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 장기전’ 향후 전망 - 깨진 평화, 국제전 확산?
북·중·러 밀착…동유럽 넘어 인·태 안보 위협
살상용 드론·로봇·AI 실전 첫 투입
에너지 공급망·위성통신 중요성↑
2024년 北 파병도 전쟁 양상 바꿔
양국 영토 분쟁 넘어 ‘복합전’ 변모
“며칠 내 끝날 것” 예측 깨고 4년째
종전 미지수…다시 무장하는 유럽
세상에 우연한 것은 없다. 작은 파동이 커다란 변화의 결과로 이어진다. 4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질서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소련 해체 후 약 30년간 이어진 유럽의 평화는 2022년 초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러·우 전쟁’으로 단숨에 무너졌다. 이 전쟁을 계기로 유럽은 그동안 지속되던 평화의 길을 포기하고 재무장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그동안 ‘그들만의 분쟁’으로 간주되던 전쟁의 성격을 국제전으로 변모시켰다. 올초 갑작스럽게 발발한 ‘중동전쟁’도 ‘러·우 전쟁’의 파생효과라는 시각도 있다. 이렇듯 고차원 방정식으로 변모한 ‘러·우 전쟁’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와 향후 전망 등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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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밀착에 이란까지…넓어지는 전선
최근 ‘러·우 전쟁’에 북한군의 추가 파병 가능성이 제기되며 그 파장이 주목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러시아가 3만여 명 규모의 북한군을 추가로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 보로네시 지역에서 이들을 수용하기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시기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예방하면서 북·러 군사협력 확대와 관련한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렸다.
2024년 10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전쟁의 성격을 국제전 양상으로 바꿨다. 북·러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근거로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은 쿠르스크주 전선에 투입돼 우크라이나군과 직접 교전을 벌였다. 북한군 참전은 전쟁의 영향이 한반도 안보와 인도·태평양 전략 환경으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는 계기가 됐다.
러시아·이란의 군사적 연결고리도 국제전 성격을 키우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카스피해에서 장거리 드론으로 러시아와 이란이 연계된 군수물자 수송 선박을 공격했다. 카스피해는 러시아와 이란 간 주요 군수·물류 통로로 활용돼 온 만큼 당시 공격은 양국의 후방 보급망을 차단하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이란에 위성정보를 제공해 걸프 지역 미군기지 공격을 지원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미국·이란 별개의 전쟁이 군수 보급과 정보 지원을 매개로 서로 맞물리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렇듯 전쟁은 이제 영토를 둘러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소모전을 넘어 드론 생산력과 에너지 공급망, 위성통신, 제3국의 병력과 군수지원까지 얽힌 복합전으로 변모했다.
러시아 본토 공격 위해 스타링크 접속 요구
그동안 수세에 몰리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본토 공격으로 종전을 압박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비공개 회담에서 러시아 본토 타격을 위한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의 접속제한 해제를 요청했다. 패트리어트 요격탄 부족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러시아 후방의 미사일 발사대에 대한 직접타격능력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스타링크는 현재 우크라이나 영토와 러시아 점령지역에서는 사용할 수 있지만 러시아 본토 내 사용은 제한돼 있다.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X가 확전 빌미를 제공했다는 역풍에 대한 우려와 다양한 법적 제한 때문에 러시아 본토 타격에는 스타링크 지원을 꺼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의 지속적인 미사일·드론 공습에 맞서 방공망 사수가 시급해진 우크라이나는 패트리어트 추가 지원과 함께 자국 내 라이선스 생산 허용까지 함께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스타링크 사용 범위 확대 요청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패트리어트 생산 라이선스에 대해서도 기존의 긍정적 입장에서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미국은 첨단 방산기술 유출과 군사적 통제 유지 등을 이유로 패트리어트 공동 생산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미국은 한동안 제한했던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장거리 타격을 다시 허용하는 방향으로 기조를 조정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종전 협상이 교착되자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2024년 11월 우크라이나가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킴스(ATACMS)를 러시아 본토 군사시설 공격에 사용하는 것을 허용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에는 개별승인 절차를 도입해 사실상 사용을 제한했다. 이후 지난해 하반기 들어 장거리 타격 제한이 다시 완화되면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도 재개됐다.
