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디톡스, 전투력 되살린다] ④ 전문가 인터뷰

입력 2026. 08. 20   16:42
업데이트 2026. 08. 2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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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디톡스, 전투력 되살린다

① 정신건강 좀먹는 ‘액정몰입’
② ‘뇌 건강 지키기’ 금지보다 회복
③ 쾌감 대신 전우애 ‘도파민 디톡스 병영현장’
④ 전문가 인터뷰 - 조현섭 총신대 중독상담학과 교수

“사회보다 군대에서 스마트폰에 더 노출 건강한 도파민 채울 활동 만들어 줘야”
바깥 소식 궁금한 장병 의존 높아…스마트폰 중독, 온라인 도박·마약 연결될 수 있어 위험
‘이렇게 살려고 했나’ 자각해야 행동도 바뀌어…하고 싶은 일 돕는 방향으로 문제 해결해야

디지털 중독으로부터 우리 사회와 군대가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 그리고 그에 따른 해법은 무엇인지 살펴본 ‘디지털 디톡스, 전투력 되살린다’ 시리즈를 21일 조현섭 총신대 중독상담학과 교수와의 인터뷰로 마무리합니다. 조 교수는 현재 한국중독융합학회장을 맡고 있고, 한국심리학회장과 중독심리학회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알코올·마약·디지털 등 각종 중독 현상을 분석하고, 심리상담을 통한 치유 프로그램과 전문인력 양성에 힘쓰면서 8년째 육군 안전자문위원회 생명존중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군과의 인연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조현섭 총신대 중독상담학과 교수는 “최근 청소년의 디지털 중독이 큰 문제가 되는 가운데, 휴대전화 사용이 자연스러워진 군인들도 중독 위험군에 들 수 있다”며 “군인들의 중독 문제를 해결하려면 군대가 장병들이 원하는 활동을 지원하고, 개개인은 구체적인 계획과 목표를 가지고 복무기간을 보내려고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윤청 기자
조현섭 총신대 중독상담학과 교수는 “최근 청소년의 디지털 중독이 큰 문제가 되는 가운데, 휴대전화 사용이 자연스러워진 군인들도 중독 위험군에 들 수 있다”며 “군인들의 중독 문제를 해결하려면 군대가 장병들이 원하는 활동을 지원하고, 개개인은 구체적인 계획과 목표를 가지고 복무기간을 보내려고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윤청 기자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지난 3월 발표한 ‘2025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중 22.7%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이들은 ‘지나친 스마트폰 사용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거나 ‘무기력하거나 우울하고 불안하다’고 답했다. 조현섭 총신대 중독상담학과 교수는 “스마트폰은 비용이 들지 않고 편의성이 높다는 측면에서 다른 매개체보다 중독되는 추세가 빠르고 연령대도 넓다”며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온라인 도박과 마약 중독으로도 연결될 수 있어 더욱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조 교수는 군대 역시 병사들의 스마트폰 노출 시간이 늘면서 디지털 중독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짚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중독’의 사회적 범위가 확장되는 것 같다. 우리가 심각하게 여겨야 할 중독의 종류에는 무엇이 있나?

“중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술·마약·담배 등으로 대표되는 ‘물질중독’이다. 신체에 영향을 주는 특정 물질이 해롭다는 걸 알면서도 강박적으로 갈망하고 사용하게 되는 증상이고, 단순한 의지만으로 극복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두 번째는 행동으로 나타나는 ‘행동중독’이다. 약물이나 술 같은 물질을 직접 복용하지는 않지만, 도박·게임·쇼핑처럼 특정 행동을 반복하면서 스스로 멈추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뇌의 보상계를 자극해 도파민을 분비시켜서 물질중독과 똑같은 쾌락을 느끼고 금단 증상까지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게임과 인터넷, SNS를 포함한 디지털 중독 역시 행동중독으로 분류할 수 있다.”

 
- 그밖에 일상에 영향을 주는 중독이 있다면?

“행동중독의 일종인 ‘관계중독’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 시국 당시 사람과 대면할 기회가 없던 세대가 겪는 증상이다. 스마트폰 활용에 익숙한 세대의 디지털 중독과도 큰 연관이 있는 새로운 형태의 중독이다.

관계형성을 지혜롭게 못하다 보니 소수와의 관계에만 집착하고 중독된다. 대화를 통해 가치관이나 취미 등 공통분모를 찾으면서 친구 관계를 형성하는 게 아니라, 내 SNS 게시물에 누가 ‘좋아요’를 눌렀는지나 메신저로 몇 분 안에 답장이 오는지 등이 친교의 기준이 된다.
이러한 상황으로 형성된 또래관계는 같이 행동하지 않으면 친구가 아니라고 인식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간단한 게임을 같이하는 친구 사이에서 도박, 마약으로 범위가 확장되고 중독증상까지 겹치면서 문제가 커지게 된다.”


- 중독이 실생활에 끼치는 악영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우선 신체적인 증상으로 전반적인 비만 증가가 눈에 띈다. 중독자는 대부분 활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살이 찐다. 또한 중독자의 경우 건강한 사람과 비교했을 때 암에 걸려도 전이 속도가 빠르다. 전반적으로 면역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길거리에 사람들이 좀비처럼 늘어져 있는 ‘마약거리’가 늘어나고 있다. 유해한 환경이 조성되면서 사회적으로 불안이 커진다. 중독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있고, 최근에는 환각 상태에서 타인을 공격하면서 인명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사회적으로는 생산성 저하를 불러온다. 중독자는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생이면 공부, 회사원이면 맡은 일을 정상적으로 수행하지 못한다. 아동학대·방치 사례를 보면 대부분이 부모가 중독자일 정도로 가정생활에도 소홀해진다. 국가적으로 이들을 관리하기 위해 예산을 들여 시설을 확충하고 인력을 선발해 양성해야 하는데, 이것 자체가 사회적인 피해다. 

