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에서 온 최종주자…20년 이어온 신이 내린 선물이 간다

입력 2026. 08. 17   15:52
업데이트 2026. 08. 17   16:01
0 댓글

동명부대 33진 본격 임무 앞두고 담금질 한창

20년을 한결같이…
동명부대 2007년 첫 파병
레바논 24시간 정찰·감시
약 1만 명 장병 거쳐 간
유엔평화유지군 롤모델
신뢰·동행 마침표…
UNIFIL 임무 종료 앞두고
마지막 순번 33진 출국
대한민국 대표 사명감
끝까지 임무 수행 다짐

레바논평화유지단(동명부대) 33진이 다음 달 현지 전개를 앞두고 담금질에 한창이다. 지난 11일 육군특수전사령부 국제평화지원단 파병종합훈련장에서 펼쳐진 유엔 표준상황조치(STIR) 훈련 현장. 이곳에서 지난 20여 년간 레바논 평화를 지켜온 동명부대의 마지막 순번을 맡은 33진 장병들의 굳은 각오를 확인할 수 있었다. 글=이원준/사진=이경원 기자

지난 11일 육군특수전사령부 국제평화지원단 파병종합훈련장에서 진행된 유엔 표준상황조치 훈련 중 동명부대 33진 장병이 우발상황에 대비해 경계하고 있다.
지난 11일 육군특수전사령부 국제평화지원단 파병종합훈련장에서 진행된 유엔 표준상황조치 훈련 중 동명부대 33진 장병이 우발상황에 대비해 경계하고 있다.


각종 우발상황 대응절차 숙달


기동정찰에 나선 작전팀 앞을 시위대가 가로막았다. 도로를 점거한 채 기동을 방해하며 불만을 쏟아내는 현지인들. 장병들은 경고 안내방송을 하며 물러설 것을 요구하지만 시위대는 꿈쩍하지 않았다. 결국 작전팀은 차량을 돌려 우회로를 택했다. 정면 돌파 대신 상황을 피해 가는 것도 평화유지군의 절차다.

우회한 도로 위에는 새로운 위협이 기다리고 있었다. 도로 위에 놓인 낯선 물체. 순간 장병들의 감각이 곤두섰다.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차량을 후진시키는 찰나 급조폭발물(IED)이 터졌다. 차량이 피해를 보고 사상자가 발생한 긴박한 상황. 장병들은 2차 매복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심스럽게 현장에 접근했다. 이때 우선순위는 명확하다. 폭발물의 정체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다친 전우를 구하는 것. 이상 물체에는 손대지 않고 곧바로 응급처치에 들어갔다.

같은 날 이뤄진 도보정찰 훈련에서도 긴장감은 이어졌다. 농장지역을 수색하던 장병들은 은닉된 AK 계열 소총과 다량의 탄약을 발견했다. 무기 은닉처를 확인하며 시설을 점검하던 중, 전방 3시 방향에서 낯선 인물이 접근하고 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상황은 곧바로 경계태세로 전환됐다. 장병들은 교전수칙에 따라 침착하게 대응하며 위협을 제거했다. 증원 전력이 도착해 주변을 확보하고 나서야 상황은 마무리됐다.

부대 위병소 앞에서는 의약품과 식량 지원을 요구하는 비무장 시위대가 진입을 시도하는 상황이 부여됐다. 시위대는 의약품과 식량 지원을 요구하며 항의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감정은 격화됐다. 즉각 대응부대가 신속히 출동해 진입을 차단하고, 현장에 도착한 레바논군(LAF)이 시위대를 해산시키며 훈련은 막을 내렸다.

이 모든 상황은 유엔 표준훈련모듈(STM)을 토대로 한 표준상황조치 훈련의 일부다. 오랜 내전과 분쟁을 겪은 레바논에서 우발상황은 대한민국에서와는 사뭇 다른 의미다. 소총과 로켓포를 활용한 위협이 남아 있는 환경 속에서 평화유지군은 국제법과 교전수칙을 지키면서도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최근 레바논과 이스라엘 접경지역의 긴장이 이어지는 만큼 33진은 남은 준비 기간에도 이 같은 훈련을 반복할 계획이다.


엄재관 상사는 “현지 위병소와 감시초소에서는 언제든 우발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반복 숙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번이 다섯 번째 파병인 만큼 그동안 쌓은 경험을 전우들과 적극 공유해 부대 임무 완수에 보탬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용민(중령) 작전대대장은 “STIR 훈련은 단순히 정해진 절차를 익히는 교육이 아니라 예측하기 어려운 현장에서 장병의 생명을 지키고 임무를 완수하기 위한 필수 훈련”이라며 “레바논 평화 유지라는 본연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도록 빈틈없는 대비태세를 갖추겠다”고 말했다.

