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없이 말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자

입력 2026. 08. 20   15:47
업데이트 2026. 08. 2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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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근 육군중령 국방대학교 근무지원대
류한근 육군중령 국방대학교 근무지원대


리더의 최우선 과업은 뭘까? 많은 사람이 전략을 수립하고 방향을 제시하며 성과를 창출하는 것을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것들은 리더에게 반드시 요구되는 책무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전략과 명확한 목표가 있어도 구성원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없는 조직에서는 제대로 실행되기 어렵다. 리더의 최우선 과업은 심리적 안정감을 갖춘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에이미 에드먼슨 교수는 『두려움 없는 조직』에서 이렇게 묻는다.

“당신은 구성원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심어 줄 수 있는 리더인가?” 에드먼슨 교수는 심리적 안정감을 단순히 편안한 분위기나 갈등이 없는 상태로 설명하지 않는다.

심리적 안정감이란 실수나 비판,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질문하고 의견을 제시하며 문제를 말할 수 있는 조직의 특성을 의미한다.

이러한 에드먼슨 교수의 통찰은 초급장교 시절 경험과도 맞닿아 있다. 1990년대 후반 강원 철원군의 한 예비대대에서 소대장으로 첫 보직을 받아 임무를 수행하던 시절이었다.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 훈련과 진지공사가 이어졌고, 부대는 하루하루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대대장과 참모들의 대화를 듣게 됐다. 그들은 몇 달 전 폭파 시범식 교육 중 발생했던 사고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대대장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날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렸고, 부대 상황도 매우 복잡했어. 아침에 연대장님께 전화로 지휘보고를 하면서 폭파 시범식 교육을 연기해 달라고 건의했지. 연대장님께서는 짜증을 내시며 고압적인 말투로 ‘무슨 소리야! 계획한 대로 진행해’라고 하셨어. 대대장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고 ‘알겠습니다. 계획대로 하겠습니다’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몇 시간 뒤 시범식 교육은 예정대로 실시됐다. 견학 중이던 여러 소대장의 고막이 파열됐고, 시범 진행을 주관했던 중대장은 TNT 파편이 복부를 관통하는 중상을 입었다.

이 경험은 오랫동안 하나의 질문을 남겼다. ‘만약 누군가의 목소리가 끝까지 존중됐다면 그 사고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 이후 조직을 이끌 때마다 한 가지 원칙을 마음에 새기려 노력했다.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자. 직위가 낮다고 침묵하지 않아도 되는 조직, 실수를 인정했다고 비난받지 않는 조직, 다른 의견을 냈다고 불이익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조직을 만들자. 이것이 항상 쉽지는 않았다. 때로는 나 역시 충분히 듣지 못한 적이 있었고, 성급하게 판단했던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를 돌아보며 다시 경청하려 했다.

조직 내에서 사고와 문제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사고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이 문제를 알고도 말하지 못하는 조직이다.

리더의 최우선 과업은 성과를 관리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두려움 없이 말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심리적 안정감은 좋은 조직문화의 결과가 아니라 성과와 혁신, 안전을 가능하게 하는 리더십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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