드론전의 등장과 고도화… 에너지 기반시설과 물류망 타격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현대전의 관점에서도 기존과 구분되는 분기점이 될 공산이 크다. 드론과 로봇, AI 등도 처음으로 살상용으로 실전에 투입된 사례다. ‘드론’은 전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가장 결정적인 무기로 부상했다. 드론은 전장뿐 아니라 상대방의 전쟁 수행능력을 약화시키는 전략적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가 성공한 작전으로 자평한 ‘40일 작전’의 핵심 전력도 드론이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6월 말부터 장거리 드론으로 군수·전자부품 등이 보관된 러시아 물류망을 공격하며 경제적 타격을 가했다. 에너지 기반시설 공격도 드론이 활용됐다. 우크라이나는 사거리 1000㎞ 안팎이던 장거리 드론의 작전 반경을 수천 킬로미터 수준으로 확대하며 러시아 후방 에너지 시설까지 타격 범위를 넓혔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서시베리아 옴스크 정유공장 등 주요 시설이 타격을 입으면서 러시아 정제 능력의 20~40%가 일시적으로 차질을 빚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드론 공격 여파로 러시아는 휘발유 수출제한 조치를 연장하는 등 공급 안정에 나섰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올해 러시아의 원유 생산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개전 초기 민간 드론 개조 수준에 머물렀던 우크라이나의 드론산업은 현재 연간 최대 400만 대 생산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러시아는 키이우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대규모 미사일과 드론 공습으로 대응하며 상호 보복이 이어지고 있다.
전쟁 장기화에 유럽 재무장 박차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서방과 러시아 모두 며칠 내 전쟁이 끝날 단기전으로 예측했다. 당시 미국은 키이우가 단기간에 함락될 가능성을 우려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대피를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4년 이상 지난 현재도 종전은 가시화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조기 종전 공언에도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지난해 8월 공영방송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대가로 치를 수 없는 만큼 전쟁의 장기화 가능성까지 각오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역시 유럽 각국의 우크라이나 파병 논의를 구체화하는 등 미 주도 협상과 별개로 유럽 차원의 자체 안전판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럽도 ‘장기전 모드’로 전환하고 지난해 재무장(ReArm Europe) 선언 및 재무장 계획을 발표했다.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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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금철영 KBS 기자
“분쟁 방아쇠 되지 않을 복합 외교전략 필요”
韓, 동맹 강화와 자강 동시에 추진
지정학적 리스크, 경제와도 직결돼
평화와 지속 가능 성장 함께 꾀해야
전쟁 대비 최우선 과제 에너지 안보
국제 안보환경 근본적 변화 목격
종군취재기에 새 전쟁의 시대 기록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전장 문법 자체를 바꾸고 있다. 값싼 보급형 드론이 수백억 원대 전차와 방공망을 무력화한다. 러시아 파병 북한군은 실전 드론전 경험을 축적했다. 북·중·러의 밀착 행보는 더욱 강화돼 신냉전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모두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문법이다.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금철영 KBS 기자는 한국의 동맹 강화와 자강, 외교적 균형을 함께 추진하는 복합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금 기자는 약 30년간 KBS에서 외교·안보와 국제 이슈, 북한문제 취재와 더불어 세계 곳곳의 분쟁 현장을 기록해왔다. 종군기자로 러시아·우크라이나전 등을 현장 취재하고 관련 도서『전쟁 이후의 세계, 이미 시작된 미래』도 출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러·우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다.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나.
“양측 모두 병력과 자원 소모, 국민적 피로감이 극심해지면서 장기전을 이어갈 여력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 그러나 종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점령지와 돈바스 지역을 둘러싼 영토 문제, 전후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체계 마련이라는 핵심 쟁점에서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영토 문제를 확정하지 않아도 되는 휴전은 종전보다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하지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휴전보다 영토를 확정하는 종전을 선호하는 만큼, 양국 지도부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지 않는 한 휴전 역시 단기간에 성사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 언론에선 ‘러시아가 패배 직전’과 ‘우크라이나 패배 직전’이라는 상반된 보도가 나와 혼란스럽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가운데 어느 한쪽이 ‘패망 직전’이라는 평가는 지나치게 단순한 해석이다. 현재 양측 모두 막대한 인명과 자원을 소모하고 있다. 영토 점령만 보면 러시아가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나토의 동진 저지라는 전략 목표는 오히려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으로 상당 부분 역행했다. 반대로 우크라이나는 영토와 인구 감소라는 큰 피해를 입었지만, 러시아의 공세를 4년 넘게 버텨내며 군사력을 크게 강화했다. 따라서 군사·외교·경제적 파급효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하며, 어느 한쪽의 승리만을 단정하는 해석은 경계해야 한다.”