 

 

위병소 진입을 시도하는 시위대
위병소 진입을 시도하는 시위대

 

정찰 중 은닉 소총·탄약을 발견한 장병들
정찰 중 은닉 소총·탄약을 발견한 장병들

 

부상자 이송
부상자 이송

 

작전을 토의하는 모습.
작전을 토의하는 모습.


20년 신뢰의 마침표를 준비하다

동명부대는 2007년 첫 파병 이래 레바논 남부지역에서 불법 무기와 무장세력을 24시간 정찰·감시하며 지역 안정을 지켜왔다. 1978년 설치된 유엔레바논평화유지군(UNIFIL)은 2006년 이스라엘·레바논 충돌로 민간인 1000여 명이 희생되는 사태를 계기로 병력을 3000명에서 1만5000명 규모로 확대했다.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 선도국가로서 2007년 7월 동티모르 상록수부대에 이어 두 번째 유엔평화유지군 전투부대로 동명부대를 파병했다. ‘동쪽에서 온 밝은 빛’이라는 뜻의 부대명에는 레바논의 평화를 소망하는 염원이 담겼다.

동명부대는 지난 20여 년간 부여된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며 유엔이 인정하는 평화유지군의 롤모델로 자리매김했다. 굳건한 작전 능력은 물론 의료지원과 태권도·한국어 교실을 비롯한 민·군 교류 활동을 펼치며 현지 주민에게 ‘신이 내린 선물’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약 1만 명의 장병이 거쳐 간 국군 역사상 최장기·최다 인원 파병부대라는 기록도 세웠다.

33진은 동명부대 여정에서 ‘최종주자‘라는 특별한 위치에 있다. 동명부대가 속한 UNIFIL 임무가 올해 말 종료 예정이기 때문이다. 33진은 다음 달 초 레바논으로 출국해 32진으로부터 임무를 이어받을 예정이다.

 

 

황제봉 동명부대 33진 준비단장
황제봉 동명부대 33진 준비단장


인터뷰 황제봉 동명부대 33진 준비단장
“목표는 완벽한 임무 수행·장병 안전 귀환”

“동명부대 33진은 선배 전우들이 레바논에서 쌓아온 신뢰와 명예를 계승하고, 그 뜻깊은 여정을 마무리하는 파병부대입니다. 우리 장병 모두가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마지막 순간까지 빈틈없이 임무를 수행하겠습니다.”

33진을 이끄는 황제봉(대령) 준비단장은 이번 파병에 남다른 각오를 담았다. ‘최종주자’란 수식어에는 단순히 마지막 순번이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그동안 동명부대가 보여준 헌신과 성과를 끝까지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황 단장이 꼽은 33진의 핵심 목표는 ‘완벽한 임무수행과 모든 장병의 안전한 귀환’이다. 이를 위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즉각 대응할 수 있는 확고한 작전대비태세를 유지하고, 현지 주민 및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안정적인 임무수행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장병 각자가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며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하나의 팀 동명’을 강조했다.

최근 격화하는 이스라엘·레바논 충돌을 비롯해 중동정세의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도 철저하다. 33진은 파병 준비 기간 실제 임무환경을 고려한 상황조치훈련과 현지 적응훈련을 반복하며 대응 능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현지에서도 UNIFIL 및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장병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대비태세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동명부대의 상징과도 같은 의료지원, 한국어 교실 등 민군작전도 차질 없이 이어간다. 33진은 의료지원, 공여, 교육 등 주요 민군작전을 작전 종료일까지 부대 주도로 추진할 방침이다. 이 중 교육 사업은 현지 지방정부와 협약을 바탕으로 내년 1월 1일부로 레바논 측에 이양한다. 황 단장은 “주요 사업의 지속성을 확보한 뒤 2027년에는 부대의 안정적인 철수 여건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민군작전을 차분하게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부대원 가족과 국민을 향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황 단장은 “파병을 위해 함께 땀 흘리며 준비해 온 33진 장병들과 묵묵히 응원해 주시는 군인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우리 33진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평화유지군이라는 자부심과 사명감을 갖고 마지막까지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완벽한 임무수행과 전 장병의 안전한 귀환으로 국민 여러분의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부연했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오늘의 뉴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