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AI의 ‘넷’ 일터…보는 눈·정하는 머리·움직이는 손발·지키는 방패
방대한 영상 분석해 표적 찾고 분류
어떤 무기로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
인간의 조종 없이 자율적 임무 수행
심리전·악성코드 등 사이버전까지
전체 맞물려 도는 속도가 승패 좌우
한 분야 뛰어난 A I 보다 ‘통합’ 중요
군사 인공지능(AI)은 하나의 만능 기계가 아니다. 전장의 서로 다른 일터에서 제각기 다른 일을 맡아 동시에 자라나는 기술 묶음에 가깝다. 그 일터는 크게 넷으로 나뉜다. 무엇이 어디 있는지 찾아내는 ‘눈’, 그래서 어떻게 할지 정하는 ‘머리’, 정해진 대로 움직이는 ‘손발’,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노리는 공격을 막아내는 ‘방패’다.
이를 군사 용어로는 정보·감시·정찰, 지휘결심, 자율기동, 사이버라고 부른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우리 국방부의 AI 전략이 공통으로 가리키는 네 갈래가 바로 이것이다. 앞서 살펴본 세 학파가 실제 임무에 어떻게 스며 있는지를 이번 회는 네 일터를 한 화면에 펼쳐 보며 짚는다.
첫 번째 일터는 ‘눈’, 곧 정보·감시·정찰이다. 여기서 AI가 맡는 일은 카메라와 센서가 쏟아내는 방대한 영상 더미에서 ‘무엇이 표적인가’를 사람보다 빠르게 골라내는 것이다. 위성과 정찰기가 하루에 찍는 영상을 사람이 일일이 들여다보려면 분석관 수백 명이 밤을 새워도 모자란다. 미군이 2017년부터 운용해 온 영상 자동분석 사업은 이 일을 알고리즘에 맡겨 광역 동영상 속 차량과 사람, 건물을 자동으로 가려내고 추적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장의 정찰드론은 영상만 보고 60여 종의 러시아군 차량을 분류하고, 전파를 엿듣는 영역에서는 AI가 수만 갈래 주파수 속에서 적의 통신과 레이다 신호를 가려낸다. 한마디로 이 일터의 AI는 사람의 눈과 귀가 감당하지 못하는 처리 속도를 메우는 데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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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일터는 ‘머리’, 즉 지휘결심이다. 표적을 찾아낸 다음 누가 어떤 무기로 언제 어떻게 대응할지를 정하는 단계다. 과거에는 정찰 보고가 지휘소로 올라오고 참모들이 의논해 명령이 내려가기까지 길게는 몇 시간이 걸렸는데 AI는 이 시간을 분 단위, 나아가 초 단위로 줄인다. 항공기와 함정, 지상부대와 위성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하나의 화면에 녹여 지휘관에게 ‘이런 대응책이 있다’는 후보를 즉석에서 제시하는 식이다.
우크라이나군이 운용하는 전장 정보체계는 드론과 위성과 첩보를 실시간으로 엮어 지휘관에게 ‘신(神)의 시야’를 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에는 사람과 대화하듯 작전 계획 초안을 만들고 모의 전쟁을 돌려보는 생성형 AI까지 이 일터에 들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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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일터는 ‘손발’, 곧 자율기동이다. 사람이 일일이 조종하지 않아도 무인체가 스스로 길을 찾고 임무를 해내는 능력으로 앞선 회차들에서 살핀 드론의 진화가 가장 곧장 닿는 영역이다. 하늘에서는 유인기 곁을 지키는 ‘충성스러운 윙맨’ 무인기와 떼 지어 나는 군집이, 땅에서는 무인 차량이, 바다에서는 무인 수상정과 무인 잠수정이 영역을 넓혀 간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요령을 익히는 학습법으로 훈련된 AI가 시뮬레이션 속에서 수백만 번의 모의 공중전을 치른 뒤 실제 전투기 조종간을 잡는 단계도 이미 시작됐다. 미 공군은 개조한 시험기로 AI 대 사람의 공중전을 마쳤고, 호주 공군은 무인기 여러 대와 조기경보기를 묶어 공중 표적에 맞서는 협동기동을 단계적으로 시연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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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일터는 ‘방패’, 사이버다. 전장이 눈에 보이지 않는 디지털 공간으로 넓어지면서 AI는 침입 탐지와 악성코드 분류, 이상 징후 포착에서 가장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사람이 일일이 들여다보기엔 너무 빠르고 잦은 공격을 학습한 AI가 실시간으로 걸러낸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2016년 연 ‘사이버 그랜드 챌린지’에서는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AI끼리 스스로 약점을 찾아 메우는 능력을 겨루기도 했다.
9년 뒤인 2025년 8월 같은 기관이 개최한 후속 대회에서는 AI가 실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훑어 그때껏 알려지지 않았던 취약점 18건을 사람의 개입 없이 찾아내 스스로 고쳤다. 흥미로운 점은 우승팀에 삼성리서치와 KAIST, 포스텍 등 국내 연구진이 핵심으로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방패는 곧 창이 되기도 한다. 스스로 형태를 바꾸는 공격 코드, 진짜 같은 가짜 음성·영상으로 벌이는 심리전, AI가 자동으로 찍어내는 미끼 편지와 악성코드가 새로운 위협으로 떠올랐다. 결과가 잘 드러나지 않는 영역인 만큼 규범과 통제가 가장 어려운 곳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이 네 일터가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눈이 본 것이 머리의 판단으로 들어가고, 머리가 내린 명령이 손발을 움직이며, 그 손발을 잇는 통신선이 다시 방패와 창이 맞부딪치는 한복판에 놓인다. 정찰이 막히면 결심이 늦어지고, 통신이 뚫리면 무인기가 길을 잃으며, 결심이 굼뜨면 애써 찾은 표적도 놓친다. 한 영역이 흔들리면 나머지가 함께 휘청이는 것이다.
그래서 선진국 군대가 한결같이 노리는 그림은 네 일터를 하나의 신경망으로 잇는 통합이다. 미군이 모든 군을 한 지휘체계로 묶으려는 구상, 우리 군이 내건 여러 영역 동시 작전이 결국 가리키는 지점은 이 통합이다. 한 영역의 빠른 AI보다 네 일터가 끊김없이 맞물려 도는 전체의 속도가 승패를 가른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 군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국방AI센터를 새로 세우고, 사람과 무인체가 한 팀을 이루는 복합체계와 자율 군집, AI 기반 지휘결심을 핵심 과제로 삼았다. 관련 방산기업들도 자율비행과 영상분석 기술을 함께 키우고 있다. 다만 한반도는 산악이 많고, 전선이 좁아 통신이 끊기고 전파가 교란되는 환경이 일상에 가깝다. 위성항법 교란이나 데이터링크 차단이 잦은 만큼 네 일터를 잇는 신경망이 끊겨도 버틸 수 있는 설계가 우리에게는 더 절실하다.
요컨대 군사 AI는 눈·머리·손발·방패라는 네 일터에서 동시에 자라며, 결국 하나의 그물망으로 엮이는 중이다. 어느 한 기술의 우열을 따지기보다 이 넷이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는지를 읽어내는 안목이 앞으로의 전장을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다음 회부터는 이 네 일터를 차례로 깊이 들어간다. 먼저 가장 가시적인 변화가 일고 있는 하늘에서 유인기와 무인기가 한 팀이 될 때 그 둘을 잇는 끈이 끊기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살핀다.
필자 김형석 한성대학교 국방과학대학원 국방전력학과 교수는 한국대드론산업협회 드론센터장,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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