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과 17. 얼핏 보면 아무 의미 없는 숫자처럼 보이지만, 입대한 내게 처음으로 주어진 수였다. 입대 후 첫 체력측정에서 2분간 팔굽혀펴기 23개, 윗몸일으키기 17개라는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다. 적과 맞서 싸워야 할 대한민국 군인의 체력이 고작 이 정도라니 스스로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지난주 특공연대에서는 집중체력단련주를 운영했다. 총 4일 과정으로, 첫날과 둘째 날은 고강도 상·하체운동, 셋째 날은 풋살·족구리그전, 마지막 날은 체력측정으로 구성됐다. 입대 후 첫 체력검정 결과 23과 17이라는 숫자를 받아 들었을 때 더 나아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특공연대에 전입 온 이후 상황은 조금씩 달라졌다.
체력단련 시간마다 선임들이 시범을 보이며 자세 하나하나를 잡아 주셨고, 간부님들은 “처음엔 다 그렇다. 꾸준히 하면 된다”고 독려해 주셨다.
그 덕분에 몸이 더는 움직이지 않을 듯한 순간에도 ‘포기’라는 단어를 쉽게 떠올릴 수 없었다. 집중체력단련주는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첫날을 마치고 나니 팔을 머리 위로 올리는 것조차 힘들었고, 둘째 날 이후에는 도수체조 1번 동작만 해도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래도 행복했다. 예전 같았으면 시도조차 못 하고 포기했을 운동에 스스로 도전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신선한 경험으로 다가와서다. 옆에서 각자 한계를 넘어서려 애쓰는 전우들의 모습 역시 큰 울림이 됐다.
마지막 날 체력측정에서 72와 89라는 숫자를 받았다. 그 숫자를 확인하는 순간 ‘나도 할 수 있구나’라는 짜릿한 쾌감, 지난 몇 달간의 노력과 집중체력단련주의 고통이 헛되지 않았다는 뿌듯함, 곁에서 함께해 준 전우들을 향한 고마움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더 이상 23과 17이라는 숫자로 표현되는 뚱뚱하고 초라한 신병이 아니었다. 72와 89. 두 숫자는 단순한 체력측정 결과가 아니라 군인으로서 한 걸음 성장했다는 결과다.
이번 한 주의 성과에 안주할 생각은 없다. 집중체력단련주는 끝났지만, 그것이 체력단련의 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얼마나 더 나아질 수 있는지를 확인한 계기가 됐을 뿐이다. 앞으로도 체력단련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72와 89라는 숫자에 머무르지 않으며 그 이상을 향해 꾸준히 나아가고 싶다. 강한 체력은 한순간의 노력이 아니라 매일 쌓아 가는 습관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이번 주간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달았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단련해 진정한 대한민국 군인으로 거듭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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