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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북한 호칭 문제가 사회적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2024년 1월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를 제기한 이후 남조선 호칭을 대한민국으로 변경한 것이 계기였다.
한편에서는 북한이 한국 호칭을 변경했으니 우리도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조선)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에 맞서 북한을 조선으로 부르면 북한 지역을 우리 영토로 규정하는 헌법정신과 충돌하고, 국가 정통성과 관련해 북한 프레임에 빠지게 된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달 초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북한 호칭 변경 문제를 보고했는데, 이재명 대통령은 신중하게 검토하라는 지침을 밝혔다. 이로써 정부 차원에서 이 문제는 일단 유보됐지만, 사회적 논란은 오히려 가열되고 혼란도 가중되는 양상이다. 사실 북한 호칭 문제는 찬반 의견을 떠나 논란이 될 만한 사안이 아니다. 오히려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남과 북의 상호 호칭 문제는 1991년 남북 협상에서 대강의 원칙이 제시된 바 있다. 당시 남과 북은 냉전 종식에 따라 상호 관계 재설정을 위한 협상을 벌인 결과 남북 기본합의서를 채택했다.
남과 북은 합의서에서 양측 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 관계”로 규정했고, 이후 이러한 인식에 따라 맥락에 맞춰 다양한 호칭을 사용해 왔다.
우선 국제 관계 맥락에서는 상대방의 공식 국호를 썼다. 특히 영어의 경우 ‘North Korea’와 ‘South Korea’라는 호칭이 이미 정착돼 있어 논란 여지가 거의 없다.
남북 관계 맥락에선 필요한 경우 서로 상대 국호를 사용했고 회담이나 공동행사에서 구두로 호칭할 때는 특수 관계가 반영돼 귀측, 남측, 북측 등을 혼용했다. 각자 국내 정치 맥락에서도 서로 편리한 대로 북한과 남조선을 썼다.
2024년 1월 북한이 남측 호칭을 변경했지만 우리 입장에서 보면 달라지는 건 없다. 국제 맥락에서 영어 표현엔 원래 모순이 없었고, 남북 상호 관계 맥락에서도 우리는 조선을 여러 차례 사용했고, 상황에 따라 귀측과 북측 용어를 혼용해 왔다.
최근 북한 축구단이 수원을 방문했을 때 기자들이 북한이라고 호칭하자 북측이 화를 내는 장면이 있었다. 이런 북한의 태도는 1991년 이후 여러 차례 반복된 것으로, 호칭 논란이 ‘두 국가론’ 때문에 새롭게 발생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한국 내부 맥락에서 조선 호칭을 써야 하는지다. 그럴 필요가 없다고 본다. 북한이 한국 내부 호칭에서도 조선을 사용해 달라고 정식 요청하지 않았고, 북한과 제대로 협의한 적도 없으므로 그동안 편리하게 쓰던 북한 표현을 변경할 이유는 없다. 조선 호칭을 사용하면 북한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보여 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남측 정부가 일관성 없이 북측 신호에 수동적으로 반응한다고 폄하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북한 호응을 유도하기 위해 호칭 변경에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오히려 자충수가 될 수 있다. 대북정책의 일관성과 체계성을 견지하면서 인내심을 갖고 북한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제안과 협력 구상을 진정성 있게 제시하는 게 오히려 효과적인 접근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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