가족도 중독자로 인해 고통이 커진다. 그래서 중독은 가족병이라고 한다. 상담자 중 대인관계를 전혀 맺지 않는 초등학생이 있었는데 이유가 ‘알코올 중독자인 아빠가 있는 집에 친구를 데려오기 싫어서’라고 답했다. 자기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아질 거라는 생각에 그랬다는데, 한마디로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의 일상까지 무너뜨리는 것이다.”


 
- 최근 청소년들의 숏폼과 SNS 등 디지털 중독 현상이 대두되고 있다. 다른 중독과 비교해 봤을 때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스마트폰 중독이라고 하면, 잠깐 휴대전화를 두고 다른 활동을 하러 가서도 꼭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증상이다. 활동을 멈추고 스마트폰을 실제 확인하러 왔다면 중독된 상태로 볼 수 있다. 저도 강연 가서 잠깐 스마트폰을 제출하라고 하면 못 내는 사람이 있다. 스마트폰 내려놓는 걸 불안해하는 것이다.

이 중독의 특징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약이나 술에 중독되려면 돈이 많이 든다. 반면 스마트폰은 접속하기 쉽고 편의성이 높다. 같은 플랫폼을 쓰는 사용자들과 상호작용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하지만 점차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다 보면 부정적인 영향이 생긴다.

게임이나 인터넷 서핑을 하느라 스마트폰에 몰입하면서 원래 해야 할 일을 안 하는 것도 문제다. 소위 ‘도파민 터지는’ 온라인 환경에서만 재미를 느끼니까 현실을 피하게 되고 실제 사람과 만나는 대인관계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언어발달도 느려진다. 메신저로 대부분 짧은 단어만 주고받다 보니 논리를 갖춘 긴 문장으로 대화하지 못한다. 대신 행동으로 해결하려는 성향이 나타나면서 욕설이나 물리적인 폭력, 사이버 괴롭힘 등이 나타난다. 청소년 단톡방 대화를 보면 상상하지 못할 만큼 심한 욕이 오간다. 최근 사례 중 부모가 스마트폰 시간을 통제하려고 하자, 자녀가 부모의 목을 조르는 등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했다. 이 모든 상황이 청소년들이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 디지털 중독의 과정은 어떻게 되나? 단계별 증상이나 자가진단법이 있나?


“초기에는 밤늦게까지 스마트폰을 가지고 노느라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고 학교·회사에 지각한다. 증상이 심해지면 학교·회사에서 자거나 중간에 집에 돌아온다. 아예 집 밖을 나서지 않기도 한다. 완전중독되고 나면 방에 틀어박혀 ‘은둔형 외톨이’가 된다. 일상으로 이끌려는 친구나 가족과 어울리지 않고 심하면 싸우기까지 한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서 운영 중인 스마트쉼센터를 통해 자가진단을 할 수 있다. 유아 및 아동, 청소년, 성인 대상 10개 문항에 답해 나온 점수 결과에 따라 고위험·잠재적위험·일반 사용자군으로 분류된다.”


- 디지털 중독을 줄이기 위해 사회적으로 필요한 해결책은 무엇인가?


“무조건 예방교육이 우선이다. 중독자들이 중독이 얼마나 많은 부작용을 주는지 경각심을 가지도록 각종 중독 증상이 가져오는 신체적·정신적 폐해의 예시를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중독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스스로 인지해야 한다.

중독상담의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 중독상담할 때 꿈 이야기를 꺼내면 대상자의 눈빛이 변한다. ‘내가 이렇게 살려고 했나’고 자각하는 순간, 꿈을 이루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이를 행동으로 옮긴다. 꿈을 이루기 위해 바쁘게 살도록 만들면 된다. 중독 매개체를 생각하고 떠올릴 시간적인 여유가 없게 만들어야 한다. 실제 중독자를 치료할 때도 직업 재활을 통해 노동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 장병들의 휴대전화 사용도 자연스러워졌다. 장병들도 중독 위험군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나?


“가능하다. 입대 전과 비교해 다양한 경험을 쌓을 기회가 줄어들게 되고, 바깥의 소식이 궁금하다 보니 스마트폰에 의존하게 된다. 사회에 있을 때는 학교 수업이나 아르바이트 중이라면 잠깐 안 볼 수도 있지만 오히려 군대에서 스마트폰에 더 노출되는 셈이다. 

군에서는 무조건 하지 말라고 하는 것보다는 하고 싶은 걸 하게 도와주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다른 활동을 통해 건강한 도파민을 느끼도록 장병들이 좋아하는 활동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보상을 받고 재미를 느끼면 스스로 중독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 마지막으로 군 장병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병역의 의무를 다하면서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 군인 여러분께 늘 수고 많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그곳에서 보내는 모든 순간은 개인에게 소중한 시간이다. 지금부터라도 계획을 세워보고, 남은 복무기간을 어떻게 생산적으로 보낼지 생각해 봤으면 한다.

전역하고 학교에 돌아온 학생들을 보면 한층 의젓해지고 공부하는 자세도 달라진다. 군에서 리더의 역할을 해보면 사회에 나와서도 적응이 빠르다. 군 복무라는 어려운 일을 해냈는데 무엇을 못 하겠나.

주변에서도 군 복무와 관련해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줘야 한다. 군 복무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퍼질수록 좋다. 군대에서 보내는 시간의 의미를 찾지 못해 중독에 빠진 경우, 지금 우리가 이곳에 있어야 하는 이유와 현재 맡은 일이 얼마나 필요한지 깨우쳐줘야 한다. 중독의 좋지 않은 점 역시 알려주고 빠져나오도록 도와야 한다.” 배지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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