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전역 지원서를 작성하다가 ‘늙은 군인의 노래’라는 곡을 듣게 돼 옛 추억에 잠기게 됐다. 26년 전 어느 날, 30년의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을 앞두고 계셨던 선배님이 사무실에 찾아오셨다. 나는 선배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커피를 한 잔 내어드렸다. 당시 나에게는 부대 적응부터 업무 전반에 많은 도움을 준 고마운 선배님이셨기에 차담은 시종일관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그러다 선배님이 문득 “아침에 출근할 때 라디오에서 늙은 군인의 노래가 나오더라”며 “요즘따라 그 가사가 더 와닿네”라고 읊조리셨다.
시간이 지난 지금, 나도 이제 31년의 군 생활을 끝으로 전역을 앞두고 있다. 지난 31년의 군 복무는 내게 많은 것을 남겼다. 국가와 국민을, 그리고 바다를 지킨다는 자부심으로 군 복무를 이어가며 평생을 기억할 전우들을 만났고, 소중한 사람을 만나 가정을 이뤘으며,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부족함 없이 자녀들을 양육했다. 고민과 역경의 시간도 있었지만 든든한 전우들과 함께 부여된 임무를 완수해왔으며 사랑하는 가족도 모두 건강하게 각자의 길을 힘차게 가고 있다. 나의 푸르른 청춘을 바친 31년의 세월의 결과가 이렇다면 해군의 일원으로서도, 가정의 일원으로서도 더할 나위 없이 잘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나의 길을 이정표 삼아 해군의 일원이 된 큰딸을 생각하면 무한한 기쁨과 자부심을 느낀다.
전역 지원서를 제출하며 ‘퇴역’ 대신 ‘전역’을 선택했다. 해군의 일원이었음을 잊지 않고 가슴 한편에 푸른 바다와 군복을 품고 살아가기 위함이다. 군 생활을 시작하면서 나 스스로와 한 약속이 있는데 태극기를 보면 언제든, 어느 곳에서도 짧게라도 경례를 하자는 것이다. 아내는 가끔 나의 이런 모습을 보고 우스꽝스럽다는 듯 웃음을 터뜨릴 때도 있지만 내겐 군복 입은 사람의 당연한 의무이자 지난날 푸르른 군복 입은 청춘을 되새기는 시간이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앞으로도 지속해 나갈 나라 사랑의 다짐이기도 하다. 나는 사회에서도 ‘예비역’으로서 태극기에 경례를 올리려고 한다.
26년 전 선배가 들었던 ‘늙은 군인의 노래’를 오늘의 내가 들으니 노래 가사들이 내게 하는 질문처럼 들렸다. ‘무엇을 하였느냐, 무엇을 바라느냐’란 가사에 나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국가와 국민을 지키고, 사랑하는 가정을 일궜으며, 누군가에게는 나름의 이정표가 됐노라고. 오늘도 많은 전우가 해군의 일원으로서 바다를 지키고, 각자의 군 복무를 명예롭게 마친 후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각자의 항로를 찾아 지금껏 해보지 못한 항해에 나서고 있는 전우들에게 순풍이 함께하길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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