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 찾은 나비인 줄 알았더니… 철조망 너머 방첩 경계선을 지켜라

입력 2026. 08. 21   16:59
업데이트 2026. 08. 23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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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그들이 온다 - 군사기지 주변이 활동무대

군산공항 인근 호텔서 무선도청
평택 미군기지 동향 등 정보 수집
한미 군사기지 정탐 중국인 적발
美, 기지 일대 외국인 투자 막아
훈련 기간 일치하는 체류 외국인
반복 방문객 행동 기반 추적해야

 

개별 첩보는 사소해 보여도 장기간 반복 관찰을 통해 상당한 수준의 전략 정보를 그려낼 수 있다. 2024년 6월에는 미군 항공모함을 촬영하던 중국인 유학생이 적발됐고, 2025년 4월에는 수원 공군기지 전투기를 촬영한 중국인이 적발됐다. 2024년 6월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는 시어도어 루스벨트함. 사진=해군 제공
개별 첩보는 사소해 보여도 장기간 반복 관찰을 통해 상당한 수준의 전략 정보를 그려낼 수 있다. 2024년 6월에는 미군 항공모함을 촬영하던 중국인 유학생이 적발됐고, 2025년 4월에는 수원 공군기지 전투기를 촬영한 중국인이 적발됐다. 2024년 6월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는 시어도어 루스벨트함. 사진=해군 제공


관제탑 도청하고, 미군 기지 정탐한 중국인

최근 적발된 중국인들의 한미 군사기지 정탐 사건은 우리 방첩체계에 심각한 경고를 던졌다. 지난 11일 경찰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중국군 출신 중국인 2명이 한미 군사시설을 대상으로 서로 다른 방식의 정보활동을 벌인 혐의로 구속됐다.

60대 중국인은 올해 4월 한미 공군 전력이 운용되는 군산공항 인근 호텔에 머물며 안테나, 단방향 수신기(SDR), 노트북 등 무선도청 장비를 이용해 전투기와 관제실 간 교신을 불법 수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올해 1월부터 한미 공군의 훈련 시기에 맞춰 여러 차례 관광비자로 입국했다고 한다. 당국은 그가 2024년부터 무선 교신과 전파 정보를 수집한 혐의와 자료의 전달 대상이 누구인지 조사 중이다.

또 다른 40대 중국인(조선족)은 평택 주한미군기지 정문 인근에서 군용품점을 운영하며, 기지에 근무하는 한국인 여성을 금품 제공과 친분 조성을 통해 포섭, 군사정보를 수집한 혐의다. 그가 수집한 정보에는 한미연합군사훈련(UFS) 관련 자료, 무기 이동, 미군 지휘부 인사 등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군산공항 전파 탐지는 군사시설 주변에서의 신호정보(SIGINT) 활동, 평택 기지 동향 파악은 내부자를 포섭한 인간정보(HUMINT) 활동으로 분류될 수 있다. 앞서 2024년 6월에는 부산 해군기지에 입항한 미군 항공모함을 드론으로 촬영하던 중국인 유학생들이 적발됐고, 2025년 4월에는 수원 공군기지 전투기들을 고해상도 카메라로 촬영한 중국인이 적발됐는데, 이들은 영상정보(IMINT)를 수집한 것이다.

결국 중국이 다양한 첩보 수집 방식을 동원해 우리 군과 미군 기지 주변에서 활발하게 군사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러한 중국인들의 군사기지 주변 첩보 수집 활동은 명백한 간첩행위에 해당한다. 아쉬운 점은 지난 2월 간첩죄 개정에 따라 ‘적국’이 아닌 ‘외국’을 위한 간첩도 처벌할 수 있게 돼 북한 간첩이 아닌 중국 간첩의 처벌도 가능해졌지만, 개정법의 발효 시점이 9월 13일이라서 이번 사건에는 적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 우리 법원이 수원 군 공항과 부산 해군기지를 정탐한 중국인에게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일반이적죄’를 적용해 각각 최장 징역 2년,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사건 피의자들도 적을 이롭게 한 혐의를 인정해 ‘일반이적죄’ 처벌은 가능할 것이다. 간첩죄의 법정형과 비교한다면 여전히 매우 가벼운 처벌이 될 수밖에 없다.


군 기지 주변은 스파이들의 무대 

군산 공군기지 관제탑 교신을 도청한 중국인은 조종사 통신을 듣는 것이 취미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상식을 벗어난 변명으로, 중국은 이미 외국에서도 유사한 정보활동을 한 사실이 있다. 스위스 공군기지 인근에 장기 거점을 마련하고 군사정보 수집 공작을 추진한 정황이 밝혀진 것이다. 2023년 스위스 경찰은 마이링겐 군 비행장 옆의 작은 호텔을 매입해 5년 동안 운영하던 중국인 부부를 조사하고 호텔을 수색했다. 전투기의 이착륙과 기지 동향을 근거리에서 관찰할 수 있고, 관제탑 교신까지 도청할 수 있는 매우 가까운 위치의 호텔이었다. 특히 첨단 스텔스 전투기인 F-35A가 배치될 예정인 기지라서 중국의 정보활동 의혹이 크게 부각됐다. 부부가 조사 직후 중국으로 돌아가 당국이 간첩으로 확정하지는 못했지만 정황으로 보아 개연성은 충분했다.