- 최근 우크라이나가 이란 선박을 향해 드론 공격을 가했다. 확전 가능성은?
“우크라이나의 이란 선박 공격은 러시아와 이란을 잇는 군수 지원망을 차단하려는 전략적 성격이 강하다. 카스피해는 오랫동안 러시아와 이란이 드론과 군수물자를 주고받는 핵심 통로였다. 우크라이나로서는 이를 차단할 필요성이 있다. 다만 이번 사건이 곧바로 전면적인 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란은 군사력과 국내 정치 여건 모두 여유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선을 크게 확대하기보다는 신중하게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현장을 직접 취재했다. 인상 깊었던 점이 있다면?
“우크라이나군과 국민들의 강한 항전 의지가 인상 깊다. 군인들은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뚜렷했고, 전쟁 초기에는 입대를 희망하는 지원자가 넘쳐날 정도로 국민적 결속도 강했다. 국가 생존을 위해 함께 싸우겠다는 의지는 여전히 전쟁을 지탱하는 핵심 동력이었다. 서방의 대규모 군사·경제 지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국민들의 저항 의지가 없었다면 우크라이나는 지금까지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을 현장에서 실감했다. 장기전으로 접어들면서 전쟁 피로와 병역 기피, 탈영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의 전투 의지가 무너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 북·중·러의 결속이 강화되고 있다. 한국은 어떤 외교·안보 전략을 취해야 하나.
“한국은 동맹 강화와 자강, 외교적 균형을 함께 추진하는 복합 전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국가를 지키겠다는 국민적 안보 의지와 사회적 결속이 뒷받침돼야 동맹과 안보협력도 실질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미동맹 등 협력 기반을 강화하는 동시에, 최악의 상황에도 스스로 대응할 수 있도록 국방 역량을 키워야 한다. 아울러 남북관계와 주변국 외교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한반도가 역내 분쟁의 ‘방아쇠’가 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안보뿐 아니라 경제에도 직결되는 만큼, 평화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외교·안보 역량을 전략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 전쟁 중 그동안 금기시된 사회기반시설 공격이 빈번해졌다.
“에너지 시설 타격은 상대의 전쟁 수행능력뿐 아니라 국민의 항전 의지와 여론까지 약화시키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러시아의 공격으로 우크라이나가 심각한 에너지난을 겪은 데 이어 우크라이나 역시 러시아의 에너지 시설을 집중적으로 타격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 전쟁 피로감을 높여 상대를 협상장으로 끌어내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다만 민간 생활과 직결된 기반시설을 공격하는 방식은 양국 국민의 피해와 적대감을 키워 종전 이후에도 장기간 사회적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 결국 에너지 공급망의 안전과 방어도 전략의 일부로 간주해야 할 것 같다.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가장 우선해야 할 경제안보 과제는 에너지 안보다. 장기전에서는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전쟁 지속능력을 좌우한다. 실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상대의 에너지 시설을 집중 공격해 전쟁수행능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중국 역시 해외 항만과 철도, 송유관 등 에너지 공급망 확보에 적극 투자하며 전략적 거점을 선점하고 있다. 한국도 전장을 국지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과 전략 인프라 변화까지 고려해 장기적인 경제안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북·러 군사협력 강화는 우리 안보에 어떤 영향이 있나.
“북한의 러시아 파병으로 가장 주목해야 할 변화는 북한군이 실전에서 드론전을 직접 경험했다는 점이다. 북한군은 막대한 희생을 치르는 과정에서 드론 회피와 대응, 반드론 장비 운용, 방어망 구축 등 현대전의 핵심 전술을 익혔다. 이러한 실전 경험은 향후 전력 향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드론을 중심으로 정찰·감시·탐지 체계를 운용하는 방어 환경에서는 실전 경험을 축적한 북한군이 우리 방어망의 취약점을 파고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드론과 반드론 기술은 지금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우리 군도 첨단 반드론 능력을 강화하고 실전과 같은 드론전 훈련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대응 역량을 높여야 한다.”
- 현장 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한 저서를 출간했다. 책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전쟁 이후의 세계, 이미 시작된 미래』는 단순한 종군취재기가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드론과 무인체계가 주도하는 새로운 전쟁의 시대와 급변한 국제질서를 기록한 책이다. 러시아와 유럽의 단절,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 등은 안보 환경이 근본적으로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에 한국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현장에서 확인한 생생한 현실을 통해 안보와 국제질서의 변화를 정확히 이해하고 미래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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