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벽도 뚫는 팀워크로…과감하게 돌파하라

입력 2026. 08. 13   17:10
업데이트 2026. 08. 1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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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육군23경비여단 근접전투 경연대회를 가다

“수동적 훈련 벗어나자” 한 달간 리그전
마일즈 장비 활용·대드론 공격도 점수
같은 소대 맞붙은 결승전…승리는 황팀

13일 강원 동해시 과학화예비군훈련장 시가지전투 교장. 육군23경비여단이 지난 한 달간 진행한 근접전투 경연대회 ‘철벽 프리미어리그’ 결승전이 열렸다. 마주 선 두 팀, 황팀 ‘박우근’과 청팀 ‘X-Love’는 공교롭게도 통신대대 같은 소대 소속이다. 매일 생활관을 함께 쓰던 전우가 이날 만큼은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눠야 했다. 전술이 훤히 읽히는 상대를 두고 어떻게 승부를 가를 수 있을까. 그 현장을 함께했다. 글=이원준/사진=김병문 기자

 

13일 강원 동해시 과학화예비군훈련장에서 진행된 육군23경비여단 철벽 프리미어리그 결승전에서 황팀 박우근 장병들이 노란색 연막에 몸을 숨긴 채 우회 기동하고 있다.
13일 강원 동해시 과학화예비군훈련장에서 진행된 육군23경비여단 철벽 프리미어리그 결승전에서 황팀 박우근 장병들이 노란색 연막에 몸을 숨긴 채 우회 기동하고 있다.

 


“생활관 전우가 적으로” 철벽 프리미어리그 결승전

대진표를 받아 든 순간부터 심상치 않은 공기가 흘렀다. 경기 방식은 단순하지만 냉정했다. 다중통합 레이저교전체계(MILES·마일즈) 장비를 활용한 5 대 5 대결. 상대 팀을 전원 제압하거나 진지에 놓인 깃발을 획득하면 승리한다. 실전감을 더하기 위해 전투 현황은 전광판과 방송으로 실시간 공개됐고, 경상(1점)·중상(3점)·사망(5점) 등 피해 상황도 통제실 전산 시스템에 곧바로 기록됐다. 총에 맞으면 경상은 10초, 중상은 1분간 사격이 금지된다.

경기 전 워게임부터 실전을 방불케 했다. 팀장 주관으로 작전을 계획하고, 경기 중에는 저격수 배치, 견제, 우회, 타격조 운용, 은·엄폐 행동화, 통신장비·완수신호 숙달까지 팀 단위 전술 역량을 하나하나 갖춰나갔다. 단순한 서바이벌 게임이 아니라 ‘실전’의 축소판이었다.

같은 소대다 보니 상대의 습관과 실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상황. 그래서 1경기는 탐색전으로 신중하게 흘렀다. 하지만 청팀에서 연이어 사상자가 나오며 황팀이 승기를 잡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다급해진 청팀이 공세에 나섰지만, 철벽처럼 단단한 황팀의 방어선을 뚫긴 어려웠다. 결국 청팀 5명의 전투원이 모두 사망하며 1경기는 황팀의 승리로 끝났다.

두 번째 경기는 조금 다른 양상으로 펼쳐졌다. 자신감이 붙은 황팀이 돌격 전술로 나온 것. 때마침 터진 노란 연막탄을 방패 삼아 우회 기동을 했다. 과감한 돌파 과정에서 사상자가 나왔지만, 그래도 청팀을 압박하며 무난히 제압했다. 결승전 최종 결과는 2 대 0, 황팀 박우근의 완승이었다.

승리의 배경에는 실력만큼 단단한 팀워크가 있었다. 팀원 중 4명이 특급전사일 만큼 개개인의 전투력에 자신감이 있었지만, 한 달간 이어진 토너먼트를 거치며 다져진 건 개인기가 아니라 손발이었다.

우승팀 박우근을 이끈 김태훈(중사) 분대장은 “같은 소대에서 두 팀이 나란히 결승에 오른 것도 사실 흔치 않은 경사인데, 우승까지 차지해서 더 뜻깊다”며 “한 달간 토너먼트와 결승전을 치르며 소대원 간 협동심·단결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완벽한 팀워크를 바탕으로 더 좋은 분대, 더 좋은 소대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 장병이 연막을 뚫고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한 장병이 연막을 뚫고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시가지전투 교장에서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고 있다.
시가지전투 교장에서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고 있다.

 

워게임을 하는 청팀 X-Love 장병들.
워게임을 하는 청팀 X-Love 장병들.

 

경기 전 마일즈 장비를 점검하는 모습.
경기 전 마일즈 장비를 점검하는 모습.



“훈련 만족도 높아졌다” 14개 팀, 주도성 길러

박우근과 X-Love가 결승 무대에 오르기까지, 철벽 프리미어리그는 꽤 긴 여정을 거쳤다. 여단은 교육훈련처가 주도하는 운영위원회를 조직해 대회 전 과정을 준비했다. 여단 직할부대 소속 14개 팀이 동해안·사자 두 개 리그로 나뉘어 약 한 달간 팀별 6경기씩, 총 36경기를 치렀다. 여기서 상위 성적을 거둔 2개 팀이 3판 2선승제 토너먼트 ‘철벽 시리즈’로 맞붙었고, 그 정점에 박우근과 X-Love의 ‘소대 내전’이 있었던 것.

리그는 현대전의 변화 양상에 발맞춰 근접지역전투 기술 배양, 대드론 공격·방어전술 체득, 장병들의 자발적 참여 유도 등을 목표로 올해 처음 기획됐다.

특히 눈에 띄는 건 드론 요소다. 팀마다 드론 2대를 배치해 상대 드론을 사격으로 무력화하면 추가 점수를 주는 방식으로, 대드론 공격·방어 전술까지 자연스럽게 습득하도록 했다. 경기가 끝날 때마다 개인 성적을 기반으로 ‘MOM(Man of the Match)’을 선정해 여단 홈페이지에 공지하며 장병들의 경쟁심도 자극했다.

리그전 최종 개인 우수자로 뽑힌 전투지원중대 고정윤 일병(컴뱃서폿 소속)은 “상대의 시선·움직임에 집중해 유리한 타이밍과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끊임없이 분석했다”며 “훈련에 몰입하다 보니 생활관과 식당에서도 자발적으로 전술을 발전시킨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도연(준장) 여단장은 “수동적인 훈련 방식에서 벗어나 리그전이라는 경쟁과 협동의 장 속에서 장병들이 주도적으로 훈련에 임할 수 있었다”며 “훈련에 대한 흥미와 만족도가 높아졌고, 이는 자연스럽게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강한 전투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단은 이번 리그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후반기에는 여단 전 부대를 대상으로 대회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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