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탄은 즉각 날아갔지만 승리는 완벽한 준비가 만들었다

입력 2026. 08. 19   15:32
업데이트 2026. 08. 19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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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형 교수 강남대학교 군사학과 예비역 육군중령
이방형 교수 강남대학교 군사학과 예비역 육군중령


2015년 8월 20일 오후 북한군의 포성이 경기 연천군 하늘을 갈랐다. 잠시 후 우리 포병의 155㎜ 포탄이 적 도발 원점을 향해 날아갔다. 많은 사람이 그 몇 분간의 대응사격을 기억한다. 그러나 11년이 지난 지금, 당시 육군26기계화보병사단 231포병대대장으로서 포탄보다 장병들의 눈빛을 먼저 떠올린다.

상황은 급박했지만 누구도 우왕좌왕하지 않았다. 포반장은 명령을 확인했고, 사수는 조준했으며, 통신병은 교신을 이어 갔다. 장병들은 각자 위치에서 평소 훈련한 대로 움직였다. 그 순간 실전이란 새로운 행동을 하는 시간이 아니라 평소 준비한 것을 증명하는 시간임을 절감했다.

대대장으로서 가장 염려한 것은 적의 포탄보다 우리 장병들의 흔들림이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화력보다 침착함이었다. 정확한 대응사격은 장비와 포탄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우리 장병들은 수없이 반복한 RAP 사격훈련과 사격지휘절차, 상황보고, 통신 점검, 장약 결합을 몸으로 익히고 있었다. 누구도 임무를 남에게 미루지 않았고, 누구도 자신의 자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전투는 영웅 한 사람이 만드는 게 아니다. 평범한 장병들이 각자 위치를 끝까지 지킬 때 비로소 승리가 만들어진다. 8·20 완전작전은 바로 그 사실을 증명했다.

11년이 흐른 지금, 강남대에서 학군장교를 양성하며 학생들에게 자주 묻는다. “실전은 언제 시작되는가?” 많은 학생은 총성과 포성이 울리는 순간이라고 답한다. 그러나 내 대답은 다르다.

실전은 오늘 훈련장에서 교범을 펼치는 순간 시작된다. 지휘란 명령을 많이 내리는 능력이 아니라 가장 혼란스러운 순간에도 부하들이 평소처럼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일이다. 결국 전장의 승패는 순간의 명령보다 평소 쌓아 올린 신뢰와 준비에서 결정된다.

8·20 완전작전은 북한군의 포격에 대응한 하루의 작전에 그치지 않는다. 대한민국 포병이 왜 존재하는지를 보여 준 순간이었고 ‘도발하면 반드시 응징한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증명한 역사였다.

포탄은 사라져도 정신은 남는다. 8·20 완전작전은 준비된 군대가 어떻게 평화를 지키는지를 드러내는 살아 있는 교범이다. 앞으로도 후배들에게 포탄이 날아간 방향보다 그날 끝까지 자신의 자리를 지켰던 장병들의 책임감과 사명감을 먼저 이야기할 것이다.

대한민국을 지킨 것은 포성 그 자체가 아니라 포성이 울리는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군인의 정신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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