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에서 더 선명해지는 군악의 선율

입력 2026. 08. 24   15:40
업데이트 2026. 08. 24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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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중사 육군2군단 군악대
김태영 중사 육군2군단 군악대

 


후보생 시절 한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힘들기만 했던 행군의 막바지, 저 멀리서 군악대 연주가 들려왔다. 무겁게만 느껴졌던 발걸음이 조금씩 가벼워지며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전우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면서 다시 한 걸음 내디딜 힘이 생겨나는 기적을 경험했다. 당시엔 그저 힘든 순간을 이겨 내게 해 준 것이 음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군악부사관으로 임무를 수행 중인 지금 돌아보면, 그 순간은 군악이 장병의 마음을 움직여 전투력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경험한 때였다.

두 번째 순간은 육군15보병사단 군악대에 전입한 뒤 격오지 부대 장병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찾아가는 작은 음악회’에서였다. 초임하사 시절 한 주에 여러 차례 최전방 부대를 오가며 공연을 준비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공연을 마친 뒤 마주친 장병들의 밝아진 표정이나 ‘고맙다’ ‘행복했다’는 인사를 들을 때면 힘들었던 과정은 아무것도 아니게 느껴졌다. 그때 깨달았다. 군악은 무대에서 연주하는 음악에 그치지 않고, 필요한 곳에 찾아가 장병의 마음을 회복시키는 임무였던 것이다.

세 번째 순간은 이번에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 군단 전투참모단의 증원요원으로 참가하면서 찾아왔다. 그간은 ‘비전투원이니까’라는 생각으로 전시상황에서 군악이 어떤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지 깊이 고민하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 전시상황을 가정한 연습에 참가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전투가 지속될수록 장병들의 피로와 스트레스는 커지고, 전투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장비와 물자뿐만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회복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돌이켜 보면 군악은 오래전부터 전장에서 그 역할을 해 왔다. 전장의 북소리는 장병들의 사기를 북돋웠고, 6·25전쟁 당시 중공군의 날카로운 악기 소리가 군의 사기를 저하시켰던 것처럼 군악은 우리에게 영향을 미쳤다. 결국 군악은 단단한 방탄복을 관통해 사람의 심리적 요인을 건드릴 수 있는 무기이면서 장병들이 전장에서 긴장감·두려움에 사로잡힌 상황에서 ‘적과 맞설 수 있는 힘’을 내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군악이 모든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친 장병들에게 잠시나마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고, 다시 임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게 하는 것만으로도 군악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분명하다. 때로는 힘찬 행진곡이 필요할 것이고, 때로는 익숙한 대중가요 한 곡이 장병들에게 위로가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좋은 음악을 연주하는 게 아니라 상황과 대상에 맞는 음악을 선택하고 그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다.

군악부사관으로서 이번 연습에 참가하면서 희미해졌던 군 생활의 목표와 각오가 조금 선명해진 듯하다. 앞으로 UFS 연습 중 느꼈던 점을 거름 삼아 노래 한 곡의 가사와 선율이 주는 힘에 대해 고민하고, 내가 연주하는 트럼펫 한 음 한 음에 의미를 불어넣어 전우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군악부사관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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