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토 분쟁 넘어 전략적 경쟁 양상 전개

입력 2026. 08. 21   15:40
업데이트 2026. 08. 23   11:27
0 댓글

국제 이슈 돋보기
2026년도 글로벌 핵심·신흥 분쟁 동향 ① 러·우 전쟁

전·후방 구분 모호…동맹 역할 증대
양자 군사 대결 넘어 연합 경쟁으로
한 쪽의 승리 아닌 장기 소모전 전망
AI·전자전 등 미래 전력 중요성 시사
새 안보 환경 맞춰 국방태세 바꿔야
한미동맹도 기술 기반 현대화 필요

지난 20일 러시아의 공습을 받은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시민들이 연기가 피어오르는 도시를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일 러시아의 공습을 받은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시민들이 연기가 피어오르는 도시를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는 2022년 2월 24일 전면적인 침공 시작 당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국가안보를 확보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추가 확장을 저지하기 위한 ‘특별군사작전’으로 규정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이 전쟁을 국가 생존, 영토 해방,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 수호를 위한 전쟁으로 일관되게 규정해 왔다. 올해 전쟁 5년 차에 접어들면서 양측 모두 근본적인 정치적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있어 거듭된 외교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협상 타결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결국 러·우 전쟁은 단순한 지역 무력 충돌에서 현대 국제 안보 질서의 핵심을 이루는 전략적 경쟁으로 발전하고 있다.

2026년 군사작전은 분쟁이 결정적인 영토 돌파가 아닌 장기적인 전략적 소모전, 기술적 적응, 산업 경쟁으로 특징지어지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는 전선의 여러 부문에 걸쳐 지속적인 공세를 펼쳤지만 막대한 인적·물적 손실에 비해 영토적 이득은 제한적이었다. 우크라이나는 병력 부족 심화와 외부 군사 지원에 대한 불확실성 증가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정밀 타격, 무인시스템, 인공지능(AI) 기반 표적 설정, 전자전, 분산형 지휘통제망 등 더욱 정교한 전술을 활용해 러시아의 작전 성공을 저지했다. 결과적으로 전쟁의 중심은 재래식 기동전에서 산업 역량, 기술 혁신, 병참, 사회적 회복력을 둘러싼 장기적인 경쟁으로 옮겨갔다.

특히 2026년 전쟁은 몇 가지 특징적인 면에서 차별화된다. 첫째, 전장은 점점 더 AI 기반으로 변모해 자율 및 반자율 무인항공기, 지상, 해상시스템이 정보 수집, 타격 작전, 병참 교란, 전장 의사결정 지원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둘째, 두 나라 모두 에너지 기반 시설, 군수산업 시설, 물류 허브 및 교통망에 대한 전략적 심층 타격 작전을 확대해 전통적인 전선과 전략적 후방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었다. 셋째, 전쟁이 점차 국가 동원 전쟁으로 제도화되면서 국방 산업 생산, 경제 회복력, 제재 및 동맹 지원이 전장 성과와 더불어 군사적 효율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의 전략적 목표는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의 군사력을 소진하고, 점령지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며, 서방의 지원을 약화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키이우가 모스크바에 유리한 정치적 합의를 수용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목표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국가 주권 수호, 국제정치적 지지 유지, 러시아가 전술적 전장 압력을 전략적 승리로 전환하는 것을 저지하는 것을 우선시하고 있다. 이러한 상반된 목표는 상호 배타적이며, 이는 현재 어느 쪽도 타협적인 평화를 수용할 충분한 동기를 갖고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

한편 전쟁의 광범위한 지정학적 차원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주요 군사 공급국 역할에서 점차 벗어나 보다 광범위한 동맹지원체계의 전략적 조정자 역할을 하며 유럽 동맹국 간의 비용 분담을 장려하는 동시에 정보·기술·억제력 분야에서 주도권을 유지해 오고 있다. 중국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전략을 지속해 왔다. 공개적으로는 정치적 대화를 옹호하면서도 동시에 러시아와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고, 서방의 경제적·외교적 고립 시도에 저항해 왔다. 결과적으로 전쟁은 순수한 양자 간 군사적 대결이라기보다는 경쟁하는 연합체제들을 시험하는 양상을 띠게 됐다.

