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를 잇는 해병의 명예

입력 2026. 08. 12   16:44
업데이트 2026. 08. 12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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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민 이병 해병대교육훈련단
신우민 이병 해병대교육훈련단


누군가는 해병대를 강인함이나 도전정신 때문에 지원한다고 이야기하지만 내 선택은 가족 때문이었다.

병 175기로 베트남전쟁 짜빈동전투에 참전하신 할아버지와 병 732기로 해병대2사단에서 복무하신 아버지는 어린 시절부터 가장 존경하는 분들이었다. 두 분의 삶을 지켜보면서 자연스럽게 ‘반드시 해병대가 되겠다’는 꿈을 품게 됐다.

어릴 적 할아버지 댁에 가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국가유공자 상패였다. 그 상패를 바라볼 때마다 나라를 위해 헌신한 할아버지가 자랑스러웠고, 가슴 한편이 뭉클해지곤 했다.

가족이 함께 모이면 할아버지는 베트남전쟁과 해병대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치열했던 짜빈동전투에서 왼쪽 다리를 다치셨지만, 그 이야기를 하실 때마다 힘들었던 기억보다 생사를 넘나들었던 전우들을 먼저 떠올리셨다.

어느 날 할아버지께 조심스럽게 여쭸다. “베트남전쟁에 참전하신 것을 후회한 적은 없으세요?” 잠시 생각에 잠긴 할아버지는 미소를 지으며 “후회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전우들과 함께였기에 행복했다”고 말씀하셨다. 어린 마음에 그 말은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아버지 역시 병 732기로 입대해 할아버지와 같은 2사단에서 복무하셨다. 아버지는 군 생활이 힘들 때마다 전장에서 국가를 위해 싸우셨던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으셨다고 했다.

그러한 두 분의 발자취를 따라 해병대에 입대했다. 막상 입소하고 나니 설렘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용기를 내 먼저 동기들에게 다가갔다. 같이 구르며 훈련받고, 격려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어느새 우리는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전우가 됐다. 강도 높은 훈련을 이겨 내며 전우애가 무엇인지 체감할 수 있었고, 내 모습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음을 느꼈다. 비로소 ‘전우들과 함께여서 행복했다’는 할아버지의 말씀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가장 잊지 못할 순간은 천자봉 고지정복훈련을 마치고 복귀했을 때였다. 5주간 흘린 땀과 눈물, 힘들었던 훈련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끝까지 함께 걸어온 동기들을 바라보며 모두가 벅찬 감정을 감출 수 없었다. 그 순간은 평생 잊지 못할 해병으로서의 첫 번째 추억이 됐다.

수료를 앞두고 자대 배치 결과를 확인했을 때는 또 한 번 큰 감동을 받았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복무하셨던 2사단으로 배치된 것이다. 세대를 이어 같은 부대에서 국가를 위해 임무를 수행하게 된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영광이었다.

이제 3대(代) 해병이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군인이 되고자 한다. 할아버지께서 지켜 오신 명예와 아버지께서 이어 오신 자부심을 가슴에 새기고, 어떤 임무도 완수하는 강인한 해병으로 성장해 명예를 계승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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