2023년 8월에는 중국인 유학생 5명이 미국 미시간주의 미군 합동기동훈련장인 캠프 그레이링 군사기지 인근 모텔에 투숙하며, 중국군의 대만 침공에 대비한 다국적 연합 훈련 동향을 파악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이들은 유성을 보러 기지 주변을 여행했다고 주장했지만, 소지한 외장하드에서는 비밀 통신장치와 군용 차량들을 촬영한 사진들이 발견됐다. 2024년 1월에는 해군 핵잠수함과 항공모함을 건조하는 버지니아주 뉴포트뉴스의 조선소 인근에서 중국인 유학생이 드론 촬영 중 주민 신고로 체포되기도 했다.

미국은 주요 군사기지 인근 토지에 대해서는 아예 외국인 투자를 막는 법체계도 갖추고 있다. 2024년 5월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와이오밍주 프란시스 워런 공군기지에서 불과 1마일 떨어진 곳에 있는 중국 암호화폐 채굴업체에 시설 폐쇄 및 토지 매각과 장비 철수를 요구하는 대통령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중국 회사와 인접한 위치에서 국방부를 지원하는 데이터센터를 운용 중이던 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해당 시설이 정보수집 공작에 활용될 수 있다며, 외국인 투자의 국가안보상 문제점을 심사하는 연방위원회(CFIUS)에 심의를 요청한 것에 따른 것이었다.

워런 기지는 대륙간탄도탄(ICBM)을 운용하는 미국의 3대 전략 핵미사일 기지 중 하나인데, 암호화폐 채굴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고성능 컴퓨터 등 대규모 장비들이 스파이 행위에 사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 결과였다. 관측이나 도청, 전파 탐지뿐만 아니라 유사시 재밍을 통한 통신 교란, 과부하 유발을 통한 전력 차단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군사기지 주변은 음식점이나 유흥업소에서 고객인 군인들의 대화 내용을 통해 단편 첩보를 수집하거나, 친분을 활용한 내부자 포섭 등 스파이들의 최적 활동무대로 인식돼 왔다.


군사기지 보안, 방첩 체계로 확장해야

최근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북·중·러가 밀착되는 추세다. 이들은 태평양 건너 미국보다 미군과 연합작전을 수행하며 군사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한국이나 일본에서 더욱 효율적으로 미군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러시아가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하는 우리 군에 대한 정보수집을 확대하고 있는 이유다.

최근에는 군사기지를 겨냥한 첩보 수집에 관광객, 유학생, 상인 등 자연스럽게 기지 주변에 접근할 수 있는 일반인을 동원하는 것도 특징이다. 사진, 무선통신 등 쉽게 수집할 수 있는 자료를 축적하고, 중요한 인물이 아니더라도 기지 출입이 가능한 사람을 포섭해 작은 첩보들을 모으기도 한다.

개별 첩보는 사소해 보여도 장기간 반복 관찰을 통해 상당한 수준의 전략 정보를 그려낼 수 있다. 군용기의 기종과 출격 횟수, 훈련 시간, 차량과 장비의 이동, 병력 규모 같은 정보 하나하나는 중요 군사기밀이 아닐 수 있지만 이를 시간대별·기간별로 축적하면 부대의 작전 패턴이나 훈련 주기, 전력 운용 특성을 추론할 수 있다.

우리의 방첩 대응 태세도 달라져야 한다. 우리나라도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에 따라 특정 구역 내 개발 제한 및 출입·촬영·측량 등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주된 고려 사항은 군사작전의 원활한 수행이나 민간인 보호를 위한 것이고, 스파이 활동으로부터 시설과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법과 제도적 장치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초소를 강화하고 출입자를 통제하는 전통적 군사기지 보안은 철조망에서 끝나지만 방첩의 경계선은 그보다 훨씬 바깥에 있어야 한다. 군사기지 주변 음식점과 유흥업소에 암약하는 스파이를 색출하고, 훈련 기간과 일치하는 외국인 체류자나 반복적인 방문객에 대한 행동 기반의 추적 조사도 필요하다.

인근 건물과 사업장의 시설과 장비를 점검해 첨단기술을 활용한 첩보 수집 가능성을 점검하고, 위험 징후 포착 시 예방 조치를 해야 한다. 내부를 잘 지키는 전통적 군사기지 보안을 넘어서 외부의 공격자인 스파이들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국가 차원의 방첩체계 수립이 필요하다.


필자 배정석 성균관대학교 국가전략대학원 겸임교수는 국가정보원에서 방첩업무를 담당했으며 현재 국제정보사학회와 한국국가정보학회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필자 배정석 성균관대학교 국가전략대학원 겸임교수는 국가정보원에서 방첩업무를 담당했으며 현재 국제정보사학회와 한국국가정보학회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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