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 국군, 담대한 도전정신으로 희망을 쏘다

입력 2026. 08. 18   15:24
업데이트 2026. 08. 1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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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표 
CBS 정치부 선임기자

대륙국가는 해양국가에 비해 군대의 인명 손실을 더 감수하는 경향이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의 서부전선이나 제2차 세계대전의 동부전선,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막대한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 이를 잘 보여 준다. 해양국가는 주로 해외 원정이라는 이점을 활용해 ‘인력보다 화력(steel not flesh)’ 전술에 의존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해양국가에서 인권과 민주주의, 시민사회가 앞서 발달한 측면이 있다.

여러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해양민족에게 제2의 집인 배의 특성에서 연유한 점이 많을 것 같다. 효율적 항해를 위해선 항해사나 조타수, 기관장 같은 꼭 필요한 기능별 정예요원만 추려 배에 태워야 한다. 따라서 이들 한 명 한 명은 대체 불가능한 존재여서 인명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그려진 다소 무리한 작전도 작은 돛단배를 타고 대서양을 건넌 미국 선조들의 피가 흐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대륙도, 해양도 아닌 반도국가이지만 휴전선 155마일(약 249㎞)에 걸친 북한의 위협으로 인해 대규모 육군 중심의 군사력을 키워 왔다. 하지만 인구절벽에 따른 병력 급감은 우리에게 거대한 변화를 강요한다. 2040년대 연간 입대 가능 인원은 지금의 절반인 10만 명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 이상 병사가 남아돌다시피 하던 시대가 아니라 사람이 말 그대로 귀해진 셈이다.

다행히 우리 군은 병력 감소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부대를 감축·통합하고 지휘구조를 슬림화하며 간부 중심 개편과 예비전력을 정예화하는 것 등이다.

최근엔 인공지능(AI) 기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 도입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단지 부족한 인력을 채우는 것을 넘어 첨단 과학기술군으로 변모하며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희망을 보여 줬다.

지난달 말 해군교육사령부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파이봇’이 승조원 전투실험을 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파이봇은 이지스구축함 서애류성룡함 함교 당직사관의 명령을 복명복창하며 시뮬레이터 속 함정의 타기(핸들)를 돌렸다.

단계적으로 실제 해상실험에 투입될 이 로봇은 다양한 함정 임무를 대체하며 인력난에도 오히려 전투력을 강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증명했다.

육군이 지난 7일 육군종합보급창에서 선보인 스마트물류도 마찬가지다. 물자 입고부터 불출까지 전 과정을 AI·로봇으로 통합관리하는 지능형 체계는 전쟁 승리에 필수적인 군수혁신을 보장하게 된다.

예전 같으면 수많은 장병이 구슬땀을 흘리며 보급품을 날라야 했을 거대한 창고는 로봇의 정교한 반복작업으로 채워졌다. 이로써 절약한 인력과 시간은 장병들이 훈련과 작전에만 전념할 기틀이 된다.

군에서 AI·로봇의 대체효과에 반신반의할 틈도 거의 없이 미래 기술은 이미 전장을 지배하고 있다. 장난감 수준의 드론이 이렇게 빨리 진화해 현대전의 총아가 되리라고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다윗의 물매도 처음엔 비웃음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그 작은 돌멩이가 골리앗의 이마에 박히는 순간 전황을 바꾼 게임체인저가 됐다.

혁신은 결핍에서 시작된다. 드론과 물매도 부족함의 산물이었다. 인구절벽 위에 선 우리 군은 일반전초(GOP)나 해안 경계까지 무인화하는 도전적 목표를 세웠다. 임무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위험 부담이 상당하겠지만 피할 수 없는 길이다. 다음 달 초 부대 분류 심의가 예정된 차세대 최일선 대대장들부터 담대하고 능동적으로 첫발을 힘차게 내디디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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