앞으로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는 러시아의 신속한 승리나 우크라이나의 결정적인 해방이 아니라 장거리 정밀 타격, 드론 전쟁, 경제적 압박, 기술 경쟁의 지속적인 확대로 특징지어지는 장기적인 소모전일 것이다. 러시아의 국내 정치적 계산, 우크라이나의 군사력, 또는 외부 강대국의 지원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이 전쟁은 전략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의미에서 러·우 전쟁은 단순한 영토 분쟁을 넘어 유럽의 미래 세력균형과 새롭게 부상하는 국제 안보 질서를 둘러싼 장기적인 경쟁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전장을 훨씬 넘어설 것이다.

한반도의 경우 이 전쟁을 단순히 멀리 떨어진 유럽의 전쟁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전쟁을 핵 억제력, 기술 경쟁, 장기적인 산업 동원이라는 조건에서 미래의 고강도 국가 간 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보여주는 ‘전략적 실험실’로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한국이 얻어야 할 가장 중요한 교훈은 러·우 전쟁과 같은 전쟁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가 아니라 재래식 전쟁, 첨단기술, 동맹 관리, 방위산업 역량이 국가 역량의 불가분한 요소가 된 안보 환경에 맞춰 국방 태세를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가이다.

첫 번째 함의는 억제력의 성격 변화에 관한 것이다. 러시아의 핵무기는 나토의 직접적인 개입을 억제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서방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군사 지원을 막지는 못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의 재래식 저항은 러시아가 핵 우위를 전략적 승리로 전환하는 것을 저지했다. 이는 한반도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북한의 핵 능력 확장은 재래식 분쟁의 가능성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할 것이다. 오히려 평양은 핵무기가 정밀한 재래식 압박, 사이버 작전, 회색지대 활동, 제한적인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수 있는 보호막을 제공한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억제 태세는 보복적 처벌에만 치중하는 것을 넘어 방어, 회복력, 신속한 전력 재생, 동맹 공조를 통합하는 보다 포괄적인 틀로 나아가야 한다.

둘째, 이번 전쟁은 AI·자율시스템·전자전이 특수 지원 기능이 아닌 핵심적인 군사 역량으로 자리 잡았음을 확인시켜 줬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군에 직접적인 시사점을 제공한다. 미래의 전력 개발은 인간·기계 통합 협업, 자율 감시·정찰(ISR) 네트워크, AI 기반 지휘통제 시스템, 대(對)무인항공시스템(UAS) 능력, 탄력적인 통신망, 분산형 센서 아키텍처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또한 미래의 전쟁은 물리적 화력만큼이나 정보 흐름 통제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므로 한국은 전자전 및 전자기스펙트럼 지배력 확보에 대한 투자를 가속해야 한다.

세 번째 함의는 동맹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러·우 전쟁은 현대 동맹이 군사 작전, 정보 공유, 병참, 산업 협력, 사이버 방어, 우주 역량, 신기술 등을 통합하는 다차원적 안보 네트워크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에 있어 이러한 변화는 한미 동맹을 전통적인 군사적 기반을 넘어 현대화해야 할 필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한미동맹은 AI, 양자 기술, 반도체, 사이버 안보, 우주 시스템, 자율 무기, 방위 혁신, 탄력적인 공급망 등을 통합하는 ‘기술 기반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 이러한 진화는 한국을 기존의 안보 소비국에서 인도·태평양 및 세계 안보의 광범위한 구조에 이바지할 수 있는 전략적 기술 파트너로 격상시킬 것이다.

 

연담린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연담린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오늘의 뉴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