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안보환경은 속도와 파급력 면에서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은 인간의 지적 영역과 의사결정체계 자체를 뒤흔들고 있으며, 미·중 경쟁은 단순한 경제 갈등을 넘어 국가 생존을 건 ‘기술전쟁’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제 기술은 더 이상 경제 발전을 견인하는 수단이나 군사력의 부차적 요소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았다.
오랜 기간 우리는 국가 역량의 기본 틀을 ‘DIME(Diplomatic, Informational, Military, Economic)’, 즉 외교·정보·군사·경제라는 네 축으로 이해해 왔다. 이 틀은 국가의 총체적 역량을 분석하고 투사하는 데 매우 유용했다. 지금도 전략담론의 기본 언어로 활용된다. 그러나 기술 역량이 안보의 본질을 직접 규정하고 주도하는 오늘, 이 고전적 틀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만으로 충분한지 자문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그동안 급변하는 전장환경을 관찰하면서 기존 DIME에 ‘기술’을 독립된 축으로 더한 ‘DIMET’의 필요성을 고민해 왔다. ‘T’는 단순히 다른 수단을 보조하는 기술이 아니라 전략방향과 전장구조를 바꿀 수 있는 축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최근 미국의 전략 싱크탱크인 국가공공정책연구소(NIPP)에서 발표한 보고서 『DIMET: Shaping the Age of ‘Techno-Strategic’ Power』는 이를 뒷받침한다. “21세기 국가 권력의 수단은 DIME에서 기술(T)을 추가한 5번째 지렛대로 진화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기술을 전략의 핵심으로 올려놓으려는 시도가 이미 국제안보 논의의 중요한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DIME에 금융(F), 정보(I), 법 집행(L)을 추가한 ‘DIME-FIL’ 모델을 주장하는 일부 의견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의 확대는 국가가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의 종류를 DIME의 종속변수로 단순히 늘리는 수평적 확장에 가깝다.
내가 제안하는 DIMET에서의 기술은 이와 성격이 다르다. 기술은 외교·정보·군사·경제를 가로지르며 모든 전략체계를 구조적으로 재편하는 동력이다. 다시 말해 기술은 다른 수단에 종속된 도구가 아니라 그 수단들의 위상과 결합방식을 바꾸는 독립변수, 곧 전략의 판을 새로 짜는 요소다.
같은 안보현안도 DIME과 DIMET 중 어떤 틀로 보느냐에 따라 전략적 결론은 크게 달라진다. 반도체 공급망 갈등에서 DIME는 경제제재에 초점을 맞추지만 DIMET 관점에선 공급망의 핵심인 나노 공정 주도권이 외교 발언권과 군사 억제력을 직접 결정하는 독립변수가 된다.
미래 전장은 과거 경험을 단순히 답습하는 자가 아니라 환경 변화를 구조적으로 이해하고 대비하는 자에게 유리하게 전개된다. 기술을 전략기획의 출발 단계에서부터 독립된 축으로 고려하는 DIMET로의 전환은 우리 군이 명실상부한 ‘기술강군’으로 도약하기 위한 든든한 기초가 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DIME를 넘어 기술을 중심에 둔 새로운 전략 틀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다.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해당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