, 고등학교 졸업자는 100여 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국민의 독립 국가건설에 대한 열정은 뜨거웠다. 특히 초대 대통령 세레체 카마의 정치철학이 국가 기틀을 잡았다. 그는 최대 부족의 후계자라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의회 민주주의를 도입했다.
그러던 1967년 오라파 지역에서 대규모 다이아몬드 광산이 발견됐다. 국가 곳간에 돈이 획기적으로 쌓였음에도 정치인의 이권 다툼은 없었다. 지도층은 애국심을 갖고 오로지 조국 근대화에 마음을 합쳤다. 그렇게 보츠와나는 마을 평의회 중심의 전통 구조에서 새로운 민주정권으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국가 성지 3인의 영웅 기념공원
수도 가보로네 중심부에 있는 ‘3인의 영웅공원’은 보츠와나 성지로 불린다. 이 공원은 독립기념일 전날인 2005년 9월 29일 건립됐다. 약 7m 높이의 거대한 3개 청동상은 19세기 말 보츠와나의 주요 부족을 이끌던 세 인물이다.
1895년 영국 정치가이자 사업가인 세실 로즈의 남아프리카회사가 보츠와나를 흡수하려 했다. 만약 이 회사에 병합된다면 보츠와나는 가혹한 식민 지배를 피할 수 없었다. 위기 상황에서 3명의 부족장은 영국 런던으로 건너갔다. 이들은 빅토리아 여왕과 영국 국민을 설득해 보츠와나가 사기업에 편입되는 것을 결사적으로 막았다. 이는 훗날 보츠와나가 유혈사태 없이 평화롭게 독립 국가로 발전하는 중요한 토대가 됐다.
공원에는 수시로 단체 관람객이 몰려들었다. 주변에 설치된 6개의 기념동판에는 보츠와나 역사와 독립 투쟁사가 새겨져 있다. 지금도 이 공원에서는 독립기념일 국가행사가 수시로 개최된다.
부족 관습법 융합된 ‘이중 사법체계’
영웅공원 건너편에는 특이한 외형을 가진 보츠와나 고등법원과 대법원 건물이 있었다. 뜨거운 햇볕을 피하고자 시원한 법원 건물로 들어갔다. 깔끔하게 장식된 청사에는 많은 민원인이 있었다. 이 나라도 민·형사사건의 지연재판으로 많은 불편을 겪는 모양이다. 그래도 청사 내부에는 ‘모든 재판은 신속한 진행을 약속한다’는 홍보판이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보츠와나 사법제도는 아프리카 전체에서도 손에 꼽힐 만큼 독특하고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는다. 특히 현대 사법제도와 전통적 부족 관습법이 융합된 ‘이중 사법체계’를 운용하고 있다. 즉, 마을 족장이 주재하고 주민 누구나 참석해 의견을 낼 수 있는 지역 법정제도가 아직도 유지된다. 보츠와나는 독립 이후에도 이 전통을 없애지 않고 ‘관습법원법’을 통해 하부법원으로 편입했다. 형사 및 민사 사건의 약 70~80%가 이 관습법원에서 처리된다. 절차가 매우 빠르고 비용이 들지 않으며 주민들에게 친숙하다는 장점을 살린 독특한 사법제도다. 단 고소인이나 피고인은 사안에 따라 관습법원에서 재판을 받을지, 일반법원으로 갈지를 선택할 수도 있다. 사법부 독립성과 높은 신뢰도는 보츠와나가 아프리카에서 ‘법치주의 모범국’으로 불리는 결정적 이유다.
열사병으로 응급실행…의료환경도 우수
가보로네의 뙤약볕은 유난히 따가웠다. 정부청사 지역, 영웅공원에는 햇빛을 피할 나무 그늘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아프리카 종단 여행을 한 지 거의 20여 일. 열악한 환경 속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피로가 누적됐다. 법원 청사를 나와 도로 건너편 국립도서관을 찾아 가는 도중 갑자기 어지럼증을 느꼈다. 다시 법원건물로 들어가 찬물로 얼굴을 씻었다. 하지만 온몸이 축 처지는 느낌과 함께 현기증은 더해갔다. 법원 직원에게 도움을 청하니 외국인들이 자주 가는 병원을 추천했다. 택시를 타고 병원에 도착하니 바로 응급실행이다. 친절한 의사가 내린 진단은 외국인들이 아프리카에서 흔히 경험하는 ‘열사병’이었다. 무더운 날씨를 고려하지 않고 욕심 많은 여행을 계속한 결과였다. 2시간 정도 수액을 맞은 후 거의 반나절 동안 병원에서 안정을 취해야만 했다. 천만다행으로 비교적 의료환경이 좋은 보츠와나에서 이런 낭패를 당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사